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유철 감독作 영화 <누구에게나 찬란한> 포스터
임유철
가난한 아이들이 죽을 만큼 뛰어본 이야기지난 11월 6일 개봉한 임유철 감독의 <누구에게나 찬란한>은 국내 최초 지역아동센터 유소년 축구단 '희망FC'의 희망을 담은 축구 다큐멘터리다. 영화는 가난하지만 축구를 하고 싶은 아이들이 모인 '희망FC'와 아이들을 지도하기 위해 부임한 박철우·김태근 감독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구성돼 있다. 이 다큐가 완성되기까지 걸린 시간은 무려 6년. 같은 듯 달랐던 두 감독의 훈육 방식과 감독의 방침에 적응하고 성장해 나아가는 아이들의 모습이 카메라에 고스란히 담겼다.
희망FC의 첫 번째 지도자 박철우 감독은 희망FC 창단 의미를 아이들의 프로 입단에서 찾고자 했다. 가난한 아이들도 노력하면 얼마든지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희망FC 멤버들의 '프로 입단'을 통해 증명하고 싶었던 것이다. 그러나 박 감독의 철학은 주변 상황과 부딪쳐야했고, 결국 박 감독은 다큐 촬영 중간에 사임했다.
후임 감독으로 선출된 김태근 감독의 철학은 조금 달랐다. 희망FC 아이들이 '가난'을 극복하길 바라는 마음은 박 전 감독과 같았으나 반드시 '성공'해야 하는 것은 아니며, 그 통로 역시 '축구' 이외의 것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김 감독의 철학이었다. 그는 '가난한' 환경 때문에 스스로 테두리를 만들어 포기와 좌절에 익숙해진 아이들이 희망FC '축구선수 경험'을 통해 자신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기를 바랐다.
김 감독은 부임하자마자 왕따를 당하고 있던 '병훈'이를 아이들 커뮤니티에 자연스럽게 편입시킨다. 방식은 단체로 햄버거 가게에 갔을 때 김태근 감독이 병훈이에게 햄버거 주문을 맡기는 식이다. 그 순간, 아이들은 바로 병훈이에게 가서 "나 이거 먹어도 돼?" 식으로 허락을 받는다. 선생님이 '왕따하지 마라' 등의 훈계로 아이들의 태도 변화를 유도한 것이 아니라 왕따를 당하고 있는 아이를 일부러 커뮤니티에서 중요한 위치에 넣어 아이들이 서로를 인정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한 것이다.
희망FC 아이들에 대한 김 감독의 교육철학과 방식은 초등학교 주말리그 결승전에서 극적으로 표출된다. 김태근 감독은 희망FC로 '임대되어 온 축구를 잘 하는 선수들'에게 진심으로 양해를 구한 뒤 아동센터 아이들인 원래 멤버로만 결승팀을 구성한다. 아이들도 정말 죽을 힘을 다해 뛴다. 그 마음들이 스크린을 통해서도 충분히 전해진다.
나를 뛰어넘어본 자만이 가질 수 있는 단어 '희망'경기 결과와 상관없이 아이들은 스스로가 '한계'로 규정지었던 지점을 뛰어 넘은 경험을 가지게 됐다. 감독의 후일담에 따르면, 희망FC는 경제적인 이유로 해산됐다. 그리고 당시 선수로 뛰었던 아동센터 아이들은 지금 중학교 2학년 학생으로 성장했다. 아이들은 여전히 가난하게 살고 있지만, 더 이상 가난을 핑계로 스스로 한계를 만들며 살고 있지는 않는 것 같다. 대체로 학업 성적이 우수한 편이고, 학업 이외의 방향으로 진로탐색을 하는 아이들 역시 매우 적극적인 자세로 임하고 있다고 한다.
다큐는 상영시간 내내 '축구'를 하고 싶어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가난한 아이들'을 보여주며 '계급'을 이야기한다. 이제 중학교 2학년인 이 아이들이 정말 '가난'을 뛰어넘을 수 있을지를 장담할 수는 없다. 그러나 무엇인가에 최선을 다해본 경험을 가진 아이들이 스스로 선택할 미래가 '희망'적이라는 것에는 이견이 없을 것이다.
우수한 실력을 가진 임대 선수들에게 양해를 구해가며 온전히 희망FC 소속 선수들로만 결승팀을 구성했던 김태근 감독. 모든 아이들의 출발선이 동일할 수는 없으나 각자의 환경에서 본인이 원하는 것에 '최선을 다해 볼' 기회는 제공받을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누리과정 대 무상급식' 논쟁에 앞서 생각해봐야 할 문제를 임유철 감독은 <누구에게나 찬란한>에서 이야기 하고 있었다.
임유철 감독은 전문 탐사보도 매체인 <뉴스타파>에서 객원PD로도 활동 중이며, 현재 민주언론시민연합 30주년을 맞아 뉴스타파와 공동제작중인 '언론 문제' 다큐멘터리를 만들고 있다. 이처럼 따뜻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우리의 현실을 냉정하게 바라보게 하는 다큐를 빚어낸 임 감독의 차기 작품이 매우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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