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리사랑' 자리양보... 감사합니다, 어르신!

[엄마는 육아휴직중 ⑪] 아이 데리고 지하철에 버스까지... 힘들어도 즐거워

등록 2014.11.05 14:41수정 2014.11.05 1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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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주말나들이 단풍이 절정입니다. ⓒ 김춘미


가을이 시작되면서 아이들과의 주말 나들이는 대부분 밖으로 나갑니다.


근처 공원에 나가 나뭇잎들을 뿌리며 놀아도 좋고, 시원한 바람이 불어 운동장에서 공을 차도 좋습니다. 지난 주말에는 아이들이 서울 월드컵 공원의 억새를 보면 좋겠다는 생각에 서울 나들이를 했습니다. 지하철도 타고, 버스도 타고... 대중교통을 이용한 서울 나들이를 시작했습니다.

지하철 타고 버스타고... 즐거운 서울 나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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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에서 책읽기 운좋게 자리에 앉았습니다. ⓒ 김춘미


처음은 지하철이었습니다. 좌석 버스 한 번만 타면 편하게 멀리까지 갈 수 있지만, 주말에는 자리도 없고, 흔들리는 차 안에서 멀미를 한 적 있는 둘째의 강력한 반대로 지하철을 타기로 했습니다. 다행히 자리가 있어 가방에 넣어온 책을 읽으며 편히 이동했습니다.

다음은 시내버스였습니다. 좌석 버스보다 흔들림이 더 심한 시내버스는 사람도 많았습니다. 아이들이 사람들 사이에 끼어 흔들리는 사이 엄마는 자리가 있는지를 살펴봤지만 한 자리도 없었습니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며 직접 느끼기도 했고, 수도권에 거주하는 지인들이 말하길, "요즘은 자리 양보 안 하는 게 일반적이다"라고 했기에 엄마는 아이들과 함께 대중교통을 이용하더라도 '누군가 자리 양보해주지 않나' 그윽한 눈으로 앉아 있는 사람을 바라보지 않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연세가 지긋한 어르신이 누군가 내리는 자리를 가리키며 아이들 손을 끌어당기셨습니다.

"야야... 너희들 이리 와서 앉아라."


등산복 차림을 하신 그 어르신은 건강해 보이시긴 했지만 연세가 꽤 된 분이셨고 오히려 누군가 자리를 양보해 드려야 할 것 같은 느낌이었기 때문에 당황하며 아니라고 했지만, 아이들이 앉아야 마음이 편하다며 굳이 아이들을 그쪽으로 앉게 하셨습니다. 그 후 버스가 대여섯 정거장을 지났을 때 제가 서 있던 자리의 젊은이가 일어나 저는 재빨리 어르신께 앉으시라고 했습니다. 그때 느닷없이 엉덩이를 들이밀고 앉으신 한 아주머니! 잠시 멍하니 서 있던 사이 아이들께 자리 양보했던 어르신께서 말씀하셨습니다.

"그래, 이제는 우리가 앉을게요."


엉덩이를 들이미신 아주머니는 어르신의 아내 되시는 분이었습니다. 한참을 서 계시다 자리에 앉으시고는 그제야 편안하셨는지 뒤를 돌아다 보며 아이들에게 무언가를 건네셨습니다.

"가져, 귀한 거야. 아마 너희들은 이거 찾기 어려울걸."

네잎클로버 선물까지...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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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잎 클로버 버스안에서 흔들리며 잎새를 펼쳐놓지 않아 그대로 말라버렸습니다. ⓒ 김춘미


네잎클로버였습니다. 등산 다녀오시면서 찾으셨다며 아이들에게 건네셨고, 더불어 주머니 속 작은 과자 몇 개도 함께 주셨습니다. 아이들은 그 선물이 좋았는지 아니면 신기하고 새로운 버스여행이 좋아서였는지 노부부가 양보한 자리에 둘이 앉아 키득키득 웃으며 장난쳤습니다.

대중교통에서의 자리 양보. 젊은 사람들에게 언젠가는 의무처럼 양보하도록 캠페인을 벌이기도 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양보를 잘 하지 않는 게 조금 더 일반적이라고 느껴지는 요즘, 조금이라도 먼저 앉히고 싶은 아내를 뒤로하고, 아이들에게 먼저 앉으라고 자리를 내어 주신 어르신. 또 '행운'을 준다는 네잎클로버까지 건네신 노부부의 모습이 정말 아름다워 보였습니다. 감사합니다. 어르신 덕분에 아주 즐거운 주말 나들이를 다녀왔습니다.
#자리양보 #행운 #가을나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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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소중한 이 순간 순간을 열심히 살아가려고 애쓰며 멋지게 늙어가기를 꿈꾸는 직장인 아줌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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