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WOLHO AND SEA공허라는 풍경
황석진
공허라는 풍경…. 잡히지 않는 응어리, 단원고 학부모의 마음을 생각하며 그렸다. 아니 그릴 수 없었다. 고통이 너무 커서 그 깊은 심연을 나는 헤아릴 수 없었다. 바다를 보았지만, 수중 위 떠도는 잡히지 않는 실체를 그리고 싶었다. 두 발 딛고 굳게 서야 할 지면이 불안하니, 그 땅에서 바라본 세상도 위태롭다.
앞으로 나는 거리에서 그림을 그릴 생각이다. 주변의 아픔을 외면하지 않고, 그림을 통해 함께 아파하려 한다. 같이 울면 기분 좀 나아지지 않는가. 같이 울자. 같이 그림 그리고 같이 놀자.
한 가지 더, 6월 1일 새벽 춘천 지하상가 벽면에 그려진 박근혜 풍자 그래피티에 경찰은 참으로 이상하다 싶을 만큼 민감한 대응과 조사를 하고 있는 듯하다.(관련기사 :
'박근혜 낙서'가 불러온 파문 지문 채취에 '배후 있냐' 추궁)
현장에 참여했던 사람의 말을 빌자면, 주변에서 형사로 보이는(무전기를 든) 분들이 수차례 목격되었다 하고, 각자 죄의 무게가 다르다며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을 알려준다고 회유책을 쓰기도 했다고 한다. 또 다른 한 명에겐 그가 가입한 시민단체와 연관을 지었으며, 배후가 있는지, 돈이 오고간 적이 있는지 추궁했다고 한다. 그는 누군가가 자신을 미행할지 모른다는 공포 속에서 살고 있다.
공공 건물 벽면에 그림을 그린 것은 잘못된 일이고, 그에 합당한 벌금을 내야 한다면 따라야 하는 것이 당연하다. 하지만 박근혜 관련 스텐실과 풍자 스티커가 발견됐다는 이유로 없는 배후를 추궁하고 통화기록을 조회한다는 것이, 벽면에 그려진 낙서를 조사하는 데 4~5대 이상의 차량이 동원된다는 것이 이 사회를 건강하지 못하게 만드는 원인 아닐까?
그는 표현하지 않으면 너무 답답하고 마음이 먹먹해서, 그렇게 말라가기 싫어서 예술로 표현을 했다고 한다. 그는 기계 속 부속품과 같은 시대에 진정으로 삶을 대하는 사람이다. 우리는 그를 응원하고 위해야 한다. 그렇게 우리는 하나둘 바꿔나갈 수 있지 않을까. 나 그리고 이 글을 읽는 당신으로부터 더 좋은 세상은 시작된다.
더 이상 무너지는 꿈을 보고만 있지 말자. 거짓의 자리에서 사퇴하자. 망언으로 도태되지 말고 반성으로 사퇴하자. 각자의 욕망이란 용좌로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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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의 '노란 바다'... 그림으로 같이 울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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