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아~ 어디 갔니?'... 농부는 자나 깨나 걱정

모래 아침에는 영하 3도로 떨어진다는데...

등록 2014.04.04 10:45수정 2014.04.04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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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임시방편으로 상추밭에 미니 비닐하우스를 만들었다.

임시방편으로 상추밭에 미니 비닐하우스를 만들었다. ⓒ 최오균


오늘(4월 3일)은 날씨가 하루 종일 오락가락 하는군요. 비가 내렸다가 그쳤다가 다시 내리고, 바람이 강하게 불다가 잠잠해지고…. 기온도 어제보다는 뚝 떨어져 이제 다시 봄이 시작되는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날씨가 따뜻하다고 절대로 마음을 놓지 말아야 합니다. 이곳은 이러다가 갑자기 기온이 뚝 떨어지기도 하니까요."

어제 이장님에게 상추를 심는다고 했더니 이장님은 "방심을 해서는 절대로 안 된다"라며 충고를 해줬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38선 이북인 이곳 연천군은 내일 아침은 영하 1도, 모래 아침엔 영하 3도까지 수은주가 내려간다는 일기예보가 있군요.

a  4월 2일 작년보다 20일 일직 상추 모종을 심었다.

4월 2일 작년보다 20일 일직 상추 모종을 심었다. ⓒ 최오균


오후에 비가 그치자 안심이 되지않아 상추 모종을 덮는 작업을 했습니다. 로지에 심은 상추는 아무래도 영하의 날씨로 기온이 내려가면 된 서리를 맞아 얼어죽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철사를 박아 둥그렇게 미니 비닐하우스를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그 위에 부직포를 덮고 다시 텐트 천을 이중으로 덮었습니다. 서리만 피하면 살 수 있을 것 같기 때문입니다. 지난해보다 20일 일찍 상추를 심으며 아무래도 걱정이 되긴 했습니다.

3월 말 경부터 매일 20도를 웃도는 기온은 봄이 실종되어버리고 바로 여름이 시작되는 것을 방불케 했습니다. 작년에는 4월 7일경에도 눈이 하얗게 내리고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금년에는 3월부터 기온이 20도를 웃돌며 모든 꽃들이 조기에 피어오르고 있습니다. 작년에 쓴 일기를 보니 산수유는 3월 말일 경에 겨우 꽃봉오리가 맺혔고, 꽃잔디는 4월 20일 경에 피어났습니다. 그런데 금년에는 벌써 산수유가 지우개로 지우듯 색이 엷어져가며 스르르 떨어져 내리고, 꽃잔디는 벌써 3월에 활짝 피어났습니다.  

a  작년 3월 31일 꽃봉오리가 맺힌 산수유

작년 3월 31일 꽃봉오리가 맺힌 산수유 ⓒ 최오균


a  금년 3월 31일에는 산수유가 이미 색을 바래며 져가고 있다.

금년 3월 31일에는 산수유가 이미 색을 바래며 져가고 있다. ⓒ 최오균


전곡 육묘상회 아저씨의 말로는 금년에는 계절이 20일 정도 앞서가고 있다고 합니다. 작년에는 상추모종을 4월 23일 경에 심었는데, 금년에는 3월 말부터 벌써 육묘상회에 모종을 죽 진열해 놓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모종을 사다가 4월 2일 날 심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아무리 봄이 실종됐다고는 하지만, 아직 봄기운은 남아 있는 모양입니다. 여린 상추에 부직포를 덮는 등 부산을 떨며 임시방편으로 조치를 해 놓았지만…. 글쎄요, 영하 3도의 추운 날씨를 견디어 낼지 걱정입니다. 귀촌을 해서 텃밭 농사를 지으면서도 이리 마음이 조이는데, 농사를 업으로 삼고 있는 농부들의 마음은 어떠하겠습니까? 농부들은 자나 깨나 걱정이 태산입니다.
#봄의 실종 #상추모종 #사수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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