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 때 참았다가, 쓰기 전에 한바탕 울었어요"

[현장] <특별한 너라서 고마워> 출간 기념 저자와의 대화

등록 2014.03.11 13:03수정 2014.03.11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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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특별한 너라서 고마워>의 저자인 김혜원 <오마이뉴스> 시민기자가 10일 서울 강남구 밀알아트센터에서 열린 저자와의 대화에서 진행자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특별한 너라서 고마워>의 저자인 김혜원 <오마이뉴스> 시민기자가 10일 서울 강남구 밀알아트센터에서 열린 저자와의 대화에서 진행자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 이희훈


연일 안타까운 소식이 들려온다. 스스로 생을 저버렸다는 허망한 이야기들. 왜, 도대체, 무엇이 단 한 번 주어진 이 삶을 포기하게 만든 걸까. 추측만이 난무하다.

그런데 여기, 치열하게 사랑하며 생을 붙드는 사람들이 있다. 11명의 특별한 아이들의 이야기다. 다른 모습으로 다른 삶을 살아갈 이 아이들을 세상은 '장애아'라 부른다. 그리고 아이들 곁을 밤낮 서성이는 부모들이 있다. 그들의 기쁨, 슬픔, 사랑이 한 권의 책이 되었다. <특별한 너라서 고마워>(오마이북)가 그 주인공이다. 저자는 <나 같은 늙은이 찾아와줘서 고마워>(오마이북)를 집필하는 등 사회적 소수자에 대해 지속적인 관심을 가져온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김혜원씨다.

"취재 땐 꽉 참았다가, 원고 쓰기 전 한바탕 울었어요"

"책을 쓰는 과정에서 50년 가까이 살아오며 배우지 못했던 많은 교훈을 얻었습니다. 무엇보다 정말 열심히 살아야겠다고 생각했어요. 난 너무 작은 일에도 힘들어하는구나 싶었습니다."

두 아이의 엄마로서, 시민기자 생활을 함께 한 지도 어느덧 11년 째인 그에게 "무척이나 떨렸다"던 하루. 지난 10일 서울시 강남구 일월본동 밀알학교 밀알아트센터에서 열린 '특별한 너라서 고마워 출간 기념 저자와의 대화'에서 김혜원씨가 한 말이다. 이날 자리에는 독자를 비롯해 첫 취재 기획을 제안했던 밀알복지재단, 사진작가로 함께 참여한 추연만씨 그리고 책의 주인공들이 함께했다. 마이크를 잡게 된 부모들은 긴장된 듯 얼굴이 발갛게 상기돼 있었다. 김혜원 시민기자는 책의 인세 중 일부를 밀알복지재단에 기부했다.

책의 실린 글들은 지난해 <오마이뉴스>에 연재된 기사들이다. 당시 독자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김혜원씨에게 쪽지를 보내 도움의 방법을 묻는 이들도 많았고, 밀알복지재단 후원도 늘었다. 사회를 맡은 <오마이뉴스> 김지현 기자는 이 연재의 편집을 담당했었다. 그는 "(눈물이 나서) 기사를 편집하다 사무실을 뛰쳐나가곤 했습니다"라고 고백했다. 정작 김혜원씨는 어땠을까. 그는 "울 수 없었다"고 한다.

"제가 눈물을 흘리면 제 앞에서 말씀하시는 분들의 마음은 어떻겠어요. 가능한 웃었어요. 속없는 여자로 보였을지도 몰라요. 꽉 참고 있는 거였는데. 그리고는 원고를 쓰기 전 한바탕 울며 감정을 덜어내고 타자를 치기 시작했어요."


고통을 뚫고 자란 행복... 그리고 우려되는 미래

a  10일 서울 강남 밀알아트센터에서 열린 <특별한 너라서 고마워> 저자와의 대화에서 저자인 김혜원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맨 오른쪽)가  책 속에 등장하는 장애아동 학부모들에게 질문을 하고 있다.

10일 서울 강남 밀알아트센터에서 열린 <특별한 너라서 고마워> 저자와의 대화에서 저자인 김혜원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맨 오른쪽)가 책 속에 등장하는 장애아동 학부모들에게 질문을 하고 있다. ⓒ 이희훈


눈물로 쓰여진 이 책의 실제 이야기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부모들은 역경을 관통하고 있다. 하루하루가 아이들과의 지독한 전투. 그런데도 너나없이 행복하다고 한다. 선천성 희소병인 코넬리아디란지 증후군을 앓고 있는 혜연이의 아버지 황보석씨. 책 속에서나 실제 모습이나 그는 엄연한 '딸 바보'였다.


"지금도 저희 아이를 누군가 '자폐아'라고 규정할 때 낯설어요. 모자란 게 아니라, 조금 느린 거라 생각합니다. 책 제목을 처음 보고, 눈물을 흘렸어요. 아, 네가(혜연이가) 너무나 특별한 아이였구나. 네가 나에게 그런 존재였구나."

뇌성마비 장애아 현호의 어머니 박향숙씨도 "이 자리를 빌려 고백"할 게 있단다.

"저는 18년 동안 현호를 '틀림'으로 키워왔어요. 넌 나 없으면 못하는 사람이야, 라고요. 현호를 소중하게 대해준 도우미 친구들에게 밥 한 끼 산 적이 있어요. 그런데 그 친구들이 그러더군요. '난 너한테 해준 게 없는데 왜 고마워해? 우리는 친구잖아.' 감동 받았어요. 틀린 게 아니라 다른 거였어요. 이제는 아이와 많이 공감하고 있어요. 아이 아빠는 늘 그래요. 터널의 끝은 있어, 우리가 중간에 있어서 어둡게만 보이는 거야. 저 끝에 가면 밝은 빛이 있을 거야."

걱정은 크다. 아이들의 독립된 삶을 보장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장애를 지닌 채 스스로 삶을 꾸려가기에, 현재 장애인 복지제도는 틈새 투성이다. 그래서 "내가 아이보다 하루라도 더 살아있어야 한다"는 소원을 빈다. 남보다 왜소한 몸을 가진 딸 예인이와 같은 병명(연골무형성증)인 어머니 이선혜씨는 "사막 위의 오아시스"를 찾는 심정이란다.

"예인이가 이제 사회에 나갈 시기가 와요. 아이가 하고 싶은 일, 그리고 꾸준히 할 수 있는 일을 선택해야 하는데. 그게 가능할까. 예인이를 사회에 내보내려 해도 사회가 받아들일 준비가 안 돼 있으면, 얼마나 많은 좌절이 있겠어요. 몇 명씩 의무적으로 채용하는 방식이 있지만 돈으로 무마하는 회사도 많아요."

황보석씨 역시 "그 답은 사회가 함께 찾아줘야 한다"고 말했다. 해맑게 웃던 천재미술소년, 서번트 증후군의 세준이와 함께 행사장을 찾은 어머니 윤혜선씨는 "저는 하루라도 아이보다 더 살길 바라지 않아요"라며 "내가 없더라도 이 아이가 혼자서 사회와 충분히 소통하며 살 수 있기를 바라고 그러기 위해 노력할 거예요"라고 말했다.

삶을 이어주는 사랑, 특별한 너희 덕분이다

a   10일 서울 강남구 밀알아트센터에서 열린 김혜원 <오마이뉴스> 시민기자의 <특별한 너라서 고마워> 저자와의 대화를 마치고 책 속의 주인공들, 밀알재단 관계자들과 함께 사진을 찍고 있다.

10일 서울 강남구 밀알아트센터에서 열린 김혜원 <오마이뉴스> 시민기자의 <특별한 너라서 고마워> 저자와의 대화를 마치고 책 속의 주인공들, 밀알재단 관계자들과 함께 사진을 찍고 있다. ⓒ 이희훈


따뜻한 박수와 함께 마무리된 행사, 이후 김혜원씨에게 물었다.

- 요즘 생을 저버리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래서 굉장히 음울했습니다. 그런데 이 책을 읽고 "다시 힘내서 살아야겠다"라는 생각을 했어요. 분명 아픈 이야기들로 가득한데, 어디서 비롯된 것일까요.

"그게 제가 바라던 바예요. '힘내서 살아야겠다'라는 마음이 생기는 것. 사실 아이들의 부모들은 슬픔에 도취될 시간도 없어요. 매 시간 아이의 미래를 위해서 돈을 벌고, 시간이 남으면 옆에 꼭 붙어 있어요. 이들은 아이들을 주어진 만큼 사랑하는 게 아니라, 힘써 노력하며 사랑합니다.

그들을 보면, 내 사랑은 평생 2%도 안되겠구나 싶습니다. 한 분이 그러시더라고요. 갱년기가 왔는데도 느낄 새가 없이 지나갔다고. 그들은 부모의 정수를 살아내고 있습니다. 오히려 에너지가 넘쳐나, 전투사가 되신 분도 계세요. 자식을 위해 세상과 싸우고 있는 이분들의 이야기를 듣고 저 역시도 '아 멋지다! 나도 힘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 사실 누구보다 "죽고 싶다"는 생각, 이 분들이 많이 하셨을 거라 생각합니다. 그런데 굉장히 강하게, 힘차게 살아 있으세요. 그 동력이 무엇일까요.

"물론이에요. '운전 중에 지금 이 핸들만 꺾으면 아이와 내가 다 죽을 수 있다, 그게 더 낫지 않을까'라고 생각했던 분도 계셔요. 책에도 나오지만 대부분의 부모들이 그렇고요. 그런데 이분들은 연약한 자식일지언정, 그들의 생명을 자신의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으세요. 또 세상에 네가 태어난 의미가 반드시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 그 의미를 찾아가세요.

그리고 무엇에 집중하느냐의 차이라고 생각해요. 지금 내가 처한 힘든 상황을 볼 것인가. 그럼에도 지켜야 하는 사랑하는 이를 바라 볼 것인가. 결국 삶은 살아가는 이유를 찾아내는 과정이 아닐까요. 그분들은 삶을 이어지게 하는 사랑을 하고 계세요. 연약하지만 밝은 이 아이들이 만들어준 '힘'입니다."

정말이었다. 11명의 아이들은 '특별한 너'였다.
덧붙이는 글 김혜원 시민기자는 <특별한 너라서 고마워> 인세의 일부를 계속해서 밀알복지재단에 후원할 예정입니다.
#김혜원 #특별한 너라서 고마워 #오마이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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