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본에 적어주세요추모, 염원, 분노....
이희동
그러나 아내는 단호했다. 그렇다고 이렇게 가만히 있을 수는 없다는 것이었다. 세 아이를 품고 사는 엄마로서, 이번 사건에 얼마나 분노하고 있는지 세상에 이야기를 해야 한다고 했다. 오히려 6.4 지방선거 등으로 기존 정치세력이 쉽게 세월호 이야기를 하지 못하는 지금, 자신과 같은 보통 엄마들이 시작해야 한다고 했다.
아내가 그쯤 이야기 하는 이상 그녀를 말릴 명분은 없었다. 구구절절 아내의 말이 옳았기 때문이었다. 정치적 이해관계를 떠나 현재 우리가 느끼는 이 분노와 울분을 가장 자유롭게 표출할 수 있는 집단은 고등학생들과 일반 엄마들 아닐까?
아내는 계속해서 동네 아줌마들과 이야기를 나누었고, 출근 후 일하고 있는 내게 한 통의 문자를 보냈다. 그날(5월 2일) 오후 7시 고덕동 이마트 앞 광장에서 동네 엄마들과 함께 유모차를 끌고 나올 테니 퇴근 후 오라는 것. 아내는 좀 더 많은 사람들을 모으기 위해 지역 엄마들에게 가장 영향력이 센 온라인 까페에도 글을 올리겠다고 했고, 지역 시민단체와도 연계를 해서 현수막 및 노란 리본까지 달겠노라고 했다.
아내는 그 어느 때 보다 적극적이었고 확신에 차 있었다. 세월호 참사와 어처구니없는 정부의 대응이 평범한 나의 아내를 기어이 거리로 내몰고 있었다.
광장의 엄마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