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어 나가는 금강 제비들, 정말 무섭다

금강정비사업 이후 로드킬 늘어나... 강변까지 도로 만들어 환경 훼손

등록 2014.10.14 17:06수정 2014.10.14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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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백제문화대전이 끝난 금강은 겨울을 준비하고 있다. 부여의 강변에는 4대강 사업 이후부터 꾸준히 식재된 코스모스가 가을을 뽐내 듯 자라고 있었고, 일부 코스모스는 내년을 준비하는 씨를 뿌리고 있었다. 지난 13일 찾은 금강은 겨울을 준비하는 듯 차가워 보였다.

지난 9월에는 한참 공사 중이었던 부여군 규암면 신리의 작은 다리는 이제 완공돼 공사장비가 모두 철거돼 있었다. 이 공사는 재해예방공사로 시행됐다. 하지만, 실제로는 4대강 공사 이후 역행침식이 발생해 다리가 붕괴될 위기에 처하자 공사가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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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경호

9월 당시 한참 공사 중이던 현장 모습은 또 다시 금강정비사업을 막아내지 못한 후회를 되새기게 했다. 현장 상태는 우려스러웠다. 쌓아놓은 사석을 덮은 황토는 유실돼 향후 큰물이 올 경우 위험해 보였다. 풀과 나무가 식재돼 토양이 자리잡지 못한다면, 내년 비에 무너질 가능성이 높아보였다. 그러면 다시 또 공사를 해야 할 것이다.

 사석이 쌓인 끝에 흙이 유실된 모습.
사석이 쌓인 끝에 흙이 유실된 모습. 이경호

9월 말부터 남쪽으로 이동하는 제비가 강경의 금강변 전깃줄에 모여 있다. 이후 이동하는 길에서 나는 안타까운 현장을 만나야 했다. 4대강 사업으로 강변이 정비되면서 제비가 로드킬을 당한 곳이었다.

제비는 죽은 지 얼마 되지 않아 보였다. 아직 어린 새라서 그런지 색이 선명하게 드러나지 않았다. 올해 태어난 새끼가 강변을 달리는 차를 미처 피하지 못한 채 부딪쳐 죽은 듯했다.

나는 금강에서 몇 번의 로드킬을 목격했다. 뱀과 개구리 등이 죽은 모습도 종종 봤다. 이것이 모두 4대강 사업 이후의 모습이다. 차량 접근이 어려웠던 강변이 정비되면서 차량이 고속주행이 가능한 도로가 되었다. 그 결과 로드킬이 일어나고 있다.(참고 : 혈세로 심은 나무를 '싹둑'... 이것만이 아닙니다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1791373)

제비는 인가 주변에만 서식하고, 사람이 살지 않는 집에는 번식조차 하지 않는다. 사람과 친근한 제비는 최근 그 개체수가 급감하면서 멸종의 길로 접어들고 있다. 이런 제비가 죽은 모습을 보니 강변에 찾아가는 것 자체가 두려울 정도다.


 어린 제비가 금강변에 죽어 있다
어린 제비가 금강변에 죽어 있다 이경호

4대강 사업은 제비들에게 또 다른 위협요인이 됐다. 강남으로 가서 겨울을 보내고 다시 강경을 찾아왔을 제비가 떠나 보지도 못한 채 강변에서 죽은 것이다. 금강정비사업의 또 다른 단상이다. 로드킬을 피해 전깃줄에 앉아 떠날 채비를 하는 제비들이 무사히 강남에 가서 다시 내년에 강경에서 만날 수 있기를 바란다.
#제비 #로드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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