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정도전>의 정몽주(임호 분)
KBS
드라마 <정도전>에서 포은 정몽주(1337~1392년)는 이성계와 매우 돈독한 사이다. 고려 개성의 귀족들이 '여진족 구역에서 온 변방의 촌뜨기'라며 이성계를 무시하고 따돌려도 정몽주만큼은 항상 이성계를 두둔하고 지지한다. 훗날 이성계의 조선 건국을 반대하다가 개경 선죽교에서 참혹하게 살해된 그 정몽주가 맞나 싶을 정도다.
두 사람이 얼마나 친밀한가는, 이성계의 다섯째 아들이자 이성계를 가장 많이 닮은 이방원의 태도에서도 잘 드러난다. 드라마 속의 이방원은 정몽주를 숙부라고 부른다. 우리 중 많은 이들에게는, 아버지가 동생처럼 아끼는 친구를 삼촌이라 부른 기억이 있다. 드라마 속의 이방원도 정몽주에게 그런 친밀감을 표시하고 있다. 훗날 아버지의 건국을 반대하는 원흉이라며 정몽주를 암살한 그 이방원이 맞나 싶을 정도다.
과장이 있기는 있지만, 드라마 속에 표현된 정몽주와 이성계의 관계는 실제 사실을 비교적 잘 반영하고 있다. 그런데 정몽주가 이성계를 그토록 좋아한 일은 당시로서는 꽤 대단한 일이었다.
고려 안에는 여진족이나 거란족 같은 소수민족들이 있었다. 바다의 탐라(제주도)도 완전한 고려의 일원은 아니었다. 그중 여진족은 고려 동북방에 독자적인 자치구역을 갖고 있었다. 이성계는 그런 소수민족 구역의 리더였다. 그런 이성계를 열렬히 따르는 정몽주의 행동은 고려사회의 엘리트들이 보기에는 독특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면, 최고의 엘리트인 정몽주가 변방의 비주류에게 그토록 호감을 가진 이유는 무엇일까? 정몽주가 그렇게 한 것은 무엇보다 그가 소수자를 배려하는 마음의 소유자였기 때문일 것이다. 이에 더해, 출신 성분도 그의 행동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비주류' 이성계를 챙긴 정몽주는 인간성 좋은 사람정몽주는 이른바 삼장(三場)장원 출신이다. 요즘 말로 하면, 사법시험이나 행정고시의 1·2·3차 시험에서 연달아 1등을 한 수재였다. 이런 능력에 비해 그의 가문은 초라한 편이었다. 9대조 이래로 그의 조상들은 대체로 한직을 맴돌았다. 그는 능력은 좋지만 이른바 '백'은 약한 인물이었다. 이 점은 정몽주가 이성계 같은 비주류를 따뜻하게 대한 배경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물론 한미한 가문에서 성장한 엘리트라고 하여 반드시 정몽주처럼 되는 것은 아니다. 가난한 집에서 성장한 정치 엘리트가 서민층을 깔아뭉개는 예를 우리는 충분히 경험했다. 하지만, 정몽주는 자기처럼 출신상의 콤플렉스를 갖고 있는 이성계에게 호감과 지지를 표시했다. 이 점에서, 그는 인간성이 좋은 사람이었다.
하지만 인간성이 좋다고 해서 반드시 훌륭한 역사적 업적을 남기는 것은 아니므로, 정몽주의 인간성에 지나치게 마음을 두지 않았으면 한다. 이것은 다만 정몽주가 이성계를 지지한 이유를 이해하기 위한 방편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