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골든타임, 국가는 없었다'에서 진행과 내레이션을 맡은 박혜진 전 MBC 아나운서.
<뉴스타파> 제공
- 박혜진 전 MBC 아나운서가 진행과 내레이션을 맡았잖아요. 한 번에 섭외했다고 하던데, 박 아나운서 섭외 뒷이야기가 있을 듯합니다."이번 다큐의 기획의도가 '국가는 무엇을 했나'였잖아요. 이런 이야기를 하는데 '<뉴스타파>가 그동안 보여준 '돌직구 접근'이 시청자들에게 제대로 전달될까?'라는 점이 고민이었어요. 객관적이고 담담하게 전달할 수 있는 사람을 찾던 중 박혜진 아나운서가 생각이 났어요. 이미 5월에 MBC에서 퇴사했잖아요. 전화나 한 번 해보자는 마음으로 섭외했죠. 박 아나운서도 '세월호 100일을 맞아 무언가를 하고 싶었다'며 바로 참여하겠다고 했어요. 다른 얘기는 없었어요. 저희가 운이 좋았죠. 많은 분들이 박 아나운서의 진행과 내레이션은 '신의 한수'라고 표현할 정도니까요."
- 박 아나운서에 대한 에피소드도 있을 것 같아요."팽목항을 촬영하기 위해 내려갈 때도 제작 여건이 안 좋았어요. 그래서 또 미안한 소리를 했죠. 우리 차를 타고 함께 가야할 것 같다고. 그렇게 하자고 하더군요. 6시간을 제대로 쉬지도 못한 채 내려갔죠. 방송 출연을 위해 미용실에서 머리 손질하고 이동했으니 의자에 기대지도 못하고 6시간을 갔어요. 그런 불편도 감수해 준 게 지금 생각하면 참 고맙죠.
팽목항에 내려갔는데 그날 바람이 많이 불었어요. 이미 오후 3시가 넘은 상황이었기에 해 지기 전에 촬영을 마치려면 서둘러야 했죠. 바람이 멈추길 기다릴 수도 없고... 말 그대로 바닷바람을 헤쳐가면서 촬영했어요. 서울에서 한 머리는 이미 초토화된 상태였죠. 그런데 지금 생각해보면 그런 모습들이 현장의 생생함을 더 잘 보여준 것 같아서 좋았어요."
- 촬영하면서 박 아나운서가 많이 울었다고 하던데요. "진도 다녀오고 다음날 국회에서 클로징을 촬영하는데 거기서 유가족분들이 단식농성을 하고 계시잖아요. 팽목항에서의 적막함에 이어 단식하는 유가족들 앞에서 클로징을 촬영하니까 마음이 좋을 수가 없죠. 박 아나운서는 녹화하는 도중 '잠깐만요' 하더니 다른 곳으로 가 한참 눈물을 닦더라고요. 결국, 이래저래 다음날 광화문 앞에서 다시 녹화했죠.
그날 저녁에 내레이션 녹음하는데, 제작하는 저희도 편집하면서 눈물이 나왔어요. 그 영상을 보면서 더빙하는 처지에서도 감정이 개입되었을 거예요. 어쨌든, 많은 분이 방송이 나가고 박혜진 아나운서의 복귀(?)를 반겨주셨고, 박 아나운서도 유가족께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고 얘기했어요. 진심을 다하는 진행자의 힘이 얼마나 큰지 느낄 수 있었습니다."
"친구들이 죽은 이유를 밝혀달라는데..."- 다큐의 메시지가 '72시간 동안 국가는 뭘 했나'만은 아닐 것 같은데요. "유가족 단식농성 현장에서 클로징을 하고, 유가족들의 행진을 다큐 마지막에 보여준 건 현장의 메시지를 담은 겁니다. '제대로 된 진상규명을 위해 특별법이 필요하다'는 거죠. 유가족들은 보상금이나 특혜를 바라는 게 아니에요.
생존 학생들의 증언에 의해서도 당시 해경은 구조 의지가 없었다는 게 드러나잖아요. '친구들이 죽은 이유에 대해서 진실규명을 해달라'고 하는데, 이를 얼버무리려 하는 지금 상황이 너무 어이 없어요. 제대로 된 진실규명을 위해서는 유가족이 주장하는 특별법 제정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얘기하고 싶었습니다."
- 세월호 같은 비극이 다시 일어나지 않게 하려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요?"일개 PD가 이런 질문에 대답하는 게 적절한지 모르겠습니다. 지금까지 세월호 참사를 지켜보면서 든 생각은 '어떻게 이렇게 시스템이 없을 수 있나'라는 겁니다. '정부, 해경, 구조당국 등 제대로 된 컨트롤타워도 없는 이 시스템은 대체 뭐지?'라는 생각이요. 재난은 언제나 예고 없이 터지잖아요. 사고가 터졌을 때 바로 적용할 수 있는 매뉴얼이 없었다는 게 세월호 참사를 통해 드러났어요. 이런 일이 다시 벌어졌을 때, 적용할 수 있는 제대로 된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은 국가가 책임지겠다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그래야만 제2, 제3의 세월호 참사를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기 위해 반드시 진상규명이 필요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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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들의 궁금증을 속시원하게 풀어주는 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터뷰와 이영광의 '온에어'를 연재히고 있는 이영광 시민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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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한 수였지만... 박혜진 아나운서 한참 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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