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파 버스 사고 모두 운전자 탓? 급발진 가능성 조사해야"

[현장] '의문의 돌진' 송파 버스사고... 동료들이 본 사고 원인은?

등록 2014.03.31 20:41수정 2014.03.31 2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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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자는 말이 없으니까, 망자 책임으로 몰고 가는 게 가장 편하잖아요? 기사에 달린 댓글을 보세요. 댓글처럼, 급발진일 가능성이 높아요." (송파운수 소속 운전사 A씨)

의문은 쉽게 풀리지 않았다. 경찰이 지난 29일, 중간수사결과를 발표했지만 궁금증은 꼬리를 물었다. 경찰은 버스 기사 염아무개(60)씨의 졸음 운전으로 인해 1차 추돌이 발생했고  2차 추돌 역시 그가 가속 페달을 브레이크로 착각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하지만 경찰 발표대로 졸음 운전으로 인해 1차 추돌했다고 해도 2차 추돌은 석연치 않았다. 버스 내 설치된 폐쇄회로(CCTV) 영상을 보면 기사 염씨가 1차 추돌 후 돌진하는 차를 막아보려 애썼지만 버스는 시속 70km가 넘는 속도로 내달렸다. 단순 과실이라고 하기에는 의문이 남는다. (관련기사 : 송파 버스사고의 공포, 이래서 진실이 중요하다)

차고지에서 만난 그의 동료들 "2차 추돌은 급발진"

a  31일 오후 서울 강동구 강일동 강동공영차고지에서 만난 염씨의 동료들은 경찰의 수사 발표를 믿지 못했다. 죽은 사람에게 사고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 급발진에 대한 정밀 검사가 진행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31일 오후 서울 강동구 강일동 강동공영차고지에서 만난 염씨의 동료들은 경찰의 수사 발표를 믿지 못했다. 죽은 사람에게 사고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 급발진에 대한 정밀 검사가 진행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 강민수


31일 오후, 서울 강동구 강일동 강동공영차고지에서 만난 염씨의 동료들에게도 의문은 마찬가지였다. 오히려 경찰의 말을 믿지 못했다. 경찰이 염씨에게 사고 책임을 미루는 게 아니냐고 지적했다.

이날 오후 1시 40분이 되자 오후반 버스기사 7~8명이 컨테이너 박스 형태의 '송파상운 휴게실'로 모여들었다. 기사들은 도착하자마자, 알코올 측정기에 빨대를 대고 입김을 불어넣었다. '삐'소리와 함께 수치는 'O'이 찍혔다. 그리고 운전을 해도 된다는 점검표가 나왔다. 한 기사는 "휴게실 들어올 때마다 자동"이라며 "0.00001도 나오면 안 된다"고 말했다. 다른 기사들은 이날 북한의 서해상 포격 소식을 전하는 TV를 보고 있었다.

휴게실 유리창에는 'Smile 웃으면서, Safe 안전하고, Slow 천천히, Smart 모범되게, 4S를 실천합시다'고 적혀 있었다. 게시판에는 '3월 21일'자로 사장 이름의 알림 문서가 걸려 있었다. 몸에 이상이 감지되면 언제든지 회사에 알리고 조치를 취하라는 내용이었다.


사고가 난 3318번을 비롯해 송파상운 소속 370번, 3321번 등 3개 노선, 버스 20대가 이곳에서 출발한다. 20명씩 2개조, 40명의 기사들이 오전, 오후반으로 나눠 운행한다. 지난 19일, 사고 당시 오전반이던 염씨는 모친 병간호를 이유로 대체근무를 부탁했던 동료의 제안을 받아들이고 '두탕'을 뛰었다. 그날 사고로 자신을 포함 3명이 숨지고 16명이 다쳤다. 

"죽었다고 책임 몰고가면 안 돼, 사고차량 정밀 조사해야"


기사들은 2차 추돌의 원인이 급발진에 있다고 주장했다. A씨는 "졸음 운전을 했다고 해도 사고가 나면서 잠을 깨고 핸들을 바로 잡기 시작했다"며 "운전 경력이 한두 해도 아닌데, 브레이크와 가속페달을 착각하겠냐"고 말했다. 이어 그는 "경찰이 죽은 사람에게 책임을 몰아가는 게 눈에 보인다"고 했다.

B씨도 "다른 버스 기사들에게 물어봐라, 급발진이 아니면 사고가 설명 안 된다"며 "마라톤 풀코스 완주할 정도로 정신력이 대단한 사람인데, 가속페달을 밟을 수가 있냐"고 말했다.

또 사고 차량에 대한 정밀 검사를 당부했다. 자신의 버스도 급발진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사고 버스는 현대자동차가 만든 '뉴슈퍼에어로시티 초저상SE'버스로 지난 21일, 인천에서 일어난 연쇄 추돌 사고의 버스도 같은 기종이다. 연이은 버스 사고로 이 차종에 대한 정밀 검사 요구가 높은 상황이다.

C씨는 "사고 뒤 휴게실 분위기가 뒤숭숭했다"며 "사고 소식을 듣고 급발진이라 생각됐고 언제라도 나에게 닥칠 수 있어 두려웠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인천 버스 연쇄 추돌 사고도 급발진으로 추정되는데 사고 재발을 위해서는 정밀 조사가 먼저"라고 말했다.

빈칸이 된 무사고 일수 "침착했던 사람이... 믿을 수 없어"

a  서울 강동구 강일동 강동공영차고지 내 송파상운 휴게실.  31일 오후, 이곳에서 만난 염씨의 동료들은 염씨가 브레이크를 가속페달로 착각하는 일은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 강동구 강일동 강동공영차고지 내 송파상운 휴게실. 31일 오후, 이곳에서 만난 염씨의 동료들은 염씨가 브레이크를 가속페달로 착각하는 일은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 강민수


동료 기사들은 평소 염씨를 '염 목사'로 불렀다. 목사는 아니지만 그만큼 신앙심이 깊었단다. 또 다른 기사들과 다르게 술과 담배를 멀리했다. 마라톤에도 열심이었다. 그는 사고가 나기 3일 전, 서울 시내에서 열린 동아마라톤 대회에 참가했다. 3명의 동료과 함께였다. 염씨는 그들 사이에서 1등이었다. 이날 대회에 함께 출전한 동료 B씨가 그를 회고했다.

"<동아일보><조선일보> 등 일반인 마라톤 대회에서 풀코스를 몇 번이나 완주했어요. 정신력이 대단했죠. 그리고 술 안 마시고 담배 안 폈어요. 저랑 13년을 이 회사에서 일을 했는데 화를 내거나 싫은 소리한 적이 없었어요."

동료 C씨는 "차분하게 운전해 큰 사고 없이 차 몰았던 사람"이라고 말했다. C씨는 "사고 당일도 행인이나 차량과 부딪치지 않으려고 차선을 넘나들었다"며 "사람을 살리기 위해서 최대한 방어 운전을 했는데, 사고를 친 사람으로 알려져 동료 기사로서 안타깝다"고 말했다.

휴게실을 나오는데, 무사고 일수 현황판은 빈칸이었다. 기사들은 자신들의 배차 시간이 다가오자 하나 둘 일어나 버스로 갔다.
#송파 버스 사고 #급발진 #송파상운 #3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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