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 비비낙안 옆 정수탑 전망대에서 본 만경강과 호남평야
김종길
층계를 올라 카페 비비낙안으로 간다. 낡은 정수탑의 원형을 그대로 살린 전망대가 있다. 야외공연장은 물을 저장하던 저장고를 리모델링해서 만들었다. 이곳에선 옛것을 버리고 없애는 것이 아니라 오늘에 맞게 다듬고 바꿔서 사용하고 있다. 만경강과 일대의 너른 평야가 한눈에 들어온다. 야트막한 언덕임에도 사방이 탁 트여 눈 맛이 시원하다. 카페 안에서 차 한 잔을 마신다. 열어 둔 창문으로 넘나드는 봄바람, 잔잔한 음악의 선율, 시큼한 차 한 잔…. 이곳에서 보내는 봄날의 오후는 느긋하다.
완주팔경 중의 하나, 비비낙안 비비정이제 마을로 내려간다. 비비낙안이라는 말이 나온 비비정으로 갔다. 낙조가 일품이라는 정자 비비정은 완산팔경 중의 하나로 예부터 많은 이들이 찾던 곳이다. 만경강이 휘감아 돌고 멀리 드넓은 호남평야가 펼쳐지는 이곳의 풍광은 가히 으뜸이다.
정자에 오르면 옛 만경철교가 오른쪽으로 보이고 새로 지은 허연 콘크리트의 철교가 마주하고 있다. 비비정은 1573년(선조 6)에 무인 최영길이 지었다가 1752년(영조 28)에 관찰사 서명구가 중건했다고 한다. 지금의 정자는 1998년에 복원됐다.
우암 송시열이 최영길의 손자 최양의 부탁으로 쓴 <비비정기>에는 넉넉하지 못한 살림에도 정자를 보수한 최양의 효심을 칭찬하고 있다. '비록 비비정이라는 이름이 지명에서 온 것이라고 하나 옛날 장비와 악비의 충절과 효심을 본뜬다면 정자는 비록 작을지언정 그 뜻은 큰 것이 아니겠는가'라는 내용이 덧붙여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