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석씨가 쓴 책 <거대한 사기극> 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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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석씨는 지금까지 <거대한 사기극> <인문학으로 자기계발서 읽기> <공부란 무엇인가>, 이렇게 세 권의 책을 썼다. 이 중에 <인문학으로 자기계발서 읽기>에서는 우리 사회에서 큰 반향을 일으켰던 베스트셀러 자기계발서들의 내용을 분석하며 그 사회적 맥락과 의미를 조명했는데, 다루고 있는 책의 목록은 다음과 같다.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 로버트 기요사키<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 스티븐 코비<익숙한 것과의 결별> 구본형<공병호의 자기경영노트> 공병호<아침형 인간> 사이쇼 히로시<보보스> 데이비드 브룩스<시크릿> 론다 번<인생 수업>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데이비드 케슬러<긍정의 힘> 조엘 오스틴<서른 살이 심리학에게 묻다> 김혜남<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 혜민<리딩으로 리드하라> 이지성<시골의사 박경철의 자기혁명> 박경철<인문학으로 자기계발서 읽기>에서 이원석씨는 자기계발서를 우리 사회를 가늠할 수 있는 바로미터라고 말한다. 믿을 것은 오직 자신밖에 없으므로 스스로를 훌륭한 인적자원으로 가공하라고 자기계발서는 설파한다. 어떻게 보면 일종의 현대판 복음서라고도 할 수 있다. 거기에는 약속이 있고, 구원이 있다.
'자기 안에 능력이 있다. 그러니 스스로를 믿어라. 나 자신의 능력을 발견하고, 계발하는 방법을 이 책에서 알려주마. 이것만 알게 되면 이제부터 펼쳐질 길은 거침없는 아우토반일 뿐이다.'<시크릿>이든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이든 똑같이 말한다. 그렇기에 우리 모두가 그 약속을 붙들고, 그 구원을 좇는다. 우리 시대의 정신이 여기에 녹아 들어 있다. 실패도 성공도 모두 내 탓이다. 하지만 정말 모든 것이 자신의 마음먹기와 노력하기에만 달린 것일까? 한 진보적인 싱크탱크의 임원 한 분은 청년실업 문제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대학생 열 명 중 한두 명이 고민하는 문제면 그것은 자기 자신에게 원인이 있지만, 대학생 열 명 중 여덟아홉 명이 고민하는 문제라면 그것은 사회 구조가 문제다.'좀 다른 경우지만, 스페인 제국주의에 맞서서 중남미 쿠바를 해방시키기 위해 평생을 바친 호세 마르티는 이렇게 말했다.
'게으르지도 않고 그렇다고 성격이 고약한 것도 아닌데도 불구하고 가난한 사람이 있다면, 그곳은 불의가 있는 곳이다.'과연 청년들 대부분이 갑자기 이전에 비해서 천성이 게으르거나 성격이 고약해져서 집단으로 취직이 안 되고 어려운 상황에 빠진 것일까? 외려 단군 이래 최대의 스펙을 자랑하지 않던가? 유전적으로 한 세대 대부분의 청년들이 동시에 게으름 돌연변이, 성격파탄 돌연변이가 발생할 확률이 얼마나 될까?
게으르지도 않고 성격이 고약한 것도 아닌데도 불구하고 집단으로 이런 일을 겪고 있다면 결론은 하나다. 사회 구조가 잘못됐다. 그것도 지독하게 잘못됐다. 이렇듯 문제가 자기 내부에 있지 않고 사회 구조에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면 당연히 문제를 풀기 위해서도 우리의 내면보다는 사회 구조의 잘못된 부분에 메스를 대야 한다. 그런데 대부분의 자기계발서들은 그저 한 개인이 아침형 인간이 되고, 7가지 습관을 몸에 익히고, 생생하게 꿈꾸고 절실하게 바라면 이루어진다고만 외친다.
그의 '서로계발서'가 기대된다 한동안 자기계발(self-help)은 우리의 시대정신으로 작동해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거시적으로 교육이나 복지 정책 등 국가 영역에서부터 미시적으로 학습이나 시간 관리 등 개인 영역에 이르기까지 모든 장(場)을 아우르고 있습니다. 자기계발이라는 용어를 알든 모르든 상관없이 모두의 삶을 규정하기에 이른 것이지요. 하지만 이제 그러한 팽창의 끝에 이르러 그 거품이 꺼지기 시작하고 있습니다. 사실 그 열풍은 거대한 사기극이었습니다. 국가와 학교와 기업이 담당해야 할 몫을 개인에게 떠넘김으로써(민영화, 사교육, 비정규직 등), 사회 발전의 동력을 확보한 셈이니까요.영화 <매트릭스>에서 주인공 네오(Neo)는 인큐베이터 속에 갇힌 인간을 배터리로 사용하는 그로테스크한 정경을 직면합니다. 그러나 정작 인큐베이터 속에서 살아가는 인간들은 가상현실을 경험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이게 바로 우리의 현실일 것입니다. 자기계발의 구루들에 따른다면, 성실한 노력과 위대한 생각으로 현실을 창조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자기계발은 뇌내 망상으로 현실 착취를 가리는 이데올로기에 다름 아닙니다. 결국 사회라는 이름의 매트릭스를 작동시키기 위한 배터리로 사용되고 있다는 것이 평범한 서민의 현실이라고 봐야 맞을 것입니다. 이게 바로 우리의 실존을 가리키는 불편한 진실입니다.- 이원석씨의 책 <거대한 사기극> 중에서"대중은 일반적으로 현재 주어진 사회 속, 그러니까 현실 속에서만 살아갑니다. 마르쿠제가 얘기했던 1차원적 사회인 거죠. 그 속에서 남들을 기준으로 살아가게 됩니다. 남들이 좋아하는 대학, 남들이 좋아하는 직장을 추구하게 되죠. 우리집이 강남에 있으면 자랑스럽고 평수가 50평이면 어깨에 힘이 들어가지요. 저는 한국 사회에서 대중들의 '욕망'이 바뀌기를 바랍니다. 입맛이 달라져서 맵지 않고 짜지 않고 달지 않은 음식을 맛있게 먹을 수 있는 것처럼, 욕망이 달라져서 큰 평수, 많은 배기량, 좋은 학벌 같은 것에 휘둘리지 않을 수 있는 사회가 되면 좋겠어요. 시간이라는 테스트를 거쳐 살아남은 고전은 현 사회를 넘어서는 긴 시간의 흐름 속에서 우리 스스로를 점검해 볼 수 있게 만듭니다. 인문고전을 열심히 읽으면 우리의 입맛과 욕망을 바꾸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어요. 그것이 사회를 바꾸는 첫 발걸음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물론 그 다음은 사람들끼리 연대를 해야 합니다. 혼자만 인문고전 읽고 만다면 의미가 없지요."자기계발서는 일종의 인생 내비게이션이다. 많은 독자들이 자기계발서를 읽고 그에 따라서 인생이라는 자동차를 운행한다. 내비게이션이 가리키는 목적지에 그렇게도 원하던 '행복'이 존재한다면 다행이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사회 구조 자체가 다수를 패배를 딛고 올라선 극소수만이 성공할 수 있는 시스템이기 때문이다.
'욕망'을 바꿔야 한다는 이원석씨의 얘기는 나에게 인생의 내비게이션을 업데이트하라는 말로 들렸다. 좀 더 넓은 아파트 평수만을 추구하기 보다는 한 편의 시와 한 폭의 그림, 도서관에서 책을 읽고 지인과 나누는 토론을 욕망하는 그런 삶이 지금의 우리에게는 더욱 필요한 것이 아닐까. 얘기는 계속 이어진다.
"자기계발서를 무조건 까는 것은 아닙니다. 자기계발서를 읽으려면 잘 읽어야 하고, 자기계발서를 쓰겠다는 분도 잘 써야 하는 거죠. 자기계발은 영어로 self-help, 그러니까 스스로 돕는다는 의미인데요. 이제는 패러다임을 바꿔야 하지 않나 싶습니다. 저는 서로계발서를 쓰고 싶어요. 좀 어색한 조어일수도 있는데, 서로계발(each other-help)이 필요한 때라고 생각합니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기 보다는 서로 돕는 자를 돕는다는 생각을 가지시면 좋겠어요. 우리 선현들의 전통, 그리고 종교적인 전통 및 철학적인 전통에서는 기본적으로 공동체를 중요하게 얘기하잖아요. 사람 인(人)자도 서로 받쳐주는 형태를 띠고 있고요."자기계발서의 역사적 맥락과 사회적 맥락을 예리한 연구자의 눈으로 통찰하고 있는 이원석씨는 어쩌면 대중의 입맛에 딱 맞는 자기계발서를 누구보다도 잘 쓸 수 있는 사람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는 신실한 기독교인이다. 진정한 예수의 제자는 자신의 십자가를 지고 예수가 걸었던 그 고난의 길을 따라가는 사람이라고 굳게 믿고 있다.
이원석씨는 자기계발서라는 우상 파괴에 이어 '개독교'라고 지탄 받는 기독교 내부의 '회칠한 무덤'들과 새로운 전투를 준비하고 있다. 말과 행동이 일치하는 사람을 만나는 것은 요즘 같은 세상에서 참으로 경험하기 힘든 일이다. 나에게 그런 드문 경험을 하게 해 줘서 그저 감사할 뿐이다. 언젠가 출간될 그의 '서로계발서'가 더욱 기대된다.
거대한 사기극 - 자기계발서 권하는 사회의 허와 실
이원석 지음,
북바이북,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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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숭이도 이해하는 자본론> <와인에 몹시 진심입니다만,> <피아노에 몹시 진심입니다만,> <사회주의자로 산다는 것> <나는 행복한 불량품입니다> <삶은 어떻게 책이 되는가> <원숭이도 이해하는 공산당 선언> <원숭이도 이해하는 마르크스 철학> 등 여러 권의 책을 쓴 작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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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장 4개, 비싼 장지갑... 다 썩은 동아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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