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 세워진 이오덕 선생의 시 <새와 산>이 적힌 비석이다. 맞은 편에는 권정생 선생의 시비 <밭 한 퇘기>가 마주하고 있다. 그림은 포토샵 작업 위에 연필 드로잉을 했다.
유순상
"일을 해야 사람다운 생각을 가질 수 있다"
이오덕 학교는 전 교육과정을 '모둠교육'이라 부른다. 모둠은 '작은 공동체'로 풀이할 수 있는데, 우리말 쓰기를 중시했던 이오덕 선생이 즐겨 쓰던 말이다. 아이들은 주 5일 공부를 하고 주말이면 서울과 대전 등 자신의 집으로 돌아간다. 입시경쟁위주의 교육방식에 회의를 느낀 부모들이 대안을 찾다 이오덕 학교의 문을 두드린 경우가 대부분이다.
간혹 아이들이 컴퓨터 게임에 빠지거나 학업에 적응하지 못해 이곳에 보내는 경우도 있다. 공동체 생활, 즉 모둠생활을 하기 때문에 아이들은 함께 나아가야 할 목표에 동의를 해야 입학자격을 얻는다. 우리말과 삶을 가꾸는 글을 쓰면서 올바르게 살아가는 길 찾기, 일하고 공부하고 노는 것이 하나가 되는 삶을 즐기기, 이름 없이 가난하게 살아가는 데서 기쁨을 느끼기 등이 그 목표다.
수업은 학년을 나누지 않고 한데 모여서 한다. 학년이 올라가면 따라서 발전이 있다는 환상을 깨기 위한 것이라고 한다. 나이 많은 학생이 어린 학생의 선생이 되기도 하고, 어린아이의 기발한 생각이 나이 많은 학생의 길잡이가 되기도 한다. '가르쳐 기른다'는 교육(敎育)의 의미를 넘어 아이들끼리 '서로의 앎을 나누는' 교육(交育)이라는 설명이다.
교사는 5명으로 생활과 나물, 바둑과 중국어, 일·놀이 등을 가르친다. 아이들이 '할배'라고 부르는 이 교장은 학교에서 으뜸으로 치는 일·놀이 수업을 맡고 있다. 생전에 이오덕 선생이 "아이들은 일을 통해 삶에 필요한 것을 얻고 자연과 사회의 참모습을 깨달아야 한다"고 가르친 데 따른 것이다. 남에게 기대지 않고 살아가려면 일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아이들은 새벽 5시 풀베기와 짐승 돌보기로 하루를 시작해 오후 6시면 저녁 설거지와 학교 청소로 일과를 마무리한다. 인터뷰를 하던 날도 이 교장은 아이들에게 풀 깎는 예초기 사용법을 알려주고 있었다.
"아이들에게 일과 놀이는 하나예요. 엄마가 빨래를 하면 아이들은 손수건을 물에 담가 빨고 싶어 하죠. 본래 일은 즐거운 놀이이기 때문이죠. 일·놀이 시간에 아이가 밭에서 일하기 싫어하면 친구들을 위해 노래라도 불러야 해요. 땡볕에서요. 대신 일이 지나치면 안 되니까 아이들이 일에 지쳐있거나 지겨워하는 모습을 보이면 그만 두도록 하죠."먹을거리도 함께 장만한다. 각자 이름으로 된 텃밭에서 오이와 토마토, 감자 등을 기른다. 과수원에서 사과와 배를 재배하고 들판에서 젖소와 오리를 키운다. 되도록 옛 방식대로 농약을 치지 않고 키운다. 밥을 먹기 전에는 꼭 시를 읽거나 노래를 부른다. <오적>을 쓴 김지하 시인의 시 '밥이 곧 하늘입니다'를 낭독하거나 생명운동가 장일순(1928~1994) 선생이 만든 '밥은 하늘입니다'라는 노래를 부른다.
"여기서는 인스턴트 음식을 못 먹게 합니다. 건강에 나쁠 뿐더러 아이들 자신이 기른 것을 먹어야 풀과 나무를 소중히 할 줄 알거든요. 사람은 자연과 어울려야 착해지고 사람다워지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