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원 임기 1년여 포기... 나를 회초리로 써달라"

[인터뷰] 은수미 새정치연합 의원, 4월 보궐선거 성남 중원에 출사표 던져

등록 2014.12.31 11:24수정 2014.12.31 14:24
20
원고료로 응원
 성남시 단대오거리 사무실에서 기자와 인터뷰 중인 은수미의원
성남시 단대오거리 사무실에서 기자와 인터뷰 중인 은수미의원이종득

누가 새정치민주연합 당 대표로 선출될까? 정치권과 언론의 여러 눈길이 여기에 쏠려 있다. 공무원연금 개혁, 자원외교 국정조사 등 굵직한 현안도 눈길을 끈다. 

이런 와중에 정치적 결단을 내린 국회의원이 있어 지난 27일에 만나보았다. 새정치민주연합 은수미 의원이다. 19대 총선에서 비례대표로 국회에 입성한 은 의원은 "시민과 공감하는 정치를 실현하겠다"며 지역구 출마 의사를 밝혔다.

은 의원은 지난 11월, 성남시 중원에 지역 사무실을 열었지만 이달 초 지역위원장 경선에서 정환석 지역위원장에게 패했다. 대신 은 의원은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에 따라 김미희 의원이 의원직을 상실하자, 내년 4월에 열리는 보궐 선거에 출사표를 던졌다.

은 의원은 "19대 임기가 1년 이상 남은 시점이어서 동료 의원과 보좌관들의 만류가 많았다"며 "하지만 정직한 정치를 하기 위해 남은 임기를 포기하더라도 민주주의에 역주행하는 박근혜 정권을 심판해야 한다"고 밝혔다.

지난 총선에선 야권연대를 통해 통합진보당 김미희 의원이 성남 중원에서 당선했다. 17, 18대 총선에서는 여권 후보가 이 지역에서 당선했다. 여야 모두 승리를 장담하기 어려운 지역이다.

아래는 은 의원과 나눈 일문일답 전문이다.

"시민과 공감하면서 지역공동체 정치 실현하겠다"


- 자신에게 정치란 뭡니까?
"함께 꿈꾸고, 함께 꿈을 실현하는 것이죠. 한마디로 줄이라면 '희망 공감'입니다. 국민이 아플 때 같이 아프고, 슬플 때 같이 슬프고, 기쁠 때 같이 기뻐하는, 국민이 원하는 대한민국 공동체를 만드는 것입니다."   

- 내년 4월 성남시 중원 보궐선거, 왜 출마를 결정했나요?
"며칠 전 당으로부터 '자원외교 국조특위' 위원으로 참석하라고 권유받았으나 재보선 일정과 겹칠 것 같아 정중히 사양했습니다. 성남 중원 시민들께는 미안하죠. 내후년 총선만이 아니라 내년 보궐까지 두 번 투표해야 하니까요. 하지만 정부여당이 하자는 선거입니다. 피할 수도, 피해서도 안 됩니다. 중요한 상임위 일정이 마무리 되면 의원직 사퇴하고 출마준비에 전념할 생각입니다."


- 임기가 1년 4개월 남았는데, 의원직을 사퇴하면서까지 출마하는 이유는?
"과거에도 비례대표를 사퇴하고 지역구 국회의원에 도전한 분들이 계십니다. 전재희, 유승민, 이회창 등. 이들은 자기 분야에서 최고로 인정받아 정책전문가로 영입되었고, 지역구 출마를 통해 대중 정치인으로 바뀌었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전문성을 인정받아 비례대표가 된 저 역시, 국민 속에 뿌리를 내리고 시민과 공감하면서 대한민국 공동체의 미래를 함께 꿈꾸고, 만들고 싶습니다. 중원의 특수성 때문에 결단과 도전의 시기가 1년 빨리 온 것이지요. 제게는 영광입니다."

- 특별한 연고가 없는 성남시, 특히 중원구를 선택한 이유는 뭔가요.
"중원은 서민의 따뜻한 공동체가 살아있는 곳입니다. 어제 지역 사무실에서 퇴근하려는데 할머니 한 분이 빙판길에 넘어지셨습니다. 들고 있던 귤, 우유, 요구르트가 사방으로 흩어졌어요. 그러자 길을 가던 주민 10여명이 할머니를 일으켜 세우고 물건을 줍고 부축해서 병원으로 모셔가더군요. 참으로 고맙고 정이 많은 지역이구나, 생각했습니다.

저는 의원으로 활동한 지난 2년 6개월여를 비정규직, 청년 알바, 영세 자영업자 등 서민과 함께 했습니다. 중원에서 은수미와 함께하는 '기분 좋은 변화'를 만들고 싶어요. 노동운동을 하면서 1985년과 1987년 이렇게 두 번, 짧지만 강렬한 인연을 맺었던 곳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지역구 출마를 결정하자마자 맨 처음 떠오른 곳이 중원입니다. 제가 대중 정치인이 되고자 처음 선택하는 지역이고 마지막까지 함께 할 지역일 겁니다."

"박근혜 정부는 정치를 통치로 잘못 알고 있다"

 나눔국수 봉사단체 회원들에게 지역구 국회의원이 되겠다고 약속하는 은수미의원
나눔국수 봉사단체 회원들에게 지역구 국회의원이 되겠다고 약속하는 은수미의원이종득


- 헌법재판소의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에 대해 의견을 듣고 싶습니다.
"박근혜 정권의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서둘러 결정 시기를 조정했다는 의심을 지울 수 없습니다. 박근혜 정권의 브레이크 없는 역주행이 시작됐습니다. 이 역주행을 막지 않으면 민주주의도 서민경제도 없습니다. 4월 재보선이 중요합니다. 세 곳에서 모두 압승해야 합니다. 그래야 박 정권의 광란의 역주행을 막을 수 있습니다. 저는 박근혜 정권의 오만과 방자함을 꾸짖는 국민의 회초리, 신공안 몰이를 끝장내는 철퇴가 되고 싶습니다."   

- 대학시절에 노동운동을 했습니다. 그때와 지금, 스스로 달라진 게 있나요? 
"땀 흘려 일하는 사람이 정당한 대접을 받고, 사회적 약자가 지금보다 더 많은 보호를 받아야 한다는 신념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오히려 더 강해졌습니다. 지난 의원으로 활동한 2년 6개월간 학교비정규직 노동자들부터 쌍용차 정리해고 고공농성장까지 수백여 곳의 현장을 다녔고, 그들의 가족을 만났습니다. 씨앤엠 고공농성 현장에 직접 올라갔을 때 농성하는 두 분이 그러시더군요. 자신들 이야기를 듣고, 관심을 가져달라고요. 그 때문에 고공농성을 시작했다고. 170일을 땅에서 농성했는데 아무도 들어주지 않아서 목숨을 걸고 올랐다고.

대한민국의 주인이 하루하루 목숨 걸고 사는 전장 같은 사회, 그것을 끝내야 합니다. 다만 정치와 운동은 다르지요. 부당함을 드러내고 해결을 요구하는 것이 운동이라면 정치는 부당한 현실을 넘어서는 희망과 꿈을 조직하고 공감의 폭을 확대하는 것입니다. 간절함으로 운동했고 간절함으로 정치하는 것은 같습니다. 전자가 부당함에 대한 공감이라면 후자는 희망에 대한 공감입니다. 희망을 만들어내지 못하는 정치는 고문이고 불신입니다."

- 올해는 세월호 사건을 비롯해 많은 일이 벌어졌습니다. 그때마다 정부가 무능하다는 지적이 일었습니다. 
"귀를 막고 소통을 거부하는 일방성, 이것이 가장 큰 문제지요. 정치를 통치로 잘못 알고 있습니다. 통치는 왕정시대에 하는 것이고, 정치는 민주주의 시대의 일입니다. (박근혜 정권은) 자꾸 정치에서 통치로 가려해요. 국민들이 그러면 안 된다는 것을 보여주셔야 합니다. 4월 재보선에서 그것을 보여 주면 박 정권도 반성과 성찰을 할 겁니다. 대리인이 반성하게 하는 것, 그것이 주인이 할 일입니다." 

- 초선 의원으로 3년여를 활동했는데요. 
"을지로위원회 활동을 하며 보람을 느꼈습니다. 을지로위원회는 '갑'의 횡포를 고발하고 을과 함께 공감하는 위원회입니다. 저는 현장분과위원장을 맡아 거의 모든 현장을 누비고 다녔습니다. 서민 삶의 현장에 함께 했고, 문제 일부를 해결하면서 신뢰와 공감을 얻은 것이 보람이자 성과입니다. 우수 국회의원 표창보다 그분들에게 받은 표창장이 더 큰 기쁨입니다. 박근혜 정권의 반민주, 반서민 역주행을 막지 못하고, 세월호 진상규명법을 온전히 통과시키지 못해 아쉽습니다."

"중원에서 '기분 좋은 변화' 실현하겠다"

 성남 홍천군민 송년회 모임
성남 홍천군민 송년회 모임이종득


- 선거에서는 최종 승자만 살아남습니다. 
"저는 두 개의 전쟁에서 승리해야 합니다. 당내 경선이고, 새누리당 후보와의 본선이 그것입니다. '이길 수 있는 후보' '승리를 부르는 구원투수' '중원에 투입된 국가대표'를 뽑아야 한다는 사실에 당원들도 동의하고 화답하실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직 다 공개할 수는 없지만 본선에서는 '기분 좋은 변화'를 강조할 겁니다. 정치·경제·사회·문화·노동·복지에서 기분 좋은 변화, 야당을 바꾸는 기분 좋은 변화를 은수미와 함께 하자고 호소하며 실제 선거에서도 변화를 느낄 수 있도록 집중할 것입니다. 박근혜의 역주행을 막는 브레이크이자 회초리로 저를 써달라고 호소할 것입니다." 

- 성남시 중원구는 1960년대 말부터 서울에서 이주한 서민들이 정착해 만들어졌습니다.
"저는 소통과 공감의 달인입니다. 이해관계가 첨예한 노사 갈등을 조정·타협해 공동운명체로 만드는 것이 제 전공입니다. 일하는 사람과 서민을 위한 복지정책을 만드는 것도 제가 잘하는 일이지요. 더불어 살아가는 따뜻한 지역공동체를 만들고 확대 발전시키는 것이 저의 오랜 꿈이었습니다. 그런 점에서 중원이 원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를 만난 중원 분들은 제게 웃음이 좋다, 만나면 기분 좋아진다는 이야기를 해주십니다. 저 역시 중원 주민을 만나면 기분이 좋습니다. 이야기를 듣고, 보고, 배우는 것이 참 즐겁습니다. 기분 좋은 변화의 출발점이죠."

- 현직 국회의원으로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중원구민 여러분! 그동안 따듯한 환대와 격려의 말씀,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제가 단대 오거리 역 앞에 사무실을 열었습니다. 지역발전과 한국정치의 발전을 위해 하시고 싶은 말씀 있으면 언제든 찾아주십시오. 따뜻한 차 한 잔 대접하고 두 귀를 열어 경청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은수미 #성남 국회의원 #새정치민주연합 #보궐선거 #중원구
댓글20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춘천아재양념닭갈비를 가공 판매하는 소설 쓰는 노동자입니다. 두 딸을 키우는 아빠입니다. 서로가 신뢰하는 대한민국의 본래 모습을 찾는데, 미력이나마 보태고자 합니다.


AD

AD

AD

인기기사

  1. 1 땅 파보니 20여년 전 묻은 돼지들이... 주민들 경악 땅 파보니 20여년 전 묻은 돼지들이... 주민들 경악
  2. 2 재취업 유리하다는 자격증, 제가 도전해 따봤습니다 재취업 유리하다는 자격증, 제가 도전해 따봤습니다
  3. 3 윤 대통령 10%대 추락...여당 지지자들, 손 놨다 윤 대통령 10%대 추락...여당 지지자들, 손 놨다
  4. 4 '기밀수사'에 썼다더니... 한심한 검찰 '기밀수사'에 썼다더니... 한심한 검찰
  5. 5 보수 언론인도 우려한 윤석열 정부의 '위험한 도박' 보수 언론인도 우려한 윤석열 정부의 '위험한 도박'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