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할 때 실종됐던 남편실종됐던 남편이 본인의 실수를 만회하려는듯 아가를 안고 우유를 먹이고 있다.
박보경
병실로 옮긴 후, 가족들을 만났다. 나보다 더 흥분한 남자가 왔다갔다 하고 있었다. 누구세요? 혹시 출산의 순간에 자리를 비운 바로 그 분이신가요?
관계자들의 증언을 중심으로 사건을 재구성해보면 다음과 같다. 새벽에 아기를 낳을 것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친정엄마는 남편에게 시어머니를 모시고 저녁식사를 하라고 권했다고 한다. 어차피 다 같이 있어도 큰 도움이 못 되니 남편도 시어머니를 보낼 생각에 식사를 하러 자리를 떴다는 것이다.
식사 와중에 친정엄마의 급한 호출을 받은 남편은 허둥지둥 달려왔단다. 거의 도착했을 무렵 침대에 옮겨지는 나를 발견하고 그곳으로 달려오는 데 간호사는 남편을 붙잡고 가족분만실에 자리가 났으니 확인하고 서류에 서명하라고 했단다. 출산을 같이 하고 싶던 남편은 냉큼 서명을 하고 내게 오려는데 나는 이미 분만실로 들어갔다는 것이다.
앉지도 못하고 서지도 못하고 몇 번 왔다갔다 했을 뿐인데 내가 아기를 낳았다고 아기를 인큐베이터 같은 곳에 넣어 데리고 나왔다고 한다. 달려오는 아빠를 기다려주지 않았던, 가족분만실로 옮겨가는 것도 용납하지 않았던 우리 아기가 거기에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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