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침몰사건' 2일째인 17일 오전 전남 진도 인근해 침몰현장에 세월호 선수의 일부가 보이는 가운데 수색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이희훈
그때 나는 몸으로 진짜 느껴봤다. 드라마에서 막 사람 죽으면 울다 쓰러지고 그러잖아. 맨날 티브이 보면서 너랑 거짓말이라고, 어떻게 저렇게 되냐고 그랬었잖아. 정말이더라고… 그 다음 날 아침에 발이 안 움직이더라. 밥을 먹는데 손이 안 움직여서 옆친구한테 주물러 달라고 해서 간신히 밥을 먹었다. 나 그래도 밥은 정말 많이 먹었다. 쓰러질까 봐…. 근데 밥 많이 먹으니깐 눈물만 더 많이 나오더라. 아침에 계속 울다가 보건실에서 잤어. 정말 이게 무슨 일인지 꿈인지 현실인지 모르겠고 죽고 싶었다. 근데 그런 생각은 안 하려고 나 죽으면 우리 엄마 아빠는 어떡할까….
다음 날 체육활동이었는데 갑자기 엄마한테 카톡이 왔어. 너가 식당 쪽에 살아있을 수 있다고. 카톡 보니깐 딱 봐도 엄마 손 덜덜 떨려서 나 놀라지 않게 또박또박 치신 거 같은데. 페북에 좀 퍼뜨려 달라고. 학부모분들은 페북 안 하시니깐 소통할 방법이 없다고. 그래서 IT실로 가서 미친 듯이 글을 퍼뜨렸지. 거의 페북하면 모든 사람들이 볼 정도로…. 근데 거기에서도 조작이라고 이런 거 왜 올리냐고 그러는 사람들도 있더라. 어떻게 저 상황에서 카톡을 저렇게 또박또박 칠 수 있냐고. 너무 가슴이 아팠다. 저런 말을 왜 하는 거지….
계속 페북을 하다가 삼성 이건희 회장이 크레인을 보낸다는 기사를 봤어. 또 그때 희망을 가졌지. 크레인이 다음 날 도착해서 다 구조할 거라고. 예전에 아빠하고 이런 얘기를 했던적이 있어…. 실종이면 거의 웬만하면 사망이고, 다 키워 놓은 자식 잃어 버린 부모는 대체 어떤 느낌일까, 대체 얼마나 가슴 아프고 슬플까, 어떻게 버틸까…. 그게 우리 부모님이 될 줄은 상상도 못했다.
금요일 날 원래 체육대회였는데 취소됐어. 집에 가는데 우리반 친구들이 10명 정도 와줬어. 얼마나 고마웠는지 몰라. 밥도 해먹고 치킨 먹고 과자 먹고 음료수 마시고 껌도 씹고 밤새 게임하고…. 토요일 날 아빠가 전화해서 깼다. 잘 있냐고… 2시간 밖에 못 잤는데…. 정말 많은 사람들이 카톡, 페메, 문자, 전화해 주셨어. 통화하면 왠지 뭔가 마음이 괜찮아 지더라고…. 하루에 정신이 정말로 오락가락 했거든. 좋아졌다 나빠졌다 계속…. 아침부터 또 게임을 하다가…. 게임하면 시간이 빨리 가고 게임할 때는 불안감이 조금 사라지는 거 같았거든.
일요일 저녁에는 냉면집 갔어. 이번주에 엄마 아빠랑 너랑 같이 고기나 먹으러 갈려고 했었는데…. 또 울다가…. 집에 있었을 때 너 방에 있으면 정말 죽을 거 같더라고…. 막 영화나 드라마에 나오잖아. 죽은 사람들하고 지냈던 추억 같은 거 떠오르고…. 그런거 다 진짜더라. 거짓말인 줄 알았는데…. 냉면 먹고 고기 먹고 학교에 들어갔다. 오빠가 정말 이 대참사가 일어난 후로 어떻게 지냈는지 기억이 잘 안 나. 한 4~5일 동안 잠잔 게 10시간 밖에 안되는 거 같다. 정말 괴로웠던 건 머리가 너무 아프더라고…. 월요일 날 수업 들어보려고 했는데 머리가 아파서 쓰러질 거 같더라. 그래서 보건실에서 일 주일 동안 쉬었다. 보건실에 친구들이 있어서 얼마나 다행이었는지 몰라.... 위로해 주고 웃긴 얘기 해주고 그러면서 기분이 좀 나아졌다.
'DNA 검사 확인, 수원 시신 이송'... 다행인지 아닌지 페이스북에 작년에 내가 정말 좋아했던 선생님이 밥 사주시겠다고 글을 남기셨어. 선생님 오셔서 차 타고 마포갈매기로 갔다. 우리 거기서 엄마 아빠하고 외식 자주 했었잖아. 니가 막 계란 신기하다면서. 처음 갔을 때…. 되게 맛있게 먹었는데, 그치?
밤이 돼서 학교로 다시 들어갔어. 문자가 왔더라고…. DNA 검사 확인… 수원 시신 이송… 이틀 뒤 장례식… 뭔가 이게 대체… 거짓말인 줄 알았는데 진짜더라고… 니가 돌아온 게 다행이라 생각해야 하는지 아닌지… 또 잠을 못 자고 오늘은 토요일, 이 글을 쓰려고 마음 먹고 글을 썼다. 점심 먹고 집 가려고…. 그리고 내일이면 드디어 너를 본다.
너가 수학여행 가기 전 주에 캐리어 꼭 가져오라고 문자 했잖아… 오빠는 평소처럼 귀찮아서 문자를 안 보냈다… 전화라도 해줄 걸 너무 후회된다… 카톡은 내가 항상 지워서 없다… 니가 캐리어 비밀번호 뭐냐고 물어봤잖아. 그냥 비번만 보내고… 정말 너무 너무 후회되고 가슴이 너무 아파. 전화 좀 해줄 걸… 일 주일 동안 날씨가 정말 좋았다… 너와 친구들은 아마 천국에서 편히 쉬고있을 거 같네… 할아버지 외할아버지 잘 보살펴 드리고, 푹 쉬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