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모두 아이들의 부모입니다길을 지나던 시민들 대부분 거리낌 없이 서명에 동참했다
조혜지
'재난과 안전에 너와 내가 없습니다.''이 나라에서 살고 싶습니다.''우리 아이들의 한을 제발….'흰 하드보드지 위에 급히 써내려간 글들이 시민들의 발목을 잡았다. 아버지들은 계속해서 피켓에 내용을 추가했다. '세월호 유가족입니다. 서명에 동참해주세요' 문장 아래 묵직한 아빠 글씨체로 '진상규명' 네 글자를 진하게 보탰다.
같은 교복을 입은 여고생 둘이 쭈뼛쭈뼛 다가와 수줍게 볼펜을 쥐었다. "고마워요" 엄마의 목소리에 물기가 배었다.
"국회에 있어봤자 따로 진전도 없고. 마냥 앉아만 있을 수 없어서 나왔어요." 국회 사무실 한편에서 여야 국회의원들의 결정을 기다리고 있자니 답답했다고 했다.
"진짜 유가족 맞아?"
넥타이 차림의 회사원들이, 목소리를 높이는 유가족 뒤로 몸을 피하며 속닥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