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삐삐" 소리나는 청소기, 괜찮겠죠?

진공청소기와 밀대 걸레질, 우리 부부의 청소법

등록 2015.01.17 14:13수정 2015.01.17 1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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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은 일주일에 두 번 청소합니다. 수요일에는 진공 청소기로 하고, 토요일에는 밀대 걸레로 닦기도 합니다. 겨울에는 먼지가 많이 쌓입니다. 신기하지요, 겨울에는 문을 꼭꼭 닫고 있는데도 여름보다 먼지가 더 잘 쌓이니 말입니다. 먼지가 어디로 들어오는 지 궁금합니다.


또 우리 집에는 세 명의 여자들이 긴 머리카락을 이곳저곳에 뿌리고 다니는 바람에, 청소를 건너 뛰면 거실 마룻바닥이 볼펜으로 그어놓은 것처럼 지저분해집니다. 다행히 사모님(우리 아내)은 그 꼴을 못 봅니다. 그래서 꼭 일주일에 두 번은 청소기를 돌려야만 직성이 풀립니다.

혼자서 청소기를 돌리고 걸레질까지 하려면, 꽤 힘이 들지요. 그래서 사모님이 청소기를 돌리고 제가 걸레질을 합니다. 가끔씩 사모님이 청소하기 귀찮으시면, 첫째 딸을 시킵니다. 저는 역시 걸레질을 합니다. 첫째 딸이 공부 중이면, 제가 다 합니다. 남자니까 이런 일쯤은 당연히 제가 해야겠지요.

사모님이 청소기로 지나간 자리를 닦다 보면, 꼭 살아남은 머리카락을 보게 됩니다. 걸레질하는 사람 입장에서 보면, 그건 좀 짜증나는 일이지요. 밀대 걸레를 세워놓고, 쪼그려 앉아 머리카락을 주워야만 하잖아요. 밀대 걸레 봉을 잡고 바닥에 있는 것을 줍기가 쉽지 않으니까요. 그래서 진공 청소기 청소가 깨끗이 잘 되어야만, 걸레질하기가 편합니다. 그리고 밀대 걸레가 있어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릅니다. 예전처럼 무릎 꿇고 밀고 다녔다면, 허리 아프고, 무릎이 다 까질 테니까요.

저는 사모님의 진공 청소기 청소 방식에 문제가 있다고 봅니다. 사모님은 일단 청소기 줄을 길게 빼 놓습니다. 검은 줄 위에 노란 테이프로 감은 부분을 지나 빨간 테이프가 보일 때까지 말입니다. 그리고 큰방 문 옆에 붙어있는 콘센트에 플러그를 꽂고, 큰방에 딸린 욕실 앞 구석에서부터 시작해서, 방을 지나, 창문 앞 책상 아래를 청소하고, 텔레비전 앞을 지나 문으로 빠져나옵니다. 그리고 터덕거리는 청소기를 끌고 거실을 가로 질러 지나, 바깥 베란다부터 시작해서 거실을 거쳐 부엌 쪽으로 흡입구를 몰아옵니다.

여보, 좀 더 효율적인 청소해보면 어때요?


식탁 아래(이곳이 제일 더럽습니다)를 훑고, 주방 바닥 먼지를 빨아들이고, 다시 식탁을 되돌아 와서, 첫째 딸이 머무는 뒷방으로 갑니다. 역시 뒷방도 가로질러 가서 베란다 구석부터 흡입하기 시작합니다. 책상 아래와, 침대 밑을 훑고, 그 방을 나옵니다. 이렇게 묘사하다보니, 방들이 큰 것 같지만, 사실 모든 가구가 다닥다닥 붙어있어 넓지 않습니다. 우리 엄마 말씀을 빌리자면, '코딱지'만 합니다.

플러그를 빼지 않은 채, 마지막 구역인 둘째 방 바닥까지는 가능하지만, 그 방 베란다로 나가기는 힘듭니다. 흡입구와 본체를 잇는 호스의 목에 힘이 빳빳이 들어가 쉽지 않습니다. 이 시점에서 사모님은 고민을 합니다. 플러그를 빼서 이 방 콘센트에 꽂을 것인가, 아니면 가능한 범위 내에서 최선을 다하고 진공 청소기 청소를 마무리할 것인가. 그때그때 다릅니다. 제가 사모님 뒤를 따라다니며 걸레질을 하기 때문에 그 차이를 눈으로 직접 볼 수 있거든요. 그렇다고 그걸 말로 표현하지는 않습니다. 저는 과묵한 편이거든요.


저는 사모님의 경로가 비효율적이라는 의견을 제시하기도 합니다. 청소기를 들고 방을 가로질러 굳이 가장 먼 부분부터 시작할 필요가 없다는 거지요. 처음 청소기를 놓았던 자리에서 시작해 전진하는 형식으로 모든 구석까지 청소를 하고, 다시 돌아와 대충 한 번 더 먼지를 빨아들일 수 있잖아요. 그럼 힘도 덜 들고, 더 깨끗하게 되지 않겠어요.

저는 시작점도 달라요. 저는 거실 책장 옆 콘센트에 플러그를 꽂습니다. 그곳이 우리 아파트 중앙이거든요. 가운데 지점에서 시작하면 가장 넓은 범위를 수용할 수 있기 때문에 그게 효율적이라는 거지요. 그럼에도, 이상하게 뒷방 베란다 구석에 가면 호스가 팽팽해지면서 청소기가 힘들어해요. 저는 이 시점에서 절대 고민하지 않습니다. 과감히 플러그를 빼내, 뒷방 콘센트에 꽂습니다. 그리곤 첫째 딸을 부릅니다.

"니 방이니까, 니가 마무리해!"

사모님이 외출 중이시거나 저에게 업무를 전담하면, 저는 첫째 딸과 일을 분담합니다. 첫째가 청소기를 돌리고, 제가 닦죠. 그런데 첫째는 또 다른 방식으로 청소를 합니다. 그 녀석은 청소기 줄을 길게 빼 놓는 것을 싫어합니다. 발에 걸려서 싫다나 어쩐다나. 줄을 짧게 빼놓고 시작하기 때문에 나아가면서 줄을 잡아당겨 빼야 하는데, 이때 콘센트에 박힌 플러그가 줄을 잡아당기게 내버려둡니다.

마치 절벽에 매달린 연인의 손을 붙잡고 있는 것처럼, 콘센트는 플러그를 놓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씁니다. 그 모습이 애처로워 보이기까지 합니다. 그래서 잔소리를 한 마디 던지면, 그 소리가 빗나간 화살처럼 첫째의 머리통을 "슝- "하고 지나쳐가는 게 느껴집니다. 나 원 참, 아빠의 권위는 어디로 간 것인지.

아주 가끔은 사모님이 외출 중이실 때, 제가 혼자 청소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매사에 수고하시는 사모님을 위한 일종의 서비스지요. 사모님이 돌아와 말끔해진 거실을 보며, "어머, 자기야, 청소했구나. 고마워! 백화점 돌아다니느라고 다리가 아팠는데, 우아, 우리 당신 최고!"라고 칭찬하며 저를 안아주시면, 저는 무척 감동받아서 입이 헤벌레 벌어집니다. 사모님이 기뻐하시니, 저는 행복합니다.

최근에는 청소기 이놈이 일을 하기 싫은 건지, 청소를 하다가 "삐삐- "소리를 내더군요. 사모님이 그걸 가만히 둘 리가 없지요. 연수도 별로 안 된 놈이 게으름을 피운다고 으름장을 놓으시더니, 서비스 센터에 두 번이나 끌고 가 뚝딱거렸습니다. 그게 효과가 있었던지 요즘은 불평 없이 일을 잘합니다. 그래도 청소가 끝나면, 마치 여름 내내 밭가느라 혹사 당한 송아지처럼 지쳐 보이기는 하던데, 아마 괜찮겠죠?
덧붙이는 글 http://cafe.naver.com/drjaipark/2034 에도 게시됨.
#집안청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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