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환영 사퇴"...KBS 기자·PD·회사 간부 한목소리

양대노조·5개 직능단체 청와대 앞에서 공동 기자회견... "사상 초유의 노사 연대파업"

등록 2014.05.23 15:17수정 2014.05.23 1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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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길환영 사장 퇴진" KBS직원 한목소리 KBS노조, 언론노조KBS본부, KBS기자협회, KBS PD협회, KBS 경영협회, KBS 기술인협회, KBS 촬영감독협회 대표자들이 23일 오전 청와대 입구인 청운효자주민센터앞에서 'KBS 길환영 사장 퇴진 요구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길환영 사장 퇴진" KBS직원 한목소리 KBS노조, 언론노조KBS본부, KBS기자협회, KBS PD협회, KBS 경영협회, KBS 기술인협회, KBS 촬영감독협회 대표자들이 23일 오전 청와대 입구인 청운효자주민센터앞에서 'KBS 길환영 사장 퇴진 요구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 권우성


[기사 보강 : 23일 오후 6시 45분]

보도통제 의혹에 휘말린 길환영 사장 사퇴를 요구하는 KBS 내부의 목소리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좌파 노조의 방송장악을 막겠다", "불법파업에 엄정 대응하겠다"는 길 사장의 경고에도 KBS 구성원들은 도리어 '사장 퇴진'이라는 목표 아래 똘똘 뭉치는 모습이다. 기자에 이어 PD들이 일손을 놓았고, 사장이 임명한 회사 간부들까지 보직을 내려놨다.

KBS 양대 노조와 기자·PD협회 등 5개 직능단체들은 23일 오전 10시 30분 청와대 앞 청운효자동 주민센터 앞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길 사장 사퇴와 박근혜 대통령 사과 등을 요구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KBS 노동조합(아래 KBS노조)와 전국언론노조 KBS본부(아래 KBS새노조), KBS 기자협회, KBS PD협회, KBS 촬영감독협회, KBS 전국기자협회가 참석했다. 사실상 KBS 방송 제작에 참여하는 구성원 대부분이 참여했다.

PD협회 제작거부 돌입... 20년차 PD들도 "사장 사퇴" 성명 발표

a  촬영중인 KBS카메라에는 세월호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노란리본이 묶여 있다.

촬영중인 KBS카메라에는 세월호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노란리본이 묶여 있다. ⓒ 권우성


이들은 길 사장이 최근 내부 사내 특별담화 방송을 통해 사퇴 요구를 거부한 것을 두고 쓴 소리를 했다.

백용규 KBS 노조위원장은 "청와대가 보도와 인사에 개입한 명확한 근거가 밝혀지면서 본인이 임명한 간부 300명이 보직을 사퇴했다"며 "구성원 전체가 한 목소리를 내는데도 길 사장은 퇴진 요구를 '좌파' 논란으로 바꿔 놓았다"고 길 사장을 비판했다.


또한 정홍원 국무총리가 세월호 사고 보도와 관련해 협조 요청을 할 수 있지 않냐고 발언한 것을 두고도 목소리를 높였다. 백 위원장은 "청와대 홍보수석이 보도국장한테 전화로 강력히 요청하는 것을 어떻게 개인의 단순한 협조로 받아들일 수 있냐"고 힐난했다.

길 사장의 특별담화 내용에 분노한 KBS PD들은 이날 0시부터 하루 동안 제작거부 돌입했다. 지난 19일부터 KBS 기자들이 펜과 카메라를 내려놓은 데 이어 PD들도 사장 퇴진 운동에 동참한 것이다. PD협회는 지난 20일 PD 출신인 길 사장을 협회에서 제명한 바 있다.


홍진표 PD협회장은 "길 사장이 특별 사내 담화에서 혹시라도 잘못을 사과하고 용퇴를 결정하리라 희망했는데 실망했다"며 "더 이상 PD를 부끄럽게 하지 말라며 PD 603명이 제작 거부 참여 뜻을 밝혔다"고 말했다. 홍 협회장은 "20년차 이상 PD 선배 113명도 길 사장에게 물러나라는 성명서를 올렸다"며 "토론 프로그램 주제 선정과 패널 선정까지 일일이 개입하고 제작자율성을 짓밟아 온 길 사장에 대해 선배들이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고 전했다.

KBS 지역총국 취재·촬영기자로 구성된 KBS 전국기자협회 300여 명도 지난 21일부터 제작거부에 들어갔다. 9개 지역총국 중 8개 지역의 보도국장들도 보직을 사퇴했다. 송승룡 전국기자협회장은 "사실상 지역국 뉴스가 마비될 수 있는 상황"이라며 "KBS가 국민의 방송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모든 노조와 협회가 뜻을 같이 할 것"이라고 말했다.

양대 노조 파업 찬반 투표중... 28일 총파업 돌입 가능성 높아

a  기자회견에 앞서 참석자들이 세월호 참사 희생자들을 위한 묵념을 하고 있다.

기자회견에 앞서 참석자들이 세월호 참사 희생자들을 위한 묵념을 하고 있다. ⓒ 권우성


이현진 KBS노조 부위원장은 직원들이 일손을 놓고 간부들이 자리를 박차고 나오는 현상을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길 사장에게 임명장을 받은 회사 간부의 70%가 길 사장 퇴진을 요구하며 보직 사퇴했다"며 "이번 파업은 노조와 회사 간부가 일제히 사장 사퇴를 요구하며 파업을 벌이는, 전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노사 연대 파업"이라고 주장했다.

기자회견 참석자들은 길 사장이 계속 사퇴하지 않고 버틸 경우 총파업이 진행될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권오훈 KBS 새노조 위원장은 "다음 주부 양대노조가 총파업에 돌입할 것으로 보인다"며 "국민의 방송 KBS를 제자리로 돌리기 위해 앞장서 싸울 것"이라고 말했다.

KBS 새노조는 지난 21일부터 총파업 찬반 투표를 진행 중이다. 시작 첫날부터 투표율이 50%를 넘은 것으로 보아 압도적인 파업 찬성률을 기록할 것으로 새노조는 전망된다. 교섭대표 노조인 KBS노조도 오는 27일까지 파업 찬반 투표를 진행한다. 양대 노조는 오는 28일 KBS 이사회에서 길 사장 해임제청안이 부결될 경우 즉각 파업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조일수 기자협회장은 "KBS 독립성 지킬 수 있는 환경에서 마이크 들기 위해 역설적으로 마이크를 내려놨다"며 "이런 점을 잘 헤아려주시고 저희를 지원해달라"고 국민을 향해 호소했다.

기자·PD 공동 총회... "길환영 반드시 몰아내자"

a KBS, 기자협회에 이어 PD 협회도 제작 거부  KBS 기자협회와 KBS PD협회 회원들이 23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 신관 앞에서 공동총회를 열어 청와대의 KBS 보도와 인사 개입 등을 규탄하며 길환영 KBS 사장의 사퇴를 요구하고 있다.

이날 KBS PD협회는 지난 19일부터 뉴스 제작 거부를 이어가고 있는 KBS 기자협회와 함께 뉴스와 시사, 라디오, 예능, 드라마 제작 거부에 동참한다고 밝혔다.

KBS, 기자협회에 이어 PD 협회도 제작 거부 KBS 기자협회와 KBS PD협회 회원들이 23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 신관 앞에서 공동총회를 열어 청와대의 KBS 보도와 인사 개입 등을 규탄하며 길환영 KBS 사장의 사퇴를 요구하고 있다. 이날 KBS PD협회는 지난 19일부터 뉴스 제작 거부를 이어가고 있는 KBS 기자협회와 함께 뉴스와 시사, 라디오, 예능, 드라마 제작 거부에 동참한다고 밝혔다. ⓒ 유성호


오후에는 제작거부를 결의한 기자협회와 PD협회가 공동 총회를 열고 길 사장 퇴진 전까지 물러서지 않겠다는 의지를 다졌다.

KBS 구성원 가운데 처음으로 세월호 침몰사고 보도 반성문을 쓴 3년차 38기 신지혜 기자는 "길 사장이 최근 공채 과정에서 최종 면접을 볼 때 공영방송에 대해 물었다고 한다"며 "정답을 본인도 모르면서 신입사원에게 물은 것은 아닌가 싶다"고 비판했다. 신 기자는 "이 국면이 언제까지 갈지 모르지만 반드시 이기고 현장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PD협회장 출신인 김덕재 PD는 "보도에 개입했다는 논란을 두고 길 사장은 자기가 PD출신이 아니라서 뉴스를 잘 몰랐다고 얘기했다"며 "이 말이 국민에게는 우스갯거리였지만 PD들에게는 자존심에 상처 주는 말 이었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김 PD는 "길 사장은 그동안 후배 PD들을 철저하기 짓밟아왔다"며 "그를 선배라고 생각하는 PD들은 아무도 없었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 PD는 "대한민국이란 배가 기울거나 말거나 위에서 시키는 대로 해왔지만, 이제는 그러지 않기 위해 이 자리에 왔다"며 "KBS에서 길 사장을 반드시 몰아내자"고 강조했다.
#KBS #길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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