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이 싹쓸이한 경남... "야권 분열하면서 힘 빠졌다"

6․4 지방선거 결과 경남은 한 가지 색깔이 더 짙어졌다. 새누리당 홍준표 지사가 재선에 성공하고, 18개 시장·군수 선거에서는 3곳을 제외하고 새누리당(1곳은 무공천)이 거머쥐었으며, 광역의회와 기초의회 또한 새누리당이 거의 싹쓸이했다.

새정치민주연합 김맹곤 김해시장이 재선에 성공해 영남권 유일한 야당 기초단체장이 되었다. 송도근 사천시장 후보와 오영호 의령군수 후보가 무소속으로 새누리당 현직 시장·군수를 눌렀다. 새누리당은 하동군수 후보를 '무공천'했는데 무소속 윤상기 후보가 당선됐다.

지방의회도 새누리당 일색이 되었다. 광역의원 선거에서는 노동당 여영국 후보(창원5)가 지역구에서 유일하게 당선됐고, 새정치민주연합과 통합진보당은 지역구에서 모두 떨어졌다. 비례대표는 새정치민주연합이 2석(전현숙·김지수)을 차지했다.

▲새누리당 홍준표 지사가 4일 저녁 창원에 있는 선거사무소에서 개표방송을 지켜본 뒤 당선이 확실시 되자 꽃다발을 받은 뒤 손을 들어 환호하고 있다.경남도청 최종수

광역의원 선거에서 무소속 제정훈(고성)·박동식(사천2) 후보가 새누리당 후보를 눌렀다. 4년 전 선거에서는 야권 소속이 12명이나 당선돼 경남도의회에서 '민주개혁연대'라는 원내교섭단체까지 구성했으나, 이번에는 무소속까지 다 포함하더라도 어렵게 되었다.

기초의원 선거의 경우 새정치민주연합은 양산, 창원, 김해 등지에서 5~10명씩 당선되면서 선전했고, 통합진보당은 강영희·송순호·김석규·정영주 창원시의원 후보만 당선됐다. 이영철 김해시의원 후보(장유) 등 일부 지역에서 무소속이 당선되기도 했다.

선거 평가는? "야권 패배는 분열이 가장 큰 원인"

이번 선거를 어떻게 평가할 수 있을까. 그리고 경남에서 새정치민주연합과 통합진보당, 노동당, 정의당 등 야당은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야권 결집 부족이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유낙근 경상대 교수(행정학)는 "뭉쳐도 모자랄판에 민주진보진영이 결집하지 않으면서 힘이 빠졌다"고 평가했다. 차윤재 경남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상임대표는 "4년 전에는 범야권연대가 순조롭게 되었지만 이번에는 삐걱거리며 제대로 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병하 전 공무원노조 경남본부장은 "지난 선거에서는 야권연대가 잘 되었는데 이번에는 되지 않아 시민들로부터 불만을 샀고 많은 사람들이 선거를 포기한 측면이 있다"며 "진보정당들은 한쪽에서 종북몰이를 해서 당하고, 새정치민주연합의 야권답지 못한 모습에서 분열했다"고 말했다.

조유묵 마창진참여자치시민연대 사무처장은 "진주의료원 폐업 사태에서 보듯이 일방통행식 도정을 경험했고, 지방권력은 견제와 균형이 중요한데 그런 기대를 할 수 없게 되어 안타깝다"고, 차윤재 상임대표는 "세월호 참사에서 박근혜정부의 무능과 무책임을 확인했는데도 불구하고 경남은 새누리당의 텃밭을 아주 확고하게 해주었다"고 분석했다.

김남석 경남대 교수(신문방송학)는 "새누리당 심판에서 경남은 소외되었고, 우리 사회가 제대로 발전해 나가는데 뒷덜미를 잡고 있는 형국이 되어 안타깝다"고, 새정치민주연합 경남도당 집행위원인 하귀남 변호사는 "경남에서 새정치민주연합이 동서분단의 해독제 역할을 해보고 싶었지만 도민들은 아직 마음의 문을 열지 않고 있어 가슴이 아프다"고 말했다.

앞으로 어떻게? "몸 낮추고 다시 시작해야"

야권은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유낙근 교수는 "'친노(노무현)' 등 자기들 끼리만 잘하면 된다는 생각을 버려야 하고 그렇지 않다면 만년야당이다"며 "민심의 바닥이 어디 있는지 끊임없이 헌신해야 하고, 목소리와 몸을 낮추어야 한다"고 충고했다.

▲4일 치러진 함양군수 선거에서 새누리당 임창호 후보가 당선이 확실시 되자 꽃다발을 들고 인사하고 있다.함양군청 김용만

김남석 교수는 "이번 선거 결과를 놓고 좌절할 필요없이 더 끈질기게 나아가야 하고, 장기적으로 보고 도도한 물결처럼 한국사회를 변화시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차윤재 상임대표는 "야권세력이 힘을 모아 나가야 한다는 것을 이번 선거에서 절실하게 보여주었다"고 밝혔다.

하귀남 변호사는 "경기가 끝났다고 해서 다음 경기를 준비하지 않을 수 있나. 다음을 준비해 나가야 한다"고, 이병하 전 위원장은 "범민주지보개혁 세력들이 연대를 위한 새로운 논의를 큰 틀에서 해나가야 할 것"이라고 제시했다.

조유묵 사무처장은 "이번 결과를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우리 지역에서 다시 시작해야 한다"며 "도민들한테 감동을 주고 지지를 보낼 수 있도록 만드는 것도 우리 몫이며, 남을 탓할 게 아니라 야권 스스로 책임을 돌리며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제도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경남민주언론시민연합 대표인 이건혁 창원대 교수는 "총선과 지방의원 선출 방식을 중대선거구제로 해야 하고, 그렇지 않고 현재와 같은 제도 속에서는 새누리당이 될 수 밖에 없으며, 괜찮은 인물들도 새누리당 소속으로 출마하고 싶은 유혹에 시달리다 보니 야권은 인물란에 시달리는 것"이라며 "특정정당이 독주하는 형태가 되다 보면 결국 그 피해는 주민들한테 돌아오게 되는데, 이를 막기 위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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