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이 일선 공무원 콕 짚어 "나쁜 사람"

지난해 8월 유진룡 장관 등 불러 사실상 '경질 인사' 지시 의혹

등록 2014.12.04 11:24수정 2014.12.04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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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지난해 8월 유진룡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등을 청와대 집무실로 불러 문화체육관광부 간부 2명의 경질 인사를 지시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4일자 <한겨레> 보도에 따르면, 박 대통령은 지난해 8월 유진룡 장관 등을 부른 자리에서 수첩을 꺼내 대한승마협회 조사를 맡았던 노아무개 체육국장과 진아무개 체육정책과장을 직접 거론하면서 "나쁜 사람이라고 하더라"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의 "나쁜 사람" 발언이 나온 직후인 지난해 9월 노 국장은 중앙박물관 교육문화교류단장으로, 진 과장은 한국예술종합학교 총무과장으로 발령났다. <한겨레>는 "대통령이 직접 일개 부처 공무원의 이름을 불러가며 '나쁜 사람'이라고 지칭했다면, 이는 인사권을 가진 주무 장관에게 사실상 경질 또는 좌천 인사를 지시한 것으로 해석될 수밖에 없다"라고 풀이했다. 

노 국장과 진 과장의 경질은 지난해 진행된 대한승마협회 조사와 관련돼 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해 6월 대한승마협회 조사에 착수했다. 이러한 조사는 청와대 교육문화수석실의 지시에 따른 것이었다. 같은 해 4월 경북 상주에서 열린 한국마사회컵 전국승마대회에서 판정시비가 일었고, 정윤회씨 딸인 유연씨의 전국대회와 국가대표 선발전을 둘러싸고 특혜시비가 불거진 때였다.

대한승마협회 조사를 진행했던 노 국장과 진 과장은 같은 해 7-8월께 청와대에 조사보고서를 냈다. 조사보고서는 정윤회씨쪽과 반대쪽 모두에 문제가 많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는 청와대가 의도했던 결과와 다른 것이었다. 이후 유 장관이 청와대에 불러갔고, 그 자리에서 박 대통령이 노 국장과 진 과장을 지목해 "나쁜 사람"이라고 말했다. 이후 노 국장과 진 과장은 사실상 경질됐다. 이를 두고 정씨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성수 새정치민주연합 대변인은 4일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두 공무원을 지목한 이유는 무엇인지, 누구로부터 이들이 나쁜 사람이라는 말을 들은 것인지 밝혀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청와대는 "확인할 방법이 있는지 알아보겠다"(민경욱 대변인)라고만 답했다.

정씨는 강원도 평창군 용평면 도사리 일대에 11만8589㎡(3만5936평) 규모의 말목장 부지를 조성하려고 했을 정도로 승마에 집착했다(관련기사 : 최태민 목사 딸 부부 소유 평창 땅 더 있다). 딸에게 승마를 권유한 것도 그였다. 유연씨는 4살 때부터 승마를 시작해 초등학교 5학년 때인 지난 2007년 선수로 데뷔했다. 지난 인천아시안게임에서는 마장마술종목에서 금메달을 땄다(관련기사 국가대표 선발 특혜의혹 잠재운 '정윤회 딸의 금메달').
#박근혜 #유진룡 #문화체육관광부 #정윤회 #정유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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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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