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연대는 '마약'... '민노당 프로젝트' 재개해야"

[7.30 재보선 후 인터뷰④] 장석준 노동당 부대표

등록 2014.08.19 11:55수정 2014.08.19 1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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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석준 노동당 부대표.
장석준 노동당 부대표.장석준 제공

6·4 지방선거에서 진보정당의 성적표는 초라했다. 노동당 역시 진보정당 가운데 유일하게 광역의원을 배출했지만 전체적인 결과는 크게 다르지 않았다. 7·30 재보궐에는 동작을 지역에 김종철 후보가 출마했지만 '의미있는 득표'를 했다고 하기 어렵다. 오히려 나경원 새누리당 후보와 노회찬 정의당 후보의 표차보다 많이 득표 하면서 야권패배의 원인처럼 취급당하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두 번의 선거를 치르면서 야권연대, 또는 야권재편을 강조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와 관련해 장석준 노동당 부대표는 "야권연대가 작동한 2010년이 일종의 궤도이탈이었다고 본다. 야권연대가 마약 역할을 한 게 아닌가?"라고 되물었다. "진보세력들이 봉착해 있는 여러 가지 근본적인 문제를 직시하지 않으면서도 현실 정치에서 일정한 성과를 거둘 수 있게 하는 일종의 진통제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그는 "이번 선거는 진보세력이 자신의 순수한 실력으로 검증을 받은 셈"이라며 "진보의 민낯을 들여다 보는 계기가 돼야 한다"라고 말했다.

지난 13일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장 부대표는 그동안 진보정당들이 주력해 왔던 '야권연대 노선'을 정면으로 비판했다. 특히 지난 동작을 재보궐 선거에서 노회찬 정의당 후보가 새정치민주연합 후보와 단일화를 이룬 것과 관련해 "정의당이 이번 선거에서 가장 중요하게 본 것은 야권연대였다"라며 "야권연대를 통해 새정치연합의 가장 중요한 파트너로 부상하고, 이후 2016년 총선까지 내다본 포석"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야권연대 노선의 전면 재검토를 강조했다.

"야권연대 노선은 지난 2010년 지방선거 이후 진보정당의 가장 중요한 정치행위처럼 돼버렸다. 이제는 전면적으로 재검토해야 한다. 이런 상황이 계속 반복된다면 단기적으로 몇몇 의원을 낼 수도 있겠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진보정당이 자기 토대를 스스로 갉아 먹는 결과를 낳게 될 것이다."

"통합진보당 모델 아닌 민주노동당 프로젝트 다시 시작해야"

 서울 동작을 야권 단일후보가 된 정의당 노회찬 후보(오른쪽)가 지난 7월 24일 서울 동작구 사당동 선거사무소에서 이날 후보직을 사퇴하고 방문한 새정치민주연합 기동민 후보와 포옹하고 있다.
서울 동작을 야권 단일후보가 된 정의당 노회찬 후보(오른쪽)가 지난 7월 24일 서울 동작구 사당동 선거사무소에서 이날 후보직을 사퇴하고 방문한 새정치민주연합 기동민 후보와 포옹하고 있다.연합뉴스

장 부대표는 당장의 진보정당 통합은 어렵다는 의견을 내비치면서도 진보정당 통합의 당위성을 강조했다. 그는 "정의당과 통합진보당, 노동당을 놓고 보면, 결국 분립된 이유가 있다고 생각한다"라며 "당장 아무 이유 없이 통합해야 할 정도로 의미 없는 분립은 아니다. 나름대로 독자적인 정당을 유지할 이유가 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지방선거는 각 진보정당들이 현실정치 세력으로 성과를 낼 수 있는가 검증하는 기회였다"라고 말했다. 

"그 결과를 보면, 각각의 정당의 득표율을 합쳤을 때는 상당한 지지를 얻었다고 본다. 남북분단 상태에서 신자유주의 전성기를 거치고, 통합진보당 사태와 이석기 내란음모 사건까지 일어난 상황에서 아직까지 대중의 지지가 10% 가까이 나온다는 건 가볍게 볼 일은 아니다. 결코 적은 지지율은 아니지만 그 지지가 분산된다면 다음 총선에서 어떤 정당도 원내에 진출할 수 없다는 딜레마를 확인했다. 이것을 해결하고 극복하는 것이 2016년 총선 전까지 진보진영에게 닥친 과제라고 할 수 있다."


결과적으로 진보정당의 통합을 염두에 둔 말이다. 다만 그 방식에 대해서는 2012년에 있었던 '통합진보당 모델'의 통합과는 분명히 선을 그었다. 장 부대표는 "2012년에 있었던 진보정당 통합은 진보단일 창구를 만들어서 2016년 총선과 2017년 대선을 바라보겠다는 것"이라며 "또 다른 방향의 통합이 가능하다면 새누리당과도 경쟁하고 새정치연합과도 경쟁하는 '민주노동당 프로젝트'가 있다"라고 말했다. 야권연대를 위한 통합이 아닌, 기성정당과 경쟁하기 위한 제3정당의 방향으로 진보정당 통합이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새누리당과 맞서기 위해 새정치연합과 연대하는 것이 아니라, 새누리당과 새정치연합 모두 대등하게 경쟁하는 일종의 제3정당 프로젝트라고 할 수 있다. 그것이 과거 민주노동당의 핵심이었다. 민주노동당조차 자신의 프로젝트에 충실하지는 못했다. 당시 열린우리당과 연대하면서, 마치 열린우리당 왼쪽에 선 압박 세력 정도로 각인됐다. 제대로 완성되지 못했던 민주노동당의 프로젝트를 재개하는 방향으로 진보정치의 재편이 이뤄져야 한다."


"새정치연합 내 진보블록화 주장은 세대의 조급함"

장 부대표는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새정치연합 안에서의 진보블록화, 소위 '빅텐트론'에도 반대했다. 주대환 사회민주주의연대 대표와 일부 정치학자들은 '소선거구제는 양당체제를 낳는다'는 '뒤베르제 법칙'을 이야기하며 현실적으로 진보정당이 제3정당으로 자립하기 어렵다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관련기사 : "진보정당, 2004년 성공의 추억을 잊어라")

장 부대표는 이러한 진단에 "세대적 특성이 반영돼 있다"라며 "자기 세대에 진보정당이 뭔가 성과를 낼 수 없을 것 같다는 조급함이 충분히 있을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가령 2016년 총선과 2017년만 보면 (새정치연합 내 진보 블록화가) 현실적인 얘기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우리가 2017년까지만 살고 세상을 떠날 것은 아니지 않나. 박근혜 정부가 아무리 답답하게 느껴져도 결국 끝이 날 것이고, 그 이후의 삶도 있다. 박근혜 정권 때문에 지금 당장 가장 합리적이고 현실적으로 보이는 정치적 선택지가 그 이후에도 유효할지는 알 수 없다. 그 이후의 시대를 지금부터 준비해 나가지 않으면 발전적으로 대응할 수 없다."

"주대환 사회민주주의연대 대표 등의 진단 속에는 대단히 세대적인 특성이 반영돼 있다고 생각한다. 그분들에게는 1, 2년 뒤가 중요하지 10년, 20년 뒤가 중요한 건 아니다. 어찌 보면 세대적 우울증도 있는 것 같다. 1987년 이후 민주화라는 성과를 냈다고 생각했지만, 이명박과 박근혜 정권에서 반동화 된 상황을 경험했다. 반동화 된 상황을 교정하기 위해서 단기적인 해결 방안에 집중하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

그러면서 장 부대표는 "진보와 개혁을 이야기 할 때는 50대 이상 세대의 시각이 아니라, 지금의 30대, 더 나아가 20대의 시각까지 염두에 두면서 정치행위를 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진보정치 상징, 언제까지 심상정·노회찬이어야 하나"

 장석준 노동당 부대표
장석준 노동당 부대표장석준 제공

장 부대표는 새로운 진보정당의 노선에서도 이러한 '세대정치'를 강조했다. 그는 "상대적으로 젊은 세대를 통해 진보정치를 드러내야 한다. 특히 대중정치는 인물을 통해 상징된다. 언제까지나 노회찬, 심상정, 이정희로 그 상징을 드러낼 것인가 고민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과거 민주노총을 기반으로 해 노동자를 상징했던 인물보다는 노동 운동을 통해 성장한 30대의 새로운 인물로 상징돼야 한다"라며 "그렇게 되면 자연스럽게 정규직 중심의 운동이 아닌 비정규직이나 다른 영역에서 성장한 인물이 당의 얼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그의 주장은 '진보 세대교체론'이라고 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장 부대표는 진보정당이 의회에 진출한 후 기성정당으로 확장하는 과정에서, 진보정치가 의원과 국회 중심으로 흘러가는 문제를 지적하기도 했다.

그는 "노회찬, 심상정이 기성정치인이 된 부분도 감안해야 한다. 그들의 잘못이라기보다 진보정치운동의 과정에서 우리 스스로 선택지를 좁혀온 결과"라고 말했다. 

"국회의원으로 활동하는 것만을 좁은 의미의 정치로 여기는 경향이 강해졌다. 현역 국회의원의 활동만이 정치활동은 아니다. 대중에게 정치적 교육활동을 하는 사람도 있고, 저술을 하는 사람도 있다. 또는 당장 당선은 되지 않더라도 투자의 개념으로 지역 정치에 올인하는 경우도 있다.

이런 활동이 모두 하나로 이어지게 하기 위해 당을 만든 것인데, 국회의원의 활동에만 당이 몰리고 나머지 부분은 그것을 응원하는 것으로 쏠려갔다. 이런 부분을 반성해야 한다."

"진보 정치인 사이 앙금, 스스로 감정에서 벗어나야" 

문제는 어떻게 '민주노동당 프로젝트'를 다시 가동시킬 것인가라는 점이다. 진보정당은 지난 2007년 민주노동당 분당사태 이후 계속 분열돼 왔다. 최초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의 분열 이후 2012년 총선을 앞두고 통합논의가 있었지만, 심상정·노회찬과 같은 주요인사가 진보신당을 떠나며 결과적으로 또 다른 분열을 낳았다.

이후 통합진보당 경선부정 논란으로 정의당이 갈라져 나오면서 지금까지 고착된 분열상태는 현실적으로 극복하기 어려워 보이는 게 사실이다. 장 부대표 역시 이 문제를 쉽게 보지 않았다.

"정치를 하는 사람들도 사람이기 때문에 이전의 과정에서 생긴 앙금이 있을 수밖에 없다. 그것은 또 시간이 지남에 따라 약화되는 것이기 때문에 보다 최근의 일에 생생한 감정을 가지고 있을 수밖에 없다. 지난 총선 이후 분열된 정의당은 노동당에 비해 통합진보당에게 더 큰 반발감을 가지고 있고, 역으로 노동당은 정의당의 몇몇 인사들에게 배신감과 같은 감정을 가지고 있다. 정치를 하는 사람은 배우라고 생각한다. 스스로 감정에서 벗어나야 한다.

2016년 총선에서 진보정치가 지금보다 나은 질서를 가지고 선거에 임하면 좋겠지만, 당장 그 방안이 무엇이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2012년의 경험을 생각해 보면 당시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의 양당 구조를 더 나은 구조로 만들겠다고 통합을 했지만 결과는 진보가 3개 당으로 나뉘는 결과가 나왔다. 좋은 의도에서 출발했어도 더 나쁜 별과가 나타난 것이다. 정치는 의도를 통해 평가 받는 게 아니라 결과를 평가 받는 장이다. 대단히 조심스럽게 단추를 하나씩 꿰어 나갈 수밖에 없다."

장 부대표는 "결론적으로 진보정치는 이제 두 가지 쟁점을 가지고 이야기해야 한다"라며 "첫 번째 쟁점은 새정치연합과 연대를 중심에 둘 것인가, 아니면 제3당으로 독자적인 발전에 중점을 둘 것인가이다"라고 말했다.

두 번째 쟁점으로는 "북한 문제로 원초적 분열이 있었기 때문에, 최소한 북한의 3대 세습에 관해 남한의 일반적 상식에 부합하는 정치적 판단을 선언해야 한다는 점"이라고 정리했다.

인터뷰 발언록 "경제민주화 요구, 2017년에 더 크게 배출될 것"
"단체장 선거와 함께 진행됐던 교육감 선거를 비교해보면 유권자의 보수화라고 할 수 없다. 현재 정당정치 체제가 유권자의 다양한 표심을 보수화로 보이게 만들고 있다. 강한 새누리당과 그만큼 강하지는 않지만 그 대안처럼 여겨지는 새정치연합, 그리고 소수의 진보정당이라는 선택지가 유권자들에게 제시됐기 때문에 이번과 같은 선거 결과가 나왔다고 할 수 있다.

반면 교육감 선거는 보수와 진보라는 분명한 좌우구조로 치러졌다. 그 결과 진보교육감들이 다수 선택받았다. 만약 단체장 선거에도 이런 식의 선택지가 부여됐다면 다른 결과가 나왔을 수 있다. 유권자를 탓하고, 세대를 탓하는 건 옳지 않다."

"현재 강한 것처럼 보이는 새누리당의 토대는 절대 강한 토대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특정한 지역과 특정한 세대의 단단한 지지율을 가지고 있지만, 나머지 계층이나 지역은 굉장히 유동적이다. 만약 박근혜 정부가 대선 때 내세웠던 정책을 실제로 추진했다면, 새누리당의 집권은 장기화 됐을 것이다. 그람시가 말한 수동혁명이다.

하지만 지금 오히려 그 운명이 축소됐다고 생각한다. 2012년 대선에서 경제민주화와 복지는 일정한 컨센서스를 거쳐 나왔고, 사실상 이를 실현하는 데 5년의 시간을 잃었기 때문에 2017년에는 더 폭발적으로 배출될 것이다. 박근혜가 취했던 유연한 자세만으로 통하지 않는 상황이 될 것으로 본다. 그런 점에서 정치구조의 급격한 변동은 피할 수 없다."

"새정치연합이 영입한 진보적 인물들이 제 역할을 하려면 자신들이 대변하는 사회세력을 당 안으로 끌어들이고 요구를 관철시켜야 한다. 하지만 그 고리가 끊어져 있다. 은수미 의원을 예로 든다면 은 의원이 가지고 있는 자본만 활용하는 거다. 은 의원으로 대변되는 노동세력의 의지를 당 구조 안에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김대중, 노무현 정권이 그랬던 것처럼, 그동안 대변되지 않았던 세력을 집권해서 대변하는 것은 대단히 단절적인 정치선택이 된다. 조중동은 그것을 급진적인 것으로 낙인찍을 것이고, 결국 정치적 선택을 해야 한다는 것을 체험을 통해 알고 있는 것이다. 기득권 세력과 민중 세력 사이에서 자신들이 할 수 있는 일과 할 수 없는 일을 선택하고 있다. 이런 정당이기 때문에 아무리 좋은 인물을 흡수하더라도 결과로 나오지 않는다."

"다른 진보정당과 동작을에서 경쟁한다는 생각 없이 선거를 준비했다. 하지만 느닷없이 노회찬 후보가 출마하고 뒤이어 유선희 후보도 출마했다. 대단히 유감스럽고 불편한 선거가 됐다. 노회찬 후보는 처음부터 진보정당 후보 단일화를 언급하지 않았다. 새정치연합 후보와 단일화가 이뤄졌지만 우리와 단일화 논의는 애초에 그(노회찬)쪽에 의해 판이 닫힌 상태였다. 그런 이유로 지난 2012년 총선보다 적은 득표를 할 거라고 충분히 예감했다. 하지만 김종철 후보는 계속 동작에서 지역 정치 운동을 할 것이기 때문에 일종의 '역사투쟁'이라는 생각으로 완주를 했다."

#장석준 #노동당 #야권연대 #정의당 #노회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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