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전탑 음독 어르신, 장례 못 치르고 49재 맞아

고 유한숙 천도재 23일 조계사 대웅전... '밀양 희망버스' 관련 찬반 논란

등록 2014.01.20 20:05수정 2014.01.20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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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양 송전탑 문제로 괴로워하다 음독자살한 고 유한숙(당시 74살) 할아버지의 장례를 치르지 못한 채 49재를 맞았다. 밀양765kV송전탑반대대책위는 오는 23일 서울 조계사 대웅전에서 "고 유한숙 어르신 49재 천도재"를 지낸다고 밝혔다.

이날 천도재는 대한불교 조계종 환경위원회와 밀양765kV송전탑반대대책위가 공동 주관하고, 조계사와 불교시민사회네트워크가 후원한다. 이날 고인의 유가족과 밀양 송전탑 반대 주민들은 전세버스 두 대로 상경한다.

a  고 유한숙씨 유가족과 밀양 송전탑 건설을 반대하며 상경한 밀양 주민들이 2013년 12월 20일 오후 서울 강남구 한국전력공사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마친 뒤 고인을 추모하며 한지로 만든 하얀색 조화를 정문 앞에 매달고 있다.

고 유한숙씨 유가족과 밀양 송전탑 건설을 반대하며 상경한 밀양 주민들이 2013년 12월 20일 오후 서울 강남구 한국전력공사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마친 뒤 고인을 추모하며 한지로 만든 하얀색 조화를 정문 앞에 매달고 있다. ⓒ 유성호


천도재는 추모영상 상영, 조계종 환경위원회와 밀양대책위의 추모사, 유가족 인사에 이어 관음시식, 봉송의식으로 진행된다.

밀양 상동면 고정리에서 돼지를 키우던 고 유한숙 할아버지는 송전탑 경과지 피해보상에서 제외된다는 사실을 알고 지난해 11월부터 송전탑 반대 농성에 합류했다. 고인은 지난해 12월 2일 저녁 자택에서 음독한 뒤 병원에서 치료를 받다가 나흘 뒤인 6일 운명했다.

유가족들은 "고인의 뜻이다"며 "송전탑 공사 중단할 때까지 장례를 치를 수 없다"고 밝혔다. 유가족과 주민들은 밀양 영남루 맞은편 시민체육공원 입구 노천에 비닐움막으로 시민분향소를 설치해, 조문객들을 맞고 있다.

유가족들은 "고인은 송전탑 때문에 음독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밀양경찰서와 밀양시는 '복합적인 원인'이라며 고인의 음독자살이 송전탑 때문이라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밀양765kV송전탑반대대책위는 "경찰은 고인의 육성을 직접 녹음까지 해놓고도 여전히 사인에 대해 '복합적 원인'이라는 주장을 거두지 않고 있으며, 밀양시는 시민분향소 설치를 불허하며 현재까지 시청사 입구에 경비병력을 배치하고, 시청 직원들을 동원하여 경계 근무를 하는 등 반인륜적인 행태를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전국 곳곳 '송전탑 반대 주민 돕기' 나서

밀양 송전탑 반대 주민들을 돕기 위한 다양한 활동이 전국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용산참사 5주기 부산추모위원회'는 20일 저녁 부산 서면 쥬디스태화 앞에서 "용산, 쌍용차, 밀양 연대문화제 '여기 사람이 있다'" 행사를 열었다.


이들은 "밀양, 강정 등에서 국가폭력은 자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들은 시민들한테 오는 25~26일 '밀양 희망버스' 참가를 호소하기도 했다.

밀양 송전탑 갈등을 주제로 한 풍자만화 전시회가 21일부터 2월 7일까지 대구 중구 화전동 소셜마켓에서 열린다. '오! 밀양'이라는 제목으로, 박재동, 김용민, 박순찬, 고경일 등 시사만화가와 이란, 미국, 일본 작가 등 국내외 풍자만화작가 30여 명의 작품 50여 점이 전시된다.

민주노총 경남본부는 21일 오후 3시, 7시 창원노동회관 대강당에서 "할매하고 밀양전 보고, 밀양 희망버스 타자"는 제목으로 사진, 영상전을 연다. 박배일 감독이 만든 다큐멘터리를 두 차례 상영한다.

밀양 희망버스 기획단은 오는 25~26일 사이 이틀 동안 송전탑 반대 주민들을 돕기 위한 '희망버스' 행사를 밀양에서 갖는다. 서울 등 전국 곳곳에서 야당, 시민단체, 노동단체, 개인 등이 참가할 예정이다.

밀양바로세우기 시민운동 출범

a  밀양 송전탑 반대 주민들을 돕기 위한 '밀양 희망버스' 행사가 오는 25~26일 열리는 가운데, 이에 반대하는 보수단체와 문화단체는 ‘밀양 바로세우기 시민운동본부'를 결성하고 20일 오후 밀양청소년수련관에서 출범식을 가졌다.

밀양 송전탑 반대 주민들을 돕기 위한 '밀양 희망버스' 행사가 오는 25~26일 열리는 가운데, 이에 반대하는 보수단체와 문화단체는 ‘밀양 바로세우기 시민운동본부'를 결성하고 20일 오후 밀양청소년수련관에서 출범식을 가졌다. ⓒ 김종성


밀양지역 단체는 '밀양바로세우기 시민운동'을 출범하고, 희망버스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밀양 바로세우기 시민운동 추진위'는 20일 오후 밀양청소년수련관에서 출범식을 가졌다.

이날 행사에는 오명규 밀양연예인협회장, 김성규 의용소방대장, 박희학 밀양아리랑보존회장, 박상문 밀양이통장협의회장, 박찬동 무공수운자회장, 조영자 한국자유총연맹 경남도여성회장, 김종성 밀양바로세우기시민운동본부 사무국장 등이 참석했다.

밀양시민운동본부는 출범 취지문을 통해 "밀양의 갈등이 마냥 남의 일인양 방관만 하고 있어서는 안되겠다"며 "급진외부세력이 개입하여 갈등을 증폭시키고 지역이미지를 실추시키고 있는 상황에서 더 이상 좌시하고만 있을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급진외부세력들이 밀양을 전국적 갈등의 중심지로 몰고 가려는 불순한 시도를 차단하고 실추된 이미지를 회복하는 시민운동을 시작하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또 밀양시민운동본부는 "올바른 시민의식 개혁과 시민상의 정립을 위해 몸과 마음을 다해 헌신할 것"과 "실추된 밀양의 이미지를 회복해 나가기위해 밀양의 갈등과 분열을 획책하는 외부 불순세력을 더 이상 좌시하지 않을 것임을 강력히 경고한다"고 밝혔다.
#밀양 송전탑 #유한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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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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