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새 먹이주기 중단, 조류독감 확산 부추긴다

먹이주기에 의존하던 철새들, 먹이 구하려 다른 지역으로 분산 이동 중

등록 2014.01.28 16:58수정 2014.01.28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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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낙동강 하구에서 고니와 오리류에게 먹이를 주는 모습 (2009년)
낙동강 하구에서 고니와 오리류에게 먹이를 주는 모습 (2009년)한숙영

정부가 조류독감 확산을 막기 위한 대책으로 지자체들의 철새 먹이주기를 중단시켰습니다. 일부 지자체는 철새를 조류독감 확산의 주범으로 몰며, 철새 도래지에 대한 광범위한 항공 방역 대책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조처들이 오히려 조류독감의 확산을 부추긴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습니다.

환경운동연합은 28일 기자회견을 열고 조류독감의 확산을 막기 위해서 오히려 철새 먹이주기가 재개돼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환경연합의 조사에 따르면 현재 정부의 철새 먹이주기 중단 지침에 따라 순천, 서산, 파주, 고양, 창원, 구미, 철원, 창녕 등에서 야생 조류 먹이주기가 중단되었습니다.

이에 철새들이 먹이가 부족해지자 다른 지역으로 분산 이동하거나 민가에까지 접근하는 모습도 목격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철새들의 이동과 접촉은 조류독감의 확산 가능성을 높이고 있습니다.

철새들이 사람들이 주는 먹이주기에 의존하고 있는 이유는 바로 '곤포사일리지' 때문입니다. 소 여물로 쓰기 위해 추수 후 볕단을 말아놓은 이것 때문에 철새들의 주요 먹이인 낙곡이 줄어든 것입니다. 지속적으로 천수만 철새모니터링을 해 온 김신환 수의사는 "천수만 주변 농지에서 곤포사일리지를 만들기 시작하면서 최근 2,3년 동안 매년 20~30만 마리가 찾아오던 가창오리를 볼 수 없게 됐다"고 이야기합니다.

 추수가 끝난 밭에서 먹이를 먹기 위해 모여있는 철새들. 곤포사일리지로 인해 철새들의 주 먹이였던 낙곡(볍씨)이 줄어들면서 철새들은 사람들의 먹이주기에 상당부분 의존하고 있다.
추수가 끝난 밭에서 먹이를 먹기 위해 모여있는 철새들. 곤포사일리지로 인해 철새들의 주 먹이였던 낙곡(볍씨)이 줄어들면서 철새들은 사람들의 먹이주기에 상당부분 의존하고 있다.김신환

"철새도래지에 먹이 공급, 서식지에 안전하게 머물게 해야"

이러한 상황에서 먹이주기가 중단되자 철새들은 심각한 먹이부족에 시달리게 되었습니다. 때문에 철새들이 본래의 철새 도래지를 떠나 다른 지역으로 나뉘어 이동하거나 민가와 농장 인근의 논까지 접근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한국물새네트워크 이기섭 박사는 "먹이주기가 중단된 지금 철새가 사람들과 농장 가금류에 가장 가깝게 접근할 가능성이 높은 때"라며, "철새도래지에 먹이를 공급해 새들이 그들의 서식지에서 보다 안전하게 머무를 수 있게 해야한다"고 이야기했습니다.


또한 일부 지역에서 시행되고 있는 항공 방제에도 우려를 나타냈습니다. 철새들은 낮 시간 동안 물가에서 휴식을 취해야하는데, 헬기로 인해 이를 간섭받게 되면 스트레스를 받거나 활동량이 늘어나 오히려 철새들의 체력과 면역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것입니다.

게다가 광활한 야생동식물 서식 지역에 대한 방제가 가능하지도 않을뿐더러, 방역약품이 지나치게 살포되면 다른 동식물에게도 영향을 미치는 것 등 생태계에 문제를 일으킬 수도 있습니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AI의 확산 방지를 위해 철새 먹이주기를 재개해야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AI의 확산 방지를 위해 철새 먹이주기를 재개해야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박종학

기자회견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조류독감의 확산을 막기 위해서라면 오히려 철새 먹이주기를 재개해야 한다고 이야기합니다. 전북대학교 주용기 전임연구원은 "철새에게 먹이를 주는 것이 철새의 생존을 높이는 일인 것과 동시에 조류독감을 예방하는 일이기도 하다"며, "일정한 범위를 정하고 방재시설을 철저히 갖춘 후 먹이주기를 실시해야 철새의 이동을 막을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러한 철새 먹이 중단 조치에 대해 환경부는 먹이주기를 금지한 것이 아니라 시민들이 참여하는 '행사'를 금지한 것이라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습니다. 이에 환경연합은 긴급하게 내일부터 이전에 먹이를 공급했으나 현재 중단된 순천, 주남저수지, 고창, 파주, 철원, 서산 등지에서 지자체의 협조를 얻어 철새 먹이주기를 진행할 계획입니다. 이와 관련해 시민 모금도 함께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은 환경연합 홈페이지에도 게재되었습니다.
#조류독감 #조류인플루엔자 #AI #철새 먹이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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