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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16일 유족대표단과 만난 자리에서 세월호 참사가 일어나기 전과 일어난 이후의 대한민국은 달라지도록 노력한다고 했다. 한 나라의 대통령으로서 이 통한의 참사 앞에서 한 말이니 진정성은 있을 것이라 본다.
실현성에 대해서는 실제로 진행되는 것을 지켜본 뒤에야 알 수 있다. 대통령이 제도나 정책, 시스템을 바꾼다고, 또는 사람들의 자리가 바뀐다고 금방 변화되지는 않을 것이다. 우리 사회의 뿌리 깊은 병폐와 구조적 문제들이 어찌 한 두 가지 개혁으로, 한 두 사람의 노력으로 이루어지겠는가? 근본적으로 국민 개개인의 의식 DNA가 바뀌고, 행동으로 이어져야 우리 사회가 진정으로 변화된다고 생각한다.
대부분의 국민들은 이제는 변화해야 된다고 한 목소리로 성토하고 있다. 그 중 교육 개혁이 이루어지기 전에 먼저 바뀌어야 하는 것은, 기업이나 기관의 채용 문화다. 학력 지상주의다보니 학교에서는 자구책으로 아이들에게 교육을 시킬 수밖에 없었다. 어떤 직책이든지 도덕성과 공존의식, 실무 능력을 얼마나 제대로 갖췄는가가 중요한 잣대여야 한다.
이미 이 부분을 인식하고 입사지원서에 학력이나 스펙을 기재하지 않는 경우도 있지만 아직도 멀었다. 진정으로 학벌이 아닌 인성과 실력위주로 적재적소에 배치한다면 교육도 변화될 수 있다.
교육의 변화는 지식 암기나 주입식 교육보다는 아이들이 보다 능동적이고 주체적인 사고력과 판단력을 기를 수 있는 시스템이 되어야 한다. 사회의 기준이 정답인줄 알고, 거기에 맞춰 아이들을 키우려했던 이 어리석은 엄마의 때늦은 깨우침이 세월호 참사를 보면서 더 확고해지는 것 같다. 우리 교육의 현 주소는 어디에 있는가?
아이들은 교사들이 가르치는 것을 맹목적으로 익히고, 아이들에게 토론이나 비판의식은 길러주지 않는다. 학생들은 학교 마치면 영어, 수학 학원이나 과외 받으러 다니기 바쁘다. 그것도 대부분 부모가 정해준 학원에 가고, 대학도 적성보다는 점수에 맞춰 가기 바쁘다.
나 역시 이 사회시스템에 충실히 따랐던 학부모였다. 작년에 고2가 되는 큰 아이가 자퇴를 했을 때만 해도, 진정으로 아이에게 무엇이 중요한지, 어떻게 아이를 이끌어야 하는지 제대로 알지 못했다. 그래서 전문가들을 찾아다니며 조언도 구했고, 종교에 의지도 했다. 공인된 전문가의 의견을 믿고 아이를 맡기기도 했지만 오히려 시행착오를 겪었다. 전문가의 의견을 참고는 할 수 있을지언정 그것이 절대적인 정답은 아니었다. 결국은 얼만큼 엄마가 삶과 세상에 대한 중심을 잡고, 아이를 제대로 이끌어주느냐였다. 시행착오를 겪기는 했지만, 그 시행착오 역시 내가 중심을 잡고 살아가는 깨달음의 기회였다.
한 때 첫째 딸을 과학고에 보내겠다며 학원도 보내고, 아이 성적에 일희일비하며 성적에만 몰두했다. 친구문제로 아이 가슴이 얼마나 황폐해져 가는지, 가정이라는 울타리 흉내만 내는 분위기 속에서 아이가 얼마나 외로워했는지 나중에야 알게 되었다.
작은 아이까지 극심한 사춘기를 겪으면서 절망이라는 단어를 실감했다.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자는 마음으로 세상의 가치, 기준을 잠시 접어두기로 했다. 평일에 일을 접고 아이와 함께하는 여행은 진정으로 우리에게 무엇이 중요한지 알게 해주었다. 죽고 싶다던 아이가 비로소 숨을 쉬는 것 같았다. 인성은 제대로 가르치지 않고 오직 성적만을 위해, 좋은 대학을 가기위해 죽으라고 암기하는 지식들이 과연 얼마나 소용 있는지 생각할 수 있는 기회였다. 대학 진학은 학벌 위주의 신자유주의 사회에서 좀 더 잘 살기 위한 방편이었다면 누구를 위한 변명일까?
이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모든 희생자들의 죽음이 헛되지 않게 하는 것. 대통령의 말이 실현될 수 있도록 다 함께 참여하는 일이다. 우리들은 그저 한 때 슬퍼하고 분노하다가 시간이 지나면 또다시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타성에 젖어 살아가지는 않을지 그것을 우려해야 한다. 물론 유족들이야 죽는 날까지 가슴에 안고 가면서, 그 트라우마라는 돌부리에 걸려 자주 찢어지고 피를 흘릴 것이다. 우리가 그들의 상처를 어떻게 어루만져 줄 수 있을까?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진정으로 이 나라에 변화가 일어난다면 그들의 아픔과 희생자들의 넋을 조금이나마 위로하지 않을까 싶다.
세상 기준이 어떻다 해도 내 아이들이 진정으로 행복하게 사는 게 뭔지 조금은 알 것 같다. 세상이 변하고 사회구조가 변하는 걸 기다리기에는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린다. 변화를 시켜줄 누군가를 기대하기에 이제는 지친 사회가 되었다. 아니 변화되지 않는다 해도 각자가 제대로 된 가치관으로 의식이 변화되고 행동으로 옮겨진다면 세상은 조금씩 변할 것이라 생각한다. 대학을 위한 지식보다는 사람으로서 도리가 뭔지를 알고 행하는 것.
아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게 하는 것. 진정으로 행복한 삶을 선택할 수 있는 힘을 길러주는 것. 문제가 발생했을 때 어떻게 대처해야하는지 터득해가는 것. 다원화된 사회에서 어떻게 공존해 가야하는지를 아이들 스스로가 고민하게 하고 어른들과 함께 토론하는 것이 어른들이 해야 할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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