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의 꽃산들이 꽃
정가람
그렇게 끝난 1인(?) 선거운동. 아내는 6월 4일 저녁 나와 함께 TV 앞에 앉아 맥주를 홀짝홀짝 들이키기 시작했다. 평소 같았으면 막내에게 젖을 물릴지도 모른다며 자제했을 테지만 그날 만큼은 맥주 한 모금이 아쉬운 것 같아 보였다.
이윽고 발표된 출구조사. 놀랍게도 조희연 후보가 고승덕, 문용린 두 후보를 앞선 걸로 나왔다. 큰 차이는 아니었지만, 트위터나 페이스북 반응으로 볼 때 조희연 후보의 승리는 거의 확정적인 듯했다. 그래도 영 찜찜한지 결과를 낙관하지 못한 채 분주히 TV와 스마트폰을 찾아보는 아내.
이윽고 조희연 후보의 당선이 확실시 되자 아내는 비로소 환한 웃음을 지으며 조잘조잘 말하기 시작했다. 태어나서 이렇게 선거운동을 한 것도 처음이며, 이렇게 간절히 누가 되기를 바란 것도 처음이라며, 맥주 한 모금을 시원하게 들이켰다. 나도 옆에서 조희연 후보의 당선을 축하하며 아내에게 수고의 말을 건넸다.
혹자들은 이번 조희연 후보의 승리를 고승덕 후보의 딸이나 보수의 분열에서 찾기도 하지만 이것은 절반의 진실일 뿐이다. 조희연 교육감 탄생에는 우리 아내와 같은 일반인들이 많은 노력이 담겨 있다. 그렇지 않고서야 조희연을 듣도 보도 못한 우리 주위의 많은 이들이 어찌 그를 찍었겠나.
아내의 이야기를 들어본 바, 6.4지방선거 이후 동네 엄마들의 모임은 그 성격이 조금 달라진 듯 했다. 물론 선거 때처럼 정치 이야기가 자주 오고가진 않았지만, 예전처럼 정치 이야기만 나오면 무조건 쉬쉬 거리는 분위기는 아닌 듯했다.
교육감 선거는 엄마들에게 가장 현실적인 동시에 이상적인 선거였다. 자신의 아이들에게 가장 많은 영향을 끼치면서도 비교적 색깔론이나 정당 지지로부터도 자유로웠던 만큼 엄마들은 자신의 정치적 견해를 밝히게 되었으며, 이를 통해 다른 사람들과 좀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엄마들은, 왜 자신이 세월호를 보면서 눈물을 흘릴 수밖에 없는지, 또 우리 아이들을 조금 더 잘 키우기 위해서는 교육이 어떻게 바뀌어야 하는지 등을 논의하며 일상에서 정치를 실현해 나갔다.
앞으로 동네 엄마들이 어떤 자세로 정치를 대할지 알 수 없다. 다만, 이번 조희연 교육감의 탄생으로 미루어 볼 때 정치권이 해야 할 일은 분명하다. 그들은 평범한 사람들이 스스로 뛸 수 있을 만큼 믿음을 주어야 하며, 공약 하나하나가 나와 무슨 관계가 있는지 명확하게 알려 주어야 한다. 그것이 이 색깔론 등의 구태정치를 벗어날 유일한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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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와 사회학, 북한학을 전공한 사회학도입니다. 물류와 사회적경제 분야에서 일을 했었고, 2022년 강동구의회 의원이 되었습니다. 일상의 정치, 정치의 일상화를 꿈꾸는 17년차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로서, 더 나은 사회를 위하여 제가 선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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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희연 당선이 고승덕 딸 때문? 우리 아내 덕분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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