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형을 제외한 나머지 혈액형은 말라리아에 특히 취약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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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반구에서 해외여행이 잦아지는 4월. B형 혈액형 여행객이라면 스페인 방문에 살짝 걱정이 있을 수도 있겠다. 여행 중 응급 수혈이 필요한 상황에 맞닥뜨린다면, 피를 받기가 쉽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으니까. 하지만 결론적으로 크게 염려할 필요는 없다. 스페인은 B형에게 피를 줄 수 있는 O형 인구 비율이 A형에 이어 두 번째로 높기 때문이다.
헌데 스페인이 아닌, 동남아시아나 아프리카로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자신의 혈액형을 한 번쯤 다시 확인하는 게 좋겠다. 봄은 이들 지역에서 치명적인 말라리아가 기승을 부리기 시작하는 계절인 탓이다.
O형을 제외한 나머지 혈액형은 말라리아에 특히 취약하다. 세계보건기구(WHO) 국가들이 4월 25일을 '세계 말라리아 날'로 정한 건 해외여행이 활발해지는 시기, 여행자들에게 경각심을 주려는 목적도 있다.
O형 혈액형을 가진 사람들이 안심해야 한다는 뜻은 아니지만, O형은 왜 말라리아에 상대적으로 강한 면모를 보일까. 유력한 진화이론에 따르면, O형은 말라리아에 대항해 생겨난 혈액형일 가능성이 높다. 인류의 조상은 오늘날처럼 A, B, AB, O 등 네 가지 혈액형을 가진 게 아니었다. 유전학자들은 인류의 '오리지널' 혈액형을 A로 추정한다. 적어도 대략 350만년 전에는 A형만 있었다는 것이다.
그러다 우연히 돌연변이에 의해 B형이 생겨났다. 뒤이어 AB형이 나타났다. O형은 가장 뒤늦게, 즉 100만년 전쯤에 출현했다. O형의 적혈구는 말라리아가 증식하기 어려운 단백질 등으로 구성됐다. 뒤늦게 나타난 O형 인구가 인류 전체를 통틀어 가장 많아진 것은 적자생존의 논리가 작용했다는 뜻이다.
O형은 인구가 제일 많을 뿐만 아니라, 인류의 발상지라는 아프리카 등에서는 그 비율이 60~70%로 월등하게 높다. 이런 이유로 한때는 일부 학자들 조차도 O형을 인류의 오리지널 혈액형으로 추정하기도 했다.
말라리아가 아니더라도 몇몇 질환은 혈액형에 따라, 다른 발병 양태를 보인다. 예를 들면, O형은 위궤양이 생기고 쉽고, 겨드랑이나 사타구니가 부어 오르는 선 페스트에 취약하다. 반면 A형은 위암과 천연두에 걸리기 쉽다. 한국을 포함해, 중국, 인도에 B형 혈액형을 가진 사람들이 많은 것 또한 선 페스트나 천연두에 대항하기 위한 자연선택으로 풀이하는 학자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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