▲피곤한 전병헌새해 예산안 및 국정원 개혁 관련 법안 등을 처리하기 위해 1일 새벽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전병헌 민주당 원내대표가 피곤한 듯 의자에 몸을 기대고 있다.
남소연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가지 의문이 남는다. 왜 민주당 지도부는 상임위 소속 의원들에게도 정확히 알리지 않고 이 법안의 통과를 약속했던 것일까.
홍 의원은 "외촉법과 NSC법이 일종의 패키지 법안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며 "전병헌 원내대표를 찾아가 문제제기를 했을 때 돌아온 답변은 이해해달라는 것뿐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뭔가 문제가 있었던 것 같다"며 "국정원개혁법은 4자회담(대표(2)+원내대표(2))의 성과인데 왜 갑자기 외촉법과 NSC법이 끼어들었는지 지금도 미스터리"라고 말했다.
홍 의원은 "외촉법과 NSC법이 박근혜 대통령의 관심법이라는 말은 들었지만 민주당 안에서 그 법이 협상용이라는 말을 들어 알고 있는 사람은 없었다"며 "전혀 다른 바구니에 들어 있는 법안을 대통령이 원한다고 해서 들어준 것이라면 국회는 권위주의 시대 통법부와 뭐가 다르냐"고 개탄했다.
무엇보다 외촉법과 NSC법까지 패키지로 박근혜정부와 새누리당이 원하는대로 해줬다면 민주당의 성과로 꼽을만한 법안이 있어야 하는데 그와 관련해서는 홍 의원도 의문부호를 찍었다. 그 블랙박스의 진실을 모른다는 말로 갈음했다.
그는 "민주당 지도부가 공세적으로 주도한 이슈에 대해 수세적으로 매듭을 지어 늘 지지자들로부터 비판받는 것 같다"며 "지도부의 자해적 전술로 당의 부정적 이미지가 확산되고 리더십은 약화되며 지지율은 떨어지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2013년 12월 31일 밤 NSC법안은 10분만에 통과됐다. 반대토론은 정진후 의원과 은수미 의원 딱 둘 뿐이었다. 오후 11시 8분에 개의한 국회 운영위는 이날 오후 11시 18분에 끝났다.
특검 문제도 모자란 판에 외촉법과 NSC법?2014년 1월 1일 오전 3시, 민주당은 의원총회를 소집했다. 이 자리에서는 단연 외국인투자촉진법 문제와 NSC법안 처리과정의 문제점이 성토됐다. 특히 외촉법을 둘러싸고 국회 법사위원장인 박영선 의원과 김기식 의원의 비판이 거셌다.
무엇보다 김 의원은 현장발언을 통해 "2013년의 마지막 국회에서 민주당이 의논해야 할 것은 국가기관 대선개입 의혹사건에 대한 특검 문제인데 왜 우리가 외촉법 등에 대해 논의해야 되느냐"고 개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안에서는 당 지도부가 외촉법과 NSC법 그리고 철도파업 해제와 국회 내 철도산업발전소위 설치, 국정원 개혁법 등을 패키지로 묶어서 크리스마스를 전후로 새누리당과 일괄타결했던 것은 아닌가 진단이 흘러다닌다.
그러나 이와 관련해 그 누구도 확인해주지 않기 때문에 진실은 알 수 없다. 다만 분명한 것은 새누리당에 패키지로 넘기는 동안 민주당이 그토록 대외적으로 비판하고 문제제기했던 이슈들에 대해 단 하나의 알맹이도 챙기지 못했다는 점이다.
국정원 개혁법안도 실질적 성과로 볼 수 없다는 진단이 나온다. 올 2월 국내파트 해제와 대공수사권 등 이른바 첨예한 사안을 두고 국정원 개혁특위 안에서 충돌할 수밖에 없는데 여기서 무엇을 성과로 따낼 수 있나 벌써 회의적인 목소리가 높다.
민주당, 박근혜에게 외촉법과 NSC법 주고 뭐 받았나?민주당이 지난 연말 여당과의 협상에서 외촉법을 내주고 상설특검과 특별감찰관제를 챙겼다고 하지만 이것도 실익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말은 이미 정치권 안에서 구문이다.
민주당 원내 지도부는 "제도특검으로 거의 상설화 단계에 왔으니 일단 반보는 뗀 셈"이라고 자평하고 있지만, 실질적인 힘을 발휘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운영방식 때문이다. 상설특검이라고 해도 별도의 조직과 인력을 갖춘 기구특검이 아니라 사건별로 특검을 임명하는 제도특검으로 의견접근을 이룬 데다 제도특검은 국회 의결을 거쳐야 한다는 점에서 기존의 특검과 다를 게 없다.
이름은 상설특검이지만 내용은 사실상 비상설이며 특검 요구도 국회 의석 1/3 동의로 할지 1/2 과반 동의로 할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특별감찰관제도 새누리당은 감찰관의 소속을 행정부로 하고, 3권 분립에 따라 국회의원과 판검사는 감찰 대상에서 제외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민주당은 이같은 새누리당의 입장에 반대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대체로 동조하는 분위기다. 그러니 외촉법을 내주고 받은 상설특검과 특별감찰관제도도 검찰개혁의 성과로 내세우기 어렵다.
이같은 문제가 끊임없이 지적되자, 민주당 안에서는 '이면합의설'이 돌고 있다. 민주당 지도부와 새누리당 지도부간 알려지지 않은 이면의 합의를 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그 이면합의의 내용이 무엇인지 현재까지 알려진 바는 없다. 그러나 이런 추측은 계속 여의도 정가를 떠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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