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레스덴 연설사진 2: 2014년 3월 28일, 박근혜 대통령 드레스덴 연설 (출처-청와대 홈페이지)
청와대
3월 28일의 '드레스덴 선언' 역시 남북관계 개선의 계기가 되지 못했다. 북한은 '흡수통일 선언'이라며 강하게 반발했고, 정부는 연설 내용을 사전에는 물론 사후에도 전달하지 않았다.
실제로 류길재 통일부 장관은 4월 11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현안보고에 참석해 드레스덴 선언 내용에 대한 북한과의 접촉 여부에 대해 "구체적으로 전달한 적 없다"고 밝혀 질타를 당했다. 정부의 이러한 행태는 2000년 3월, 김대중 대통령의 '베를린 선언'의 연설문이 북한에 미리 전달되었던 것에 비교되어 무책임한 행동으로 평가받았다.
더구나 드레스덴에서의 선언이 무색하게도 연설이 있던 28일, 한미 양국은 21년 만에 최대 규모로 상륙훈련(쌍용훈련)을 진행했다. 남북 간에는 오히려 긴장이 고조되었다. 또한 통일부는 식량 및 비료를 포함한 민간의 인도적 지원을 "타이밍이 아니다"라며 불허했고, 남북교류를 가로막고 있는 5·24조치의 해제를 "전혀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밝힘으로써 남북관계 개선의 여지를 스스로 좁혔다. 이후 10월 4일 북한대표단의 인천아시안게임 폐막식 방문이 있기 전까지 남북관계는 지속적으로 악화일로를 걸었다.
"북한은 없어져야 할 나라"5월 12일, 국방부 김민석 대변인은 정례 브리핑에서 "북한은 없어져야 할 나라", "거짓말을 일삼는 나라"라는 등의 말을 쏟아냈다. 북한은 이에 대해 '전면적인 보복전'을 거론하며 강하게 반발했다.
6월 13일, '국가 대개조'를 표방한 개각이 단행되었다. 국방부 장관 김관진이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으로 승진했다. 그는 과거 연평도 포격사건 때 "쏠까말까 묻지 말고 쏘고 나서 보고하라"는 지시를 내렸던 강경파였다. 총리로 추천된 문창극은 과거 2012년 교회 방송에서 "남북협상 한다 해서 통일되지 않는다. 하나님의 섭리로써 북한이 무너지리라고 확실히 믿는다"던 북한 붕괴론자였다.
인천아시안게임 남북실무접촉 결렬7월 17일, 인천아시안게임을 위한 남북 실무접촉이 결렬되었다. 회담 당일 오전까지 회담장의 분위기는 우호적이었다. 그러나 다수 언론의 보도에 따르면, 청와대의 지시가 있은 오후부터 남측 협상단은 북측의 선수단과 응원단의 구성을 꼬치꼬치 캐묻는 등 태도가 돌변했고 북측이 요구하지 않은 체류비용까지 거론했다. 회담 무산 이후 통일부는 "북측이 지난 번 회담에서 먼저 결렬을 선언했으니 우리 측에서 먼저 실무접촉을 제의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표명했다.
"그런 자리 아니다."8월 7일, 통일준비위원회 첫 회의가 열렸다. 우윤근 새정치민주연합 정책위의장이 5·24 조치 철회를 제안하자 통일부 장관은 "통일준비위 자리는 5·24 조치 등을 얘기하는 게 아니라 통일 준비에 대한 얘기를 해야 한다"라고 답했다. 이에 위원 자격으로 참석한 한 인사는 "정부에서 정해준 얘기만 해야 하느냐"라고 항의했다.
"집회·결사의 자유를 제한할 수 없다."9월 13일과 15일, 북한 국방위가 청와대 국가안보실 앞으로 "남측이 삐라살포를 중단해야 대화의 문이 열릴 것이다"라는 요지의 전통문을 보내왔다. 국가안보실은 바로 다음날인 16일, "우리는 집회·결사의 자유를 제한할 수 없다"며 단칼에 거절했다고 밝혔다. 며칠 후인 9월 21일, 파주시 통일전망대에서 또다시 대북 삐라 20만 장이 살포되었다.
삐라 바람으로 날려버린 남북 관계 개선의 골든타임 10월 4일, 인천아시안게임 폐막식에 북한 대표단이 참석했다. 남북은 2차 고위급회담 개최에 합의했다. 그러나 어렵게 찾아온 남북 화해 분위기는 채 한 달이 지나기도 전에 냉각되었다. 남북이 2차 고위급접촉 개최에 합의한 직후, 민통선 인근에서 대북 삐라가 또 살포되었던 것이다. 총리실 및 안전행정부가 대북전단살포 단체에 2년간 6억 5천만 원의 정부 지원금을 준 사실이 국정감사에서 드러났다.
이후에도 여러 차례 삐라 살포가 지속되면서 10월 10일에는 전례 없이 북이 삐라 풍선에 사격을 했고, 남측도 대응사격을 하면서 남북관계가 다시 경색되었다. 보다 못한 연천지역 주민들이 직접 탈북자단체의 살포를 막기도 했다.
이보다 앞선 10월 7일에는 서해상 남북 간 군사적 충돌이 발생했다. 해군은 북 함정을 격파하려고 했고, 격파사격을 위해 발사한 76㎜ 함포가 불발돼자 순항미사일을 발사하려고 했다. 청와대는 상황이 악화되는 것을 막으려 노력한 것이 아니라 보고를 받고도 "군이 알아서 대응하라"고 지시했다.
이러한 일련의 사건들로 인해 10월 말~11월 초로 예정되었던 남북고위급 회담은 무산되었다.
'사랑과 평화'의 심리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