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질과 직관에 다가가는 흑백 사진의 묘한 매력을 보여주는 사진 - 서울시청 앞에서.
이상엽
"카메라는 사고하지 못한다. 사고는 사진을 찍는 사람이 한다. 하지만 어떤 카메라가 어떤 히스토리를 갖고 내 품에 들어와 사진을 찍어 주고 있는가 하는 것도 여전히 중요하다."(본문 가운데)니콘(Nikon) FA, 미놀타(Minolta) CLE, 캐논(canon) 뉴 F-1, 펜탁스 LX, 라이카플렉스(Leicaflex) SL2, 자이스 이콘, 라이카 M4-P, 올림푸스(OLYMPUS) OM4TI, 캐논 EOS-1n, 니콘 F4s, 핫셀블라드 X-Pan, 콘탁스 RTS, 롤라이플렉스(ROLLEIFLEX) 2.8F, 마미야(MAMIYA) 7Ⅱ, 베리와이드(VERIWIDE) 100, 펜탁스 67Ⅱ, 핫셀블라드 500CM과 555ELD 등 이 책에는 저자가 사진가로서 찍어온 카메라의 특성도 설명돼 있다. 각 카메라의 소소한 역사와 그에 얽힌 이야기를 들려주며 독자의 눈길을 끈다.
그 중 일본의 유명한 카메라 회사 니콘에 대한 이야기는 자못 충격적이었다. 나 또한 십 여 년 전 처음 장만해 이삼년 동안 애지중지 찍고 다녔던 디지털 카메라가 작은 니콘 카메라였다. 요즘에도 유명 연예인과 함께 TV 광고에 흔히 나오는, 사진작가들을 비롯해 많은 아마추어 사진가들에게도 매우 인기 있는 카메라다. 그런 니콘이 전범 기업 미쓰비시의 자회사라니. 미쓰비시는 전쟁 후 평화헌법으로 군수시장을 잃자 니콘(당시엔 일본광학)을 설립하고 민수로 눈을 돌려 카메라를 만들기 시작했다.
어릴 적 푹 빠졌던 '우주소년 아톰'과 '마징가 제트'가 실은 일본 만화였다는 정도의 충격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제 2차 세계대전 당시 무기를 만들던 대표적인 군산복합체 미쓰비시는 군부를 등에 업고 군수장비를 만들면서 식민지에서 노동자를 강제 징용했다. 그 노동력으로 거대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
일제 강점기때 우리나라 사람도 강제 징용당해 일본가서 일한 사람이 많다. 당시의 악랄한 임금체불과 폭력적인 노동착취로 지금도 법정 소송 중에 있다.
니콘 카메라로 지금까지 수많은 사진가들이 전쟁을 고발하는 사진을 찍었다. 얼마 전, 저자의 후배이자 일본에 사는 사진가 안세홍씨가 니콘살롱에서 위안부 할머니 관련 사진전을 하려고 계획했는데, 니콘 측이 일방적으로 사진전을 취소해 버렸다. 사진가는 도쿄지방법원에 제소를 했고, 이 일이 알려지자 미국 CNN은 이례적으로 특집방송까지 하는 등 큰 반향을 일으켰다.
한국에서도 이 문제가 알려졌지만 그 반응은 뜨뜻미지근했다. 나서는 이가 소수였다. 물론 니콘의 힘 때문이었다.
니콘은 사진의 정신을 잃어버린 카메라 회사라는 비판을 받을만했다. 나 또한 저자처럼 니콘이 이 문제에 대해 진정으로 반성하고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 새로운 니콘 카메라를 사는 일은 없을 것 같다. 그 이유에 대해 사진가인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카메라는 단지 사진을 찍는 도구가 아니라 사진가의 정신을 육화시키는 도구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마음과 몸이 따로 놀 수는 없는 일 아닌가?"
최후의 언어 - 나는 왜 찍는가
이상엽 글.사진,
도서출판 북멘토,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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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콘'이 위안부 할머니 사진전을 취소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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