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지지' 소동, 진실은...
"'빅2' 계파전쟁 계속되면 당 황폐화"

[당권주자 인터뷰③] 박주선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등록 2015.01.06 19:54수정 2015.01.07 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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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새정치민주연합 박주선 의원.

새정치민주연합 박주선 의원. ⓒ 권우성


"'빅2(박지원·문재인 의원)'는 안 된다."

새정치민주연합 차기 당권 도전에 나선 박주선(광주 동구) 의원의 핵심 기조다. 그는 당 대표 출마를 선언한 순간부터 지금까지 연일 빅2를 향한 공세를 펼쳐왔다. 특히 문 의원을 두고는 당권·대권 불출마를 거세게 요구해 '문재인 저격수'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박 의원 본인은 단순한 저격수가 아니라고 부인했다. "과거의 잘못을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는 차원"에서 빅2를 비판한다는 설명이다.

그는 조현아 대한항공 부사장의 '땅콩 회항' 사건이 현재 새정치연합의 상황과 닮았다고 비유했다. 조 부사장이 진심으로 사죄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해 고립된 것처럼, 대선 패배의 책임이 있는 인물들이 제대로 반성하지 않아 당의 지지율이 곤두박질쳤다는 것이다. 박 의원이 말하는 대선 패배의 책임자가 바로 문재인·박지원 의원이다.

박 의원은 "지금처럼 두 후보의 계파전쟁으로 전당대회가 흘러갈 경우, 둘 중 누가 당선되든 당은 황폐화될 것"이라며 "이런 일을 막기 위해서라도 계파로부터 자유로운 내가 대표로 선출돼야 한다"라고 말했다. '4번 구속 4번 무죄' 신화의 주인공인 그는 "위기에서 터득한 지혜와 깨달음·용기로 당을 바로세우겠다"라며 예비경선(컷오프) 통과를 자신하기도 했다.

박 의원에게도 '아킬레스건'은 있다. 박 후보는 2012년 대선 당시 '박근혜 지지' 구설수에 올라 야권을 충격에 빠트린 바 있다. 그는 "당시 대선 후보였던 박근혜 대통령이 나를 직접 만나 도와달라고 요청했지만 'DNA가 달라 새누리당에 갈 수 없다'고 거절했다"라며 박근혜 지지설을 부인했다.

박 의원은 당시 불거진 '감금설'을 시인하기도 했다. 그는 "한 지지자가 내게 수면제를 10알 먹여 기절한 채 산사로 끌려갔었는데, 그때도 (지지자들에게) '간다고 한 적이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라며 "하늘을 우러러 추호도 부끄러움이 없다"라고 결백을 강조했다.


새정치연합 전당대회 예비경선을 하루 앞둔 6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박 의원을 만났다. 다음은 그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문재인, 당권 도전하려면 대선 불출마라도 선언해야"


- 계파 갈등 청산을 공약으로 제시했다. 새정치연합이 지리멸렬하게 된 가장 큰 이유가 '계파', 특히 '친노'세력 때문이라고 생각하는가.
"친노세력 때문인 부분도 크지만 더 큰 원인이 있다. 조현아 대한항공 부사장의 '땅콩 회항' 사건처럼, 국민들은 본인의 잘못을 진실하게 반성·사과하고 책임지는 모습 보여주길 원한다. 만약 조 부사장이 그랬다면 국민들은 용서했을 것이다. 그런데 반성과 사과하는 모습이 전혀 없고 계속 직위에 연연하는 모습을 보여 이 같은 불행하고 안타까운 상황까지 왔다.

새정치연합이 지금 딱 조 부사장과 같은 상황이라고 본다. 국민들이 표를 몰아줬는데도 2012년 총선과 대선에서 패배했다. 그런데 당시 패배한 사람들이 결과를 반성·사과하거나 책임지는 행동을 보여줬나? 이것이 새정치연합이 곤두박질 친 원인 중 하나라고 본다.

2012년 대선평가보고서를 보면, 일부 당 대표 경선 후보들이 중요한 (대선 패배) 책임자로 거명돼 있다. 이들은 보고서에 불복했고, 이들의 입김에 의해 보고서가 사장돼 버렸다.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는 격언이 있다. 평가보고서가 제시하는 교훈을 따라서 새로운 승리전략을 세워야 하는데, 이를 무시해버리니 새정치연합에 무슨 미래와 전망이 있겠는가."

- 문재인 의원의 당 대표 경선 출마를 유독 반대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우리 당의 지지율을 곤두박질치게 한 원인을 제공한 인물로 문 의원을 빼놓을 수 없다. 이길 수밖에 없는 선거에서 진 장본인이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당을 살려야만 하는 상황에서 문 의원의 출마는 적절치 않다고 본다. 당원의 충정으로 하는 얘기다. 나 혼자만의 사견이 아니다. '빅3 불출마' 성명을 낸 30명과 더불어 성명에 동조해준 40~50명의 의원 등이 있다.

문 의원의 당권 도전을 인정한다고 치자. 그러면 대선 불출마라도 선언해야 한다. 문 의원이 광양에 가서 '대표가 되더라도 인사권·공천권에는 관심 없다, 목표는 2017년 대선 후보다'라고 얘기했다고 한다. 그는 당내 최대 계파인 친노의 수장 아닌가. 계파의 힘으로 대표가 된 다음 당권을 발판으로 2017년 대선후보 경쟁에서 독주체제를 구축하겠다는 야심을 표출한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당내 유력 대선후보들이 향후 공정하고 투명한 경선의 장이 마련될 거라 기대하겠나. 계파를 청산하겠다는 약속을 지키려면 대선에 출마해서는 안 된다.

나는 저격수가 아니다. 과거의 잘못을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는 이야기다. 이번 새정치연합 전당대회는 죽어가는 당을 살릴 것이냐, 영원히 도태할 것이냐는 갈림길이다. 2002년 당시 지지율이 꼴찌였던 노무현이 대선후보가 돼서 승리한 것처럼, 이번 전대 역시 기대하지 않던 이변으로 국민의 감동과 감흥을 일으켜 축제의 장을 만들어야 한다. 전대에서 대표가 될 사람은 유수한 대선후보 그룹을 주인공으로 만들어 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 누구 혼자 주인공이 되는 전대 결과가 나와서는 안 된다."

"박근혜 캠프 요구 거절... 새누리당과 DNA 달라"

a  "당시 대선 후보였던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나한테 전화를 두 번 걸어왔다. 호남의 어려운 상황을 해결해 달라고 요청하라는 주위 원로들의 의견에 따라 박 대통령을 직접 만났다."

"당시 대선 후보였던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나한테 전화를 두 번 걸어왔다. 호남의 어려운 상황을 해결해 달라고 요청하라는 주위 원로들의 의견에 따라 박 대통령을 직접 만났다." ⓒ 권우성


- 박 의원은 그런 전대를 만들 수 있는 인물인가.
"나는 상대적으로 지명도가 낮다. 계파로부터도 완전히 자유로운 사람이다. 전면에서 당을 이끌어볼 기회도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박주선이라는 인물이 당선되면 '아, 당원들의 계파청산 의지가 확고해서 '무명 거사'에 불과한 박주선을 대표로 뽑아줬구나, 이제 정말 새로운 변화가 시작하는구나'라고 생각하지 않겠나. 그때부터 새정치연합을 향한 국민의 관심이 폭발하고 이목이 집중될 것이다.

또한 나는 사심이 없다. '불사조', '오뚝이'라는 별명을 가진 사람이다. 위기에서 터득한 지혜와 깨달음·용기가 있다. 사심 없는 용기와 추진력으로 국민이 우러러보고 공감하는 정당을 만들 수 있다."

- 대선 책임을 후보 개인에게만 지우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시각도 있다.
"장수는 전쟁의 승패 결과에 따라 책임져야 한다. 패배한 장수는 또 다른 자리에서 영화를 누리고 밑에 있는 장졸들만 희생하는 건 잘못됐다. 문 의원 개인하고는 인간적 관계에서 서운함이나 섭섭함이 없다. 당을 위해서 하는 이야기다. 물론 우리 당원들에게도 책임은 있다. 그렇지만 책임의 경중과 범위가 다를 수밖에 없다."

- 지난 대선 때 '박근혜 후보 지지' 구설수에 올랐다. 진실이 무엇인가.
"박근혜 캠프 쪽에서 집요하게 만나자고 두 달 넘게 사람을 보냈지만 거절했다. 아무리 내가 무소속이었다 해도 새누리당과는 DNA가 다른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러자 당시 대선 후보였던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나한테 전화를 두 번 걸어왔다. 호남의 어려운 상황을 해결해 달라고 요청하라는 주위 원로들의 의견에 따라 박 대통령을 직접 만났다.

박 대통령을 만나서 '새누리당에 갈 수 없다'고 얘기했다. 박 대통령은 '무소속이니 저를 지원해주시면 안 되겠나', '호남 없이는 원만히 국정 운영을 수행할 수 없다', '아버지 때부터 생긴 영·호남 갈등을 반드시 풀어서 동서화합을 이룩하겠다'면서 자신을 지지해달라고 했다. 나는 '지역에서 공감대가 형성되면 다시 말씀드리겠다'고 답했다.

그런데 김경재 전 의원이 TV조선에 나와서 '박주선이 새누리당에 입당해 박근혜 지지를 선언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국에서 난리가 났다. 이후 내가 광주에 내려가서 핵심 지지자들이 만나 과정을 설명하려 했다. 그런데 한 지지자가 내게 수면제를 10알 먹여 기절시켰고, 그 상태로 산사에 끌려가 48시간 동안 그곳에 있었다.

그때도 (지지자들에게) '난 간다고 한 적이 없다, 당신들이 아니라면 난 안 간다'고 했고, 박근혜 캠프에 전화를 걸어 지지할 수 없다고 전했다. 그쪽에서도 '입장을 충분히 이해한다'고 했다. 내가 만약 (지지하기로) 약속했다면 그들이 그렇게 쉽게 받아들였겠나. 그리고 나서 당시 후보였던 문 의원이 전화를 걸어와 '저를 지지해달라'고 해서 문 의원 지지선언을 하겠다고 얘기했다.

박 대통령을 만난 건 하늘을 우러러 추호도 부끄러움이 없다. 난 정치인으로서 도의와 예의를 지켰고 사명을 다했을 뿐이다."

"새정치연합에는 '행동하는 욕심'들이 너무 많다"

a  "지금 새정치연합은 계파의, 계파에 의한, 계파를 위한 정당이다."

"지금 새정치연합은 계파의, 계파에 의한, 계파를 위한 정당이다." ⓒ 권우성


- 김종인 전 의원, 이상돈 교수, 김광두 원장 등 보수이면서 중도개혁 성향인 인사들이 현재 박 대통령을 향해 쓴 소리를 쏟아내고 있다. 왜 이런 현상이 벌어졌다고 생각하는가.
"박 대통령 탄생에 주된 역할을 하신 분들 아닌가. 그런데 박 대통령이 이분들의 가치와 철학에 반하는 국정운영을 펼치고 있다. 박 대통령에 걸었던 기대가 무산됐고, 앞으로 기대할 바도 없다고 평가한 거라고 본다. 더 이상 박 대통령을 지지한다 해도 국가의 장래와 민생에 도움이 안 된다는 판단했을 것이다. 굉장히 양식 있는, 행동하는 학자들이시다.

그러한 학자들의 모습을 본받아야 한다. 야당은 말로만 '행동하는 양심'이지 실제로는 '행동하는 욕심'들이 너무 많다. 지금 새정치연합은 계파의, 계파에 의한, 계파를 위한 정당이다. 이러한 당에서 대표가 된 사람이 계파의 권익을 보호하지 않을 수 있을까. 그래서 어떻게 계파가 청산되겠나."

- 신당을 추진하는 국민모임이 오는 4월 재·보궐선거에서 후보를 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당 대표가 된다면 어떻게 할 생각인가.
"지금 우리 당 대표와 대선 후보까지 지낸 정동영 상임고문이 신당을 만들겠다고 공언하는데, 역으로 우리 당에 얼마나 희망과 장래가 보이지 않으면 그런 이야기를 하겠나. 그것을 타산지석,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지금 (문재인, 박지원) 두 후보는 서로 계파전쟁을 하고 있다. 하늘에 계신 김대중·노무현 대통령까지 앞세우는 상황이다. 이 전쟁의 승패가 나온 이후 어떤 상황이 벌어지겠나. 이 당은 황폐화될 거라고 본다. 빅뱅이 와버린다. 그랬을 때 국민이 이 당을 지지하고 사랑하고 신뢰하겠나.

걱정이 태산이다. 그런 일을 막기 위해서라도 내가 대표가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내가 대표가 되면 패권적 계파를 없애고 원칙과 기본이 서는 정당, 당원 중심의 건전한 정책정당을 만드는 게 가능하다. 누구에게나 주인공이 되는 문을 열어주는 정당을 만들겠다. 내가 당 대표가 되는 한 신당 창당은 없을 것이라고 본다."

- 만약에 문 의원이 당 대표로 당선된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지금 바쁜 상황에서 그런 가정에 답변할 한가한 시간이 없다. 만일이라는 가정이 성립되지 않도록 하겠다."
#박주선 #문재인 #박근혜 #새정치민주연합 #전당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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