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최고의 여고생 탐정단이 등장했다

[리뷰] 박하익 작가의 <탐정은 연애금지>

등록 2014.12.30 17:14수정 2014.12.30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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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부터 추리소설을 좋아했던 독자라면, 한번쯤은 자신이 소설 속의 탐정이 되는 상상을 해보았을 것이다. 곤경에 처한 의뢰인의 부탁을 받아서 사건을 해결하고 주변의 신임과 함께 탐정으로서의 명성도 얻는다.

잘만하면 금전적인 이익도 챙길 수 있다. 심지어 괜찮은 이성을 만날 수도 있다. 장점만 늘어놓은 것 같지만, 고전추리소설을 읽다보면 '사립탐정'만큼 매력적인 직업도 없는 것처럼 느껴진다.


이런 탐정 일을 학창시절에 한다고 생각하면 어떨까. 그것도 마음 맞는 친구들과 함께 모여서 소꿉놀이처럼 탐정단을 만드는 것이다. "학생이 무슨 탐정이냐?"라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저 유명한 <소년탐정 김전일>을 떠올리면 학생이라고 탐정이 되지 말라는 법도 없다.

혹시 모르지 않나. '시작은 미약하였으나 끝은 심히 창대하리라'라는 말처럼, 장난처럼 만든 탐정단이 엄청난 활약을 통해서 전국적으로 유명해지게 될지 모른다.

여고에서 일어나는 이상한 사건사고들

<탐정은 연애금지> <탐정은 연애금지>(박하익 지음 / 황금가지 펴냄 / 2014.12 / 1만2000원)
<탐정은 연애금지><탐정은 연애금지>(박하익 지음 / 황금가지 펴냄 / 2014.12 / 1만2000원)황금가지
박하익 작가의 2014년 작품 <탐정은 연애금지>에 바로 이런 탐정단이 등장한다. 주인공들은 선암여고에 다니는 고등학교 2학년생들이다. 이들은 '선암여고 탐정단'이란 모임을 만들어서 운영 중이다.

멤버는 모두 다섯 명, 이들은 학교 강당 다락방을 사무실로 사용하면서 그동안 학교 안팎에서 벌어지는 여러 가지 사건들을 해결해왔다. 여고생의 손목을 물고 달아나는 변태, 핸드폰에 달린 토끼인형 강탈 사건, 학교 안에서 일어나는 연쇄 자살 등. 모두 학교 주변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들이다.


이들은 이런 사건을 끈질기게 추적해서 결국 진실을 밝혀내고야 만다. 다른 학생들이 입시준비를 위해서 독서실과 학원에 있는 동안, 이들은 탐정단 사무실에 앉아서 논쟁하고 토론하면서 기이한 사건들을 찾아가는 것이다.

<탐정은 연애금지>에서도 이상한 사건이 일어난다. 선암여고 기숙사에는 귀신이 돌아다닌다는 소문이 퍼져있다. 탐정단의 한 멤버도 이 귀신을 목격한다. 기숙사 열람실에서 새벽까지 공부하던 도중에 창문 너머로 둥둥 떠 있는 귀신과 눈이 마주친다. 이 귀신의 정체는 과연 무엇일까?


학원을 배경으로 한 유쾌한 미스터리

이외에도 작품 속에서 여러 가지 사건들이 일어난다. 탐정단은 인기 걸그룹 멤버의 사생활을 지키기 위해서 노력하고, 어느 날 갑자기 사라져버린 게임중독 남학생의 행방을 찾아나선다.

'여고생 탐정단'이기 때문에 이들이 접하는 일들도 십대 후반 청소년들의 생활과 연관되어 있다. 개성 강한 5명이 모여 있기에 탐정단 내부에서 갈등과 마찰을 일으킬 때도 많다.

그보다 더 큰 갈등은 선암여고 내부에서 일어난다. 학생들은 입학 시의 성적을 기준으로 자기들끼리 파벌을 만들고, 서로 무시하고 외면한다. 학교의 이사장도 이런 파벌을 알면서도 은근히 조장한다. 높은 계층의 인간들이 어떻게 움직이고, 낮은 계층의 인간은 어떻게 움직이는지 실제로 체험해봐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게 보면 학교는 사회의 축소판이나 마찬가지다. 그래서인지 학교에는 온갖 괴담이 떠돌아다니고, 탐정단은 그 괴담의 실체를 알아내기 위해서 노력한다. 작품의 마지막에서 이들은 겨울방학을 맞이한다. 다음해에는 입시가 다가오는 고3이 된다. 3학년이 되어도 이들은 탐정활동을 계속할까.

<탐정은 연애금지>는 '선암여고 탐정단' 시리즈의 두 번째 편이다. 흔히 말하는 '스펙'과는 별 관련이 없는 활동이겠지만, 어쩌면 그렇기 때문에 탐정활동이야말로 학창시절의 가장 큰 추억이 될지 모른다.
덧붙이는 글 <탐정은 연애금지>(박하익 지음 / 황금가지 펴냄 / 2014.12 / 1만2000원)

선암여고 탐정단 : 탐정은 연애 금지

박하익 지음,
황금가지, 2014


#탐정은연애금지 #선암여고탐정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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