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희 대한사회복지회부산지부장
김지영
- 미혼모들이 시설에 온 뒤에도 애 아빠하고 계속 연락을 하는 경우도 있나요?"네. 여기는 한 40퍼센트 정도. 나머지는 연락이 끊기고, 가끔은 다른 남자친구가 오는 경우도 있고요."
- 10대 미혼모들의 가정형편은 어때요?"아무래도 이혼가정이 절대적으로 많죠. 부모님이 이혼을 하고 아무래도 자녀들한테 신경을 많이 못 쓰고 그러면서 아이들도 남자친구 만나면 많이 기대게 되죠. 좀 전에 말한 열네 살 그 친구도 부모님이 이혼하고 할머니랑 아빠랑 살았는데, 할머니도 정이 많은 분이 아니고 아빠는 좀 무섭고 그러다보니까 가출을 했다 들어갔다 반복하다가 이제 이런 시설까지 오게 된 거 같아요.
한 살 때 엄마 아빠가 이혼해서 얼굴도 다 모르는 아이도 있어요. 서류상으로는 부모가 있지만 실제로는 얼굴도 못 보고 자라는 아이도 있고. 큰엄마나 친척들에게 맡겨져서 자라는 아이들도 있고요. 가끔은 보육원에서 자란 아이들도 있어요. 그러다보니까 자라온 환경이 원만한 경우는 좀 드문 편이죠."
- 결국은 어른들 문제네요?"그렇지요. 원래부터 미혼모인 아이들이 어디 있겠어요. 제가 1990년에 입사하고 계속 입양관련 업무를 했어요. 그때는 이런 입소시설이 부산에 하나밖에 없었거든요. 일하다가 학교 다니다가 그냥 분만하는 친구들이 많았어요. 출산하자마자 바로 학교에 간다든지 직장에 간다든지 하는 미혼모들이 많더라고요. 그런 걸 보면서 미혼모 시설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죠. 그때도 아이를 자기가 키우고 싶어 하는 미혼모들이 있었거든요.
그러다 2000년에 사내 프로그램에서 캐나다를 보내줘서 갔는데, 거기는 미혼모들이 다 아이를 자기가 키우고 있는 거예요. 캐나다 갔다 와서 공동모금회에 신청을 해서, 두 달 동안 위탁가정에서 아기들을 봐주고 그동안 엄마는 몸을 좀 추스린 뒤에 직장에 다니게 하는 프로그램을 시작했어요. 그때 도움 받아서 지금까지 잘 키우고 있는 엄마들도 있어요."
- 지금의 미혼모들은 과거의 미혼모들과 어떤 점이 다른가요?"성관계 시기가 점점 빨라지는 거죠. 사회일반적인 현상이긴 하겠지만요. 예전에는 이성을 만나서 성관계까지 하는 데 서너 달 걸렸다면 지금은 한 달 미만인 경우가 많고요. 술 담배에 노출된 미혼모도 많아지는 흐름이 있죠. 아무래도 여성흡연인구가 늘고 있잖아요. 정말 어른들이 문제인 게, 10대들한테 술을 팔고 담배를 팔고 심지어 모텔 출입까지 시키고…. 아이들이 술집을 못 가잖아요. 어디서 술을 마셨냐고 물어보면 모텔에 가서 마셨다는 아이들이 많아요. 어른들이 돈 버는 거에만 관심이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죠.
제가 입사했을 때는 미혼모가 더 많았는데, 그때는 주로 생산직 근로자들, 촌에서 올라와서 일하는 친구들이 많았죠. 10대 미혼모라도 학교 다니는 10대가 아니라 일하는 10대들이죠. 지금은 10대 미혼모들이 거의 학생들이죠. 과거에는 고등학교 갓 졸업한 나이가 많았다면 지금은 재학생이 점차 늘어나고 있죠."
- 아직도 우리 사회가 미혼모에 대한 편견들이 많죠? 양육모들 보면 어떤 생각이 드나요?"걱정을 많이 해요. 엄마가 너무 어리니까. 열여덟 살 된 어린 엄마가 아이를 안고 나가면 사람들이 다 쳐다본대요. 오지랖이 넓으신 어르신들은 대놓고 몇 살이냐고 물어본대요. 그럼 스물다섯이라고 한대요. 뒷말이 귀찮은 거죠. 애가 애를 키운다느니 이런 말들이 듣기 싫은 거죠. 사람들이 좋은 관심을 가져주면 그렇게 안 할 텐데, 비난이잖아요.
나이 많은 엄마가 키워도 제대로 못 키우는 엄마들도 많은데, (어린 미혼모가) 애를 잘못 안았다든지 하면 '애를 저러고 데리고 다닌다'고 한마디씩 하니까 칠팔 개월 키우다가 못 견디고 다시 입양을 보낸 엄마도 있어요. 그 엄마가 얼마 전에 와서 그러더라고요. 자기는 정말 밖에 나가기가 싫었대요. 사람들이 자꾸 말을 하니까. 사회적 편견 때문에 발생하는 안타까운 경우에요."
"부모님한테 혼날까봐"... 음지에서 불법 입양- 양육모의 비율이 전국적으로 40퍼센트 정도라고 하셨잖아요? 과거에 비해서는 어때요?"10년 사이에 두 배 늘어났죠. 앞으로도 양육모 비율이 높아질 거예요. 정부에서도 원가정 보호 쪽으로 정책을 펼치니까. 또 이런 희망샘 같은 공동생활가정들이 생기면서 3년 동안 자립을 준비할 수 있잖아요. 일하면서 저축을 하고 우리도 10만 원씩 저축해준 돈이 있으니까, 충분하진 않아도 방은 구해서 나갈 수 있는 상황들이 되죠."
- 취업은 어느 쪽으로 많이 하나요?"저희는 가급적 주말에 쉴 수 있는 직장을 추천하지요. 바리스타 하는 친구도 한 명 있는데, 그 친구는 구청 안에서 운영하는 카페에 취업이 된 거예요. 거기는 퇴근이 빠르니까. 주말에는 쉬고. 구청에서 일부러 그런(도움이 필요한 미혼모 같은) 사람을 채용하는 거죠. 나라에서 정책적으로 그런 취업을 알선해주는 것도 좋죠."
- 입양을 보내는 미혼모들을 보실 때 어떤 마음이 드세요?"마음이 안 좋죠. 사실 여자가 임신·출산을 하면 가장 축복을 많이 받아야 하는데 축복을 해주기는커녕 야단을 치잖아요. 가족들은 비난하고. 입양 보낼 때도 아무리 (엄마) 나이가 어려도 자기가 열 달 동안 품고 있다가 배 아파서 낳았는데 아무렇지도 않을 수가 없잖아요. 입양을 보내도 그런 상처가 남고, 양육을 하더라도 계속 자격지심도 있을 테고 또 경제적으로 아이한테 충분한 뒷바라지를 못해주는 것 때문에 고민도 많을 거고. 그런 것들이 떠오르니까 항상 안타깝죠."
- 2012년 8월 입양특례법으로 신고제가 허가제로 바뀌면서 여기에 들어오는 인원의 변동이 있나요?"입양 대상 아동이 줄기는 했어요. 입소는 꾸준하지만 양육하는 친구들 비중이 많아진 건, 입양 보내려는 미혼모들이 입소를 많이 안 하는 거라고 볼 수도 있죠. 입양특례법 영향 때문에 전국적으로 그런 현상이 있어요."
- 시설에 안 들어오는 미혼모들은 어떻게 지낼까요?"2014년에도 배가 아파서 막 길에서 그렇게(쓰러져) 있는 어린 친구를 119가 병원에 데리고 갔는데, 보니까 출산한 엄마인 거예요. 그래서 우리한테 데리고 오려고 했는데 아기가 없는 거죠. 병원에서 불법으로 입양을 보낸 거예요. 자기 말로는 아는 목사님이 소개를 해줬다는데 진짠지 아닌지는 모르겠고, 분만도 그 아기를 데려간 사람 이름으로 했다는 거예요. 미혼모가 도망을 가서 더 확인이 안 되고 있어요.
이렇게 음지에서 입양이 이뤄지고 있죠. 최근에도 (불법 입양을 하려고) 인터넷으로 서로 다 연락을 해놓은 거예요. 근데 엄마가 제왕절개를 하게 됐어요. 보호자 동의가 있어야 하잖아요. 그러면서 (불법 입양 시도가) 다 알려지면서 정식으로 절차를 다시 밟은 경우도 있어요."
- 그것이 불법인지 몰랐다고 하던가요?"부모님한테 알려지면 혼날까봐(그랬대요). 그쪽(입양하려는 쪽)에서 혈액형이 맞으면 병원에서 바로 데려간다고 했대요. 미혼모가 열일곱인가 열여덟인가 그랬는데. 정식기관을 통하지 않고 자기들끼리 그렇게 하는 거죠."
"미혼모들 당당해지고 있다... 차츰차츰 세상 바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