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 한 그릇 간장 한 종지

평화가 가득한 밥상

등록 2014.04.04 13:13수정 2014.04.04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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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우리는 먼저 먹는 것 앞에서 겸손을 할 필요가 있습니다. 주지육림(酒池肉林)의 패악(悖惡)과 약탈의 시간들을 겸허하게 뒤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는 먼저 먹는 것 앞에서 겸손을 할 필요가 있습니다. 주지육림(酒池肉林)의 패악(悖惡)과 약탈의 시간들을 겸허하게 뒤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 이안수


흔하게 쓰는 말 중에 제 마음을 불편하게 하는 표현 두 가지가 있습니다.


"인간은 만물의 영장이다."라는 말과 "상다리가 부러지도록"이라는 말입니다.

인간에게 만물의 우두머리 자리를 누가, 어떤 자격으로 부여했는지 알 길이 없습니다.

이 차별적이고 우월적인 사고가 얼마나 자연을 파괴해왔으며 다른 종들과의 아름다운 공존을 해쳐왔는지 헤아리기 어렵습니다.

우리는 겸손하게 우리 본래의 위치를 직시할 필요가 있습니다.

자연의 한 구성원으로서의 위치를…….


사람이 먹는 모든 것은 일정부분 자연으로부터의 약탈입니다. 무엇보다도 먹는 것 앞에서 겸손할 필요가 있습니다.

숟가락을 놓고도 남은 것이 태반인 고량진미(膏粱珍味)는 오히려 악행일 수 있습니다.


4월 2일 밤, 평화가 가득한 밥상을 받았습니다. 

흰 쌀죽 한 그릇에 간장 한 종지의 식사. 유기농법으로 지은 쌀로 옆에서 불길을 지키며 정성으로 쑨 죽과 3년 된 간장독에 양쪽이 막힌 대나무를 6년간 담가 삼투압으로 대통을 채운 대나무간장만의 식탁이었습니다.

자연요리전문가이신 문성희선생님은 나무숟가락에 조심스럽게 간장을 떠서 백옥의 흰 죽 위에 두어 방울을 떨어뜨리고 그 색의 조화를 살핀 다음 한 숟가락을 떠서 입으로 가져갔습니다. 그리고 씹기 전에 입에 머금어 간장 향과 흰쌀의 구수한 조화를 음미한 다음 천천히 삼켰습니다.

내가 먹는 음식이 나를 만듭니다. 평화가 깃든 숟가락을 떠야 비로소 내 몸에 평화가 찾아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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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안수

덧붙이는 글 모티프원의 블로그 www.travelog.co.kr 에도 함께 포스팅됩니다.
#평화가깃든밥상 #쌀죽 #대나무간장 #문성희 #우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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