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에서 책읽기운좋게 자리에 앉았습니다.
김춘미
처음은 지하철이었습니다. 좌석 버스 한 번만 타면 편하게 멀리까지 갈 수 있지만, 주말에는 자리도 없고, 흔들리는 차 안에서 멀미를 한 적 있는 둘째의 강력한 반대로 지하철을 타기로 했습니다. 다행히 자리가 있어 가방에 넣어온 책을 읽으며 편히 이동했습니다.
다음은 시내버스였습니다. 좌석 버스보다 흔들림이 더 심한 시내버스는 사람도 많았습니다. 아이들이 사람들 사이에 끼어 흔들리는 사이 엄마는 자리가 있는지를 살펴봤지만 한 자리도 없었습니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며 직접 느끼기도 했고, 수도권에 거주하는 지인들이 말하길, "요즘은 자리 양보 안 하는 게 일반적이다"라고 했기에 엄마는 아이들과 함께 대중교통을 이용하더라도 '누군가 자리 양보해주지 않나' 그윽한 눈으로 앉아 있는 사람을 바라보지 않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연세가 지긋한 어르신이 누군가 내리는 자리를 가리키며 아이들 손을 끌어당기셨습니다.
"야야... 너희들 이리 와서 앉아라." 등산복 차림을 하신 그 어르신은 건강해 보이시긴 했지만 연세가 꽤 된 분이셨고 오히려 누군가 자리를 양보해 드려야 할 것 같은 느낌이었기 때문에 당황하며 아니라고 했지만, 아이들이 앉아야 마음이 편하다며 굳이 아이들을 그쪽으로 앉게 하셨습니다. 그 후 버스가 대여섯 정거장을 지났을 때 제가 서 있던 자리의 젊은이가 일어나 저는 재빨리 어르신께 앉으시라고 했습니다. 그때 느닷없이 엉덩이를 들이밀고 앉으신 한 아주머니! 잠시 멍하니 서 있던 사이 아이들께 자리 양보했던 어르신께서 말씀하셨습니다.
"그래, 이제는 우리가 앉을게요."
엉덩이를 들이미신 아주머니는 어르신의 아내 되시는 분이었습니다. 한참을 서 계시다 자리에 앉으시고는 그제야 편안하셨는지 뒤를 돌아다 보며 아이들에게 무언가를 건네셨습니다.
"가져, 귀한 거야. 아마 너희들은 이거 찾기 어려울걸."네잎클로버 선물까지...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