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안철수의 길'은 잘 가고 있나

[인터뷰] 광주 출신 새정치민주연합 부산시당 공동위원장 김종현 교수

등록 2014.04.10 08:57수정 2014.04.10 0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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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정치민주연합 부산시당 공동위원장 김종현 교수. 연구실에 걸려 있는 붓글씨는 '고개 들어 하늘 향해 큰 소리로 외치다'는 뜻의 앙천장소(仰天長嘯)
새정치민주연합 부산시당 공동위원장 김종현 교수. 연구실에 걸려 있는 붓글씨는 '고개 들어 하늘 향해 큰 소리로 외치다'는 뜻의 앙천장소(仰天長嘯)최종명

광주 출신으로 새정치민주연합 부산시당 공동위원장으로 정치판에 뛰어든 부산 동아대학교 중국학과 김종현 교수. 서른도 채 안 된 나이에 부산에 둥지를 잡고 25년 세월 동안 오로지 후학 양성과 중국과의 교류에 헌신해왔다. 베이징, 상하이, 광저우의 중국 3대 도시의 기업 및 정치권과의 교류는 물론이고 중국 공산당 중앙의 최고 지도자급과도 인연이 남다르다.

기자가 아는 바로는 가장 폭넓고 알찬 인맥을 보유한 중국전문가로 평소에 한중 교류에서 중요한 역할을 기대하고 있었다. 그런데 지천명(知天命)을 넘긴 나이에 왜 정치에 한발을 깊게 내디딘 것일까? 한걸음에 부산 동아대학교 부민 캠퍼스 연구실에서 만나 그 궁금증을 들어봤다.

연구실에 들어서자마자 앙천장소(仰天長嘯) 붓글씨가 눈에 들어온다. '고개를 들어 하늘을 향해 큰소리로 외치다'는 뜻이 지금의 김 교수의 심정인 것인가?

- 붓글씨가 멋집니다. 세상을 향해 외칠 게 있습니까?
"대만의 유명한 서예가가 써준 것인데 중국학자로서 사람들이 좋아하는 문구라 걸어둔 것일 뿐 별다른 뜻은 없습니다."

- 안철수 대표와 인연이 남다를 듯한데?
"2년 전부터 긴밀히 '새정치'를 위해 만나왔습니다. 부산의 시민단체와 학계 등이 중심이 돼 2012년 11월 부산내일포럼 상임대표를 맡으면서 본격적으로 안 대표를 도와왔어요."

김 교수는 부산 KBS의 <아침마당>에 4년 동안 출연하면서 부산에서는 방송진행자로서도 잘 알려져 있다. 시민단체의 활동가로서 지역발전을 고민하고 새로운 정치를 위해 오랫동안 노력해온 셈이다.

지난 대선에서 안철수 후보의 지지그룹을 대표해 부산지역에서는 이미 유명인사다. 자연스레 안철수 대표와 행보를 함께 해왔는데 민주당과의 통합선언으로 갈등도 있지 않았을까?


- 양당 통합으로 자연스레 정치권에 발을 디딘 셈인데?
"사실 그만두려고 했지요. 그런데 안철수 대표의 상황이 딱하고 절박했습니다. 새정치에 대해 함께 의논하고 매일 만나다시피 했는데 고민을 함께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게다가 시당 위원장까지 맡으라고 하니 내가 정치인으로서 좋은 역할을 할 수 있을지 부담도 많습니다."

- 안철수 대표와의 만남이 중국학 교수로서는 딱 어울리는 것은 아닌데?
"(안철수 대표에게) 중국 이야기 많이 해주고 있습니다. 중국 인재 풀을 만들어볼 생각도 있긴 합니다. 부산에서 내 역할이 있고 (새정치를) 제대로 해나간다면 중국학자로서 품은 뜻을 이룰 수 있지 않을까요?"


- 부산 분위기는 어떤가요?
"합당 이후 잘 (지지율이) 오르지 않고 있네요. 기존 정치인들이 불쏘시개가 될 생각은 없고 서로 눈치만 보는 기존 정당조직의 한계가 여전합니다. 부산뿐 아니라 전국적으로 저조한 것에 대해서도 연구 중입니다.

부산에 내려온 이후 한 번도 야권이 정권을 잡은 적이 없는데 이번에 새로운 교두보를 쌓고 반드시 24년 일당 독재를 끝내도록 역할을 할 생각입니다. 요즘 학생들 가르치는 수업시간만 빼고 나머지는 온통 정당 스케줄입니다."

실제로 방송 진행뿐 아니라 중국교류 관련해 많은 일들을 다 손 놓고 있다고 한다. 대학 보직은 물론이고 중국정부와 합작해 만든 동아대학교 공자아카데미 원장도 그만뒀다. 공자아카데미는 중국 교육부가 전 세계 각 나라의 500여 개 대학교와 손잡고 중국어교육 및 중국문화 보급을 위해 만들어진 단체이다. 김 교수는 한국 공자아카데미를 대표해 세계 공자아카데미 회의에도 참여하는 등 활발하게 활동해왔다.

 지난 3월 22일 오후 부산상공회의소 대강당에서 열린 새정치민주연합 부산시당 창당대회에 참석한 이해성.김영춘 부산시장 예비후보와 조경태 의원, 박재호.김종현 부산시당 공동위원장이 국민의례를 하면서 애국가를 부르고 있다.
지난 3월 22일 오후 부산상공회의소 대강당에서 열린 새정치민주연합 부산시당 창당대회에 참석한 이해성.김영춘 부산시장 예비후보와 조경태 의원, 박재호.김종현 부산시당 공동위원장이 국민의례를 하면서 애국가를 부르고 있다.윤성효

- 기초 정당공천 폐지에 대한 생각은?
"기존 지역정치권은 시민과는 무관하게 짜고 치는 판입니다. 구청장과 기초의원, 부산은 정말 심각합니다. 견제를 위해 기초의원의 문호를 열어야 합니다. 기초단체장 견제도 필요합니다. 기득권을 가진 정치인들이 줄 세우기로 정치신인들의 도전을 막고 있는데, (기초공천 폐지가 이를) 극복해야 한다는 취지라면 바르게 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좀 다른 이야기이지만 제자들에게도 기초 의원에 도전해보라고 권유하기도 합니다. 실제로 젊고 의욕 있는 친구들이 밑에서부터 자리 잡아야 미래가 있을 것입니다."

- 야권 기초단체장들이 심각성을 느끼는데 …
"4년 동안 수도권의 기초단체장, 구청장으로서 도대체 뭘 했는지. 다음 선거를 위한 정치적 디딤돌만 생각했지 진정 시민들을 위한 노력을 했는지 호통을 치고 싶다."

- '안철수의 길'은 잘 가고 있는 것인지요?
"잘 하고 있는가에 대한 질문은 새정치를 위한 길로 제대로 잘 가는지와 정말 실효성 있게 가고 있는지와는 좀 다르다. 현재 두 가지 방향에서 많은 고민이 있고 어렵지만 긍정적으로 가려고 하는 것 같다. 부산에서 힘을 실어주어야 할 것 같다."

- 이번 선거를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
"이번 선거는 전국을 돌며 무조건 1번 뽑지 말자는 운동이 핵심이다. 약속 불이행 박근혜 대통령에게 치열하게 문제도 제기하고. 당분간은 좀 기다려서 당 내부적으로 누가 당을 흔들고 있는지 판단할 필요도 있다. 다양한 이유를 들어 공천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합당한 당을 깨려는 의도일 수도 있다. 내부적으로 정리한 후 선거에서 힘을 모아나갈 방안을 찾고 그렇게 실천해야 한다."

김 교수는 중국전문가로서 볼 때 박근혜 정부에게 가장 큰 문제가 무엇인지에 대해서 '5.24조치(천안함 사건 이후 이명박 정부의 남북관계 단절 선언) 해제도 없이 남북문제이건 '통일대박'이건 말하는 건 도대체 이해가 안 된다. 전혀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는다'고 설파한다. 중국은 결국 북한 문제와 뗄 수 없는 것이 아닌가. 동북아 평화와 남북문제에 이르기까지 중국전문가로서, 이제 정치인의 역할이 기대되기도 한다.

 김종현교수 연구실에 중국 고대 4대 명저인 <삼국연의>, <수호전전)>, <서유기>, <홍루몽)>가 나란히 보인다. 원서로 된 책이다.
김종현교수 연구실에 중국 고대 4대 명저인 <삼국연의>, <수호전전)>, <서유기>, <홍루몽)>가 나란히 보인다. 원서로 된 책이다.최종명

연구실 벽에는 중국 서적이 잔뜩 꽂혀 있다. 중국 고대 4대 명저인 <삼국연의>, <수호전전>, <서유기>, <홍루몽>이 나란히 보인다. 물론 원서로 된 책이다. 외국어대학교와 대만국립대학에서 배운 중국어는 남들보다 낫다는 생각에서 재미난 일화가 많았다고 한다.

처음 부산에 갔을 때 전임강사 시절 6월 항쟁이 발생해 서명 교수로 학교 당국에 찍히기도 했다. 1990년대 초에는 학내 민주화 문제에도 관여해 해직당할 위기 때마다 가족들은 염려가 많았다. 그때마다 믿는 구석이 있었다. 중국어 하나는 정말 잘했으니 '그만두면 종로 가서 중국어 강사 하면 교수 월급보다 많이 받으니 걱정하지 마라'고 무마하곤 했다.

중국 정가에 대한 해박한 정보와 관점을 가지고 있으며 중국 역사와 문화에 대한 이해가 높다. 게다가 중국어를 유창하게 하는 정치인이라니 기대가 된다. 더구나 광주 출신의 부산 정가의 떠오르는 신예라니 많은 이들의 관심과 함께 '김 교수가 드디어 국회의원 되려고 한다'는 추측이 난무한 입방아에 오를 만도 하다.

"당장은 새정치연합이 부산에서 자리 잡는데 제 역할이 중요하지요. 1년 후 진지하게 생각해볼 문제이긴 하지만 학자로서, 가족과 상의해야 할 문제이니 선급하게 말할 문제는 아닙니다."

인터뷰를 마치고 학교 부근 횟집에서 간단하게 회포를 풀었다. 안철수 대표와 자주 와서 술도 마시고 이야기도 하던 단골집이라고 한다. 중국을 제대로 알고 있는 사람이 정치인으로서 한자리 차지해도 좋다는 것이 기자의 일관된 생각이다. 술잔을 주고받으면 속내가 더 진하게 풍겨 나온다. '새정치'와 '중국'을 안주 삼는 이야기가 평범한 시민들의 모습과 사뭇 다르지 않았다. 그렇지만 그저 푸념만이 아닌 정치인으로서의 의욕으로 느껴지는 것은 꽤 기분 좋은 느낌이기도 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13억과의 대화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새정치민주연합 #김종현 #동아대학교 #부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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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발품취재를 통해 중국전문기자및 작가로 활동하며 중국 역사문화, 한류 및 중국대중문화 등 취재. 블로그 <13억과의 대화> 운영, 중국문화 입문서 『13억 인과의 대화』 (2014.7), 중국민중의 항쟁기록 『민,란』 (2015.11)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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