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복지소외계층 전국 일제조사(왼쪽), 2014년 복지소외계층 전국일제조사
보건복지부
지난 2월 26일, 송파 세 모녀의 죽음이 우리 사회에 알려졌다. 이들은 가난 때문에 죽음을 선택하는 와중에도 월세와 공과금 70만 원을 봉투에 넣은 뒤 주인아주머니께 "죄송합니다"라는 글을 남겼다. 가난 때문에 목숨을 끊는 상황에서 월세와 공과금을 내고 떠난 이들의 강한 염치가 '법 지키며 살면 바보'되는 세상에 던진 메시지는 강렬했다.
송파 세모녀의 죽음 이후 '빈곤 사각지대'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졌다. 세모녀의 죽음 이후 가난한 이들의 죽음이 연일 보도됐다. 사실 가난한 이들의 죽음이 처음 세상에 드러난 건 아니었다. 하지만 송파 세모녀 사건은 정부의 긴장을 불러왔고, 대통령은 그들의 죽음에 안타까움을 표했으며 복지3법의 조속한 통과를 지시하는 것은 물론 '복지 사각지대 일제조사'도 실시했다.
복지3법은 기초연금법, 장애인연금법, 기초생활보장법이다. 이 중 송파 세모녀와 관련이 있는 법은 기초생활보장법 개정안(새누리당 유재중 의원이 지난해 대표 발의)일 것이다. 과연 이 방안들은 '복지 사각지대'를 줄이는데 실효성이 있었을까? 대통령의 말대로 '있는 제도만 잘 활용하면' 빈곤문제는 해결되는가? 기초법 개정안이 통과되었더라면 세모녀는 기초생활수급자가 될 수 있었을까?
현행법은 왜 송파 세모녀를 사각지대에 남겨놓는가우선 현행법에 따라 송파 세모녀는 왜 '사각지대'에 있어야 했는지 살펴보자. 기초생활보장제도의 수급자가 되려면 가구 소득이 최저생계비 미만이어야 한다. 이들은 소득이 전혀 없는 상황이었지만 현행법에 명시돼 있는 '소득'은 손에 쥘 수 있는 '실질 소득'만이 아니라 '소득인정액'을 의미한다.
재산의 소득환산에 따른 금액 및 부양의무자에게 부과되는 간주부양비, 근로능력이 있다고 추정하는 이에게 부과되는 추정소득 등이 모두 '소득인정액'에 포함된다. 송파 세 모녀는 재산, 부양의무자가 없었으나 정부가 바라보기엔 모두 근로능력자로, 추정소득 부과대상자가 될 것이다.
어머니 박씨의 경우 61세로 근로가능 연령층이며, 현행 제도는 불과 한 달 전 다치거나 소득이 단절된 경우를 근로능력이 일상적으로 제약되는 상태로 보지 않는다. 첫째 딸의 경우 고혈압과 당뇨가 심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이는 만성질환으로 인정받기 어렵다. 또 지속적으로 병원에 다니지 못했기 때문에 증명하기 어렵다. 둘째 딸의 경우 신용불량자라고 하지만 이는 근로무능력사유가 되지 않는다.
이렇게 근로능력이 있는 세 모녀에게 정부는 '추정소득'을 부과했을 것이다. 얼마의 추정소득을 부과하는가는 상황에 대한 담당공무원의 판단이 좌우하겠지만 3인 가구 최저생계비인 132만9118원에 미달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근로능력자 3인가구가 수급신청을 하러 갔다가는 '멀쩡한 딸들은 뭐 합니까'라는 면박만 받기 십상이라는 것이다.
알리기만 하면 빈곤 사각지대서 나올 수 있을까
이런 상황에서 진행된 '복지 소외계층 발굴 일제조사'는 처음부터 한계가 있었다. 지난 3월 일제조사 결과 발표(보건복지부)를 통해 보면 전월, 전년에 비해 두 배 이상 증가한 7만 4천명이 복지지원을 신청했다. 그러나 지원이 완료된 것은 전체의 33%에 불과하며 그 중 긴급복지, 기초생활보장의 지원완료자는 단 6700명에 그쳤다. 전체 지원완료자의 70%에 달하는 1만6000명은 민간자원으로 연결되었다.
복지지원이 필요해 담당 기관에 연락한 7만 명 중 67%는 지원받지 못했고, 설사 지원을 받을 수 있게 됐더라도 대부분 '민간자원'으로 연계된 것이다. 민간자원은 그 양이 충분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보장받을 수 있는 내용이 제한적이고, 무엇보다 안정성이 떨어진다.
빈곤문제가 오랜 기간 교육과 일자리, 건강상의 문제와 결부되어 발생한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일시적인 원조나 지원은 개인의 빈곤상황을 끝내주지 못한다. 가난 때문에 목숨을 잃는 국민들이 있는데 기업이나 종교단체와의 후원 연결을 '복지'라 하는 것은 다소 뻔뻔하지 않은가.
2012년, 화장실에서 생활하는 삼남매 사건이 발생했을 때도 정부는 '복지사각지대 일제조사'를 지시했다. 해당 복지사각지대 일제조사를 통해 2만여명을 지원했다고 밝혔으나 빈곤문제는 해결되지 않았고 기초생활수급자 숫자도 늘어나지 않았다. 일제조사 지시가 내려진 뒤 한 주민센터 복지전담공무원은 "사각지대가 어디 있는지 모르지 않는다"라며 "알지만 도울 방법이 없다 한숨을 쉬었다. 복지제도를 몰라서가 아니라 신청을 해도 지원받을 수 없는 복지의 높은 문턱이 문제이기 때문이다. 안정적인 대책을 갖기 위해선 홍보나 일시 민간지원 연계의 땜질식 처방이 아니라 정책적인 의지가 필요하다.
하지만 현재 국회에 계류중인 '기초생활보장법 개정안'은 그런 정책이 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바뀌는 개정안에 세모녀의 상황을 대입해보면, 왜 이런 주장을 하는지 쉽게 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