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악루에서 그린 겸재 정선의 그림에 보이는 한강과 강건너의 산들.
겸재 정선 기념관
"조선에 가서 양천현을 보지 못했다면 조선을 다녀왔다고 말하지 말라."옛 중국 사신들은 조선시대 양천현의 아름다움을 두고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아마도 그들은 궁산의 누각 소악루에 올랐던 것 같다. 소악루(小岳樓)는 중국 동정호의 악양루 경치에 버금간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겸재 정선이 한강을 바라보며 그린 '안현석봉'(안현은 현재의 안산), '목멱조돈'(목멱은 현재의 남산) 그림이 누각안 안내판에 담겨져 있어 눈 앞에 펼쳐진 한강과 주변 모습을 옛 풍경과 비교해 감상하기 좋다. 궁산과 한강 사이에 널찍한 강변도로가 지나가고 있어 옛 모습을 짐작하기가 쉽지 않지만, 선생의 그림처럼 강 건너 삼각산(북한산), 안산, 인왕산, 남산까지 잘 보인다. 더불어 한강 하류의 물줄기가 파노라마로 한눈에 들어오는 게 풍치 한 번 참 좋다.
아쉽게도 현대에 와서 그만 쓰레기 산이 되버린 난지도(현재의 하늘공원, 노을공원)에 가려 그림 속의 만리재, 애오개, 와우산 등은 이제 더 이상 보이지 않는다. 여름엔 강바람이 불어와 무척 시원할 것 같고 누각에서 보이는 강변의 해 저무는 풍광도 꽤 운치있을 것 같다. 조선시대 겸재 정선이 양천현감으로 부임한 뒤 경치를 화폭에 담기 위해 매일 찾았다는 말이 허언이 아님을 알 수 있었다.
겸재 정선은 양천향교에 선정비가 남아 있을 정도로 목민관 역할도 충실히 했지만 현령 시절 가장 큰 업적은 한강 일대의 아름다운 풍광을 후대에 전한 것이다. '경교명승첩(京郊名勝帖)' '양천팔경첩(陽川八景帖)' 등이 그것이다. 특히 소악루는 시와 그림의 만남으로 유명하여 누각안에 정선의 그림과 이병연의 시를 함께 감상할 수 있도록 만들어 놓았다.
정선은 1740년 양천현감으로 부임하면서 당시 진경시(眞景詩)의 태두 이병연(1671~1751)의 시문(詩文)과 자신의 그림을 바꿔 보자고 약속하고 한강 주변의 많은 풍광들을 그렸다. 정선과 이병연은 진경시문학의 기틀을 마련한 삼연 김창흡의 문하(門下)에서 함께 수학한 동료이기도 하다.
허준 자취가 남아있는 공암나루공원, 허준 박물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