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손잡이 오른손잡이 차이L은 좌반구를 R은 우반구를 나타낸다. 똑같은 자극에 나타나는 반응 부위가 왼손잡이(노란색)와 오른손잡이(푸른색)에서 전적으로 다르다.
독일 막스플랑크 연구소
왼손잡이 가운데는 또 예체능 능력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두뇌의 우반구가 발달된 사람의 비율이 오른손잡이에 비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가 하면 미국에서 이뤄진 한 조사는 왼손잡이의 지능지수가 오른손잡이보다 평균 1점 정도 높다고 밝히고 있다. 반면 정신분열증이나 각종 신경증에는 왼손잡이가 더 취약하다는 사실이 의학통계를 통해 확인되는 실정이다.
올해 25세인 K씨는 오른손잡이지만 왼손도 잘 쓴다. 그는 "초등학교 입학 전까지 왼손으로 밥을 먹고 글씨를 썼다. 그런데 엄마와 누나가 그 즈음 왼손을 쓰는 걸 자주 놀렸다. 주변 친구들도 거의 다 오른손잡이이고, 놀림을 받는 게 싫어 오른손으로 바꿨다"고 털어 놓았다.
그의 뇌는 평소 어떤 방식으로 작동할까. 전문가들은 타고난 오른손잡이와 왼손잡이의 중간쯤일 가능성이 높다고 추정한다. 하지만 말 그대로 추정일 뿐이다. 오른손잡이와 왼손잡이는 유전자에 의해 결정되기도 하지만, 태아 때 산모의 뱃속환경은 물론 후천적인 강요나 학습에 의해 정해질 수도 있다. 뇌가 우리 몸을 움직이는 중추지만, 역으로 신체의 어떤 부위를 집중적으로 사용하느냐가 뇌 기능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의미이다.
영어 단어, 'right'에는10가지 이상의 뜻이 있다. 이 가운데 '오른쪽'과 '옳은' 이라는 뜻이 가장 빈번하게 사용된다. 왼손잡이들로서는 곰곰이 생각하면 부아가 치밀 수도 있는 일이다. 헌데 영어만 오른쪽을 우대하는 건 아니다. 최근에는 좀 달라진 듯 하지만, 예전에는 우리 사회에서도 오른손을 '바른손'이라고 흔히 지칭하곤 했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오른손을 더 쳐주는 현상은 공통적이었다.
하지만 왼손잡이와 오른손잡이에 대한 최신 연구들은 양손의 우열을 함부로 속단할 수 없다는 결론으로 수렴된다. 흥미롭게도 버락 오바마를 포함한 미국의 최근 역대 대통령 7명 가운데 5명은 왼손잡이다. 보기에 따라서는 왼손잡이가 더 뛰어난 셈이다.
그러나 이 역시 짜맞춰야 할 퍼즐 가운데 일부분일 뿐이다. 확실한 것은 우열이 아니라 차이이다. 왼손이냐, 오른손이냐 하는 겉으로 드러난 차이가 아니라 인간의 사고를 지배하는 뇌의 구조와 기능 차이에 더 주목해야 하는 이유이다.
독일의 막스 플랑크 연구소팀은 최근 유명 학술지(<네이처 리뷰스 뉴로사이언스>)에 기고한 논문에서 뇌 과학자들 사이의 '공공연한 비밀'을 까발려 학계의 관심을 모았다.
이 논문의 요지는 "왼손잡이들도 연구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것이었다. 뇌신경 등을 연구하는 과학자들은 통계에서 변수를 줄이기 위해 왼손잡이를 배제하는 일이 잦은데, 이를 정면에서 꼬집은 것이다. 왼손잡이를 연구에 포함시키면, 데이터가 들쭉날쭉해진다는 건 학계에서는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연구자로서는 당연히 명쾌한 결론을 끌어내기 어렵다.
뇌의 작동 방식이 다르다는 말은 곧 사람이 다르다는 얘기와도 통한다. 막스 플랑크 연구소팀은 "왼손잡이의 비율이 인간 가운데 상당하고, 그들 또한 정상적인 사람의 한 부류"라고 지적했다. 오른손잡이에 대한 뇌 연구 결과를 인간 전체의 그 것인 마냥 포장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왼손잡이에 대한 부지불식간의 차별이 학계에서조차 엄존하는 게 현실이다. 왼손잡이에 대한 공정한 배려가 가능한 날은 언제쯤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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