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건방지게' 발언 없어"... 교육장 "진실 호도 말라"

9일 경남도청-시군교육장협의회 공방... 김해 환담장 녹취록 나와

등록 2015.02.09 18:40수정 2015.02.09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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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 경남지사와 교육장협의회 사이에 '막말 발언 공방'이 이어지고 있다. 9일 경남도는 "교육장협의회가 주장한 '건방지게'라는 말은 전혀 없었다는 것을 분명히 확인했다"라 했고, 경상남도시·군교육장협의회는 "경남도는 진실을 호도하지 말라"고 했다.

홍 지사는 시·군순방하면서 지난 1월 27일 남해를, 28일 김해를 방문했다. '무상급식 예산 지원 중단'을 선언했던 홍 지사는 이번 시군순방에서 이와 관련한 여러 발언을 쏟아냈다.

이런 가운데 1월 29일 시·군교육장협의회는 홍 지사가 김해교육장한테 '건방지게'라는 표현을 했다며 공식 사과를 요구했고, 남해교육장은 언론과 인터뷰에서 홍 지사가 "교육자는 모두가 거짓말쟁이 아니냐"라 말했다고 주장했다.

그러자 경남도는 홍 지사가 '건방지게'라거나 '거짓말쟁이' 발언을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홍 지사의 발언과 관련한 공방은 한동안 잠잠했는데, 9일 경남도가 새로운 주장을 하면서 다시 불붙고 있다.

경남도 "건방지게 발언 없었다"

a  홍준표 경남지사.

홍준표 경남지사. ⓒ 윤성효


경남도 하태봉 공보관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어 홍 지사가 '건방지게'라는 말을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홍 지사가 김해시장실에서 한 기관장 환담장에서 나온 발언을 담은 녹취록이 있다는 것이었다.

하 공보관은 당시 간담회에 참석했던 한 인사로부터 녹음파일을 받았다고 밝혔다. 이 녹음파일은 7분27초 짜리다. 당시 환담장에는 홍 지사와 김맹곤 김해시장, 성기홍 김해교육장, 김해 출신 경남도의원 등이 참석했다.


이 녹음 파일을 들어보면, 홍 지사가 성 교육장한테 '건방지게'라고 하는 표현은 없고, '예의없이' 등의 발언은 나온다. 하 공보관은 "김해교육장의 발언이 거짓말이라는 사실이 녹취록을 통해 명명백백히 밝혀졌다"고 주장했다.

녹취록을 보면, 홍 지사는 "제가 당신하고 지금 논쟁을 안 했어요"라거나 "말을 왜 그렇게 해요, 교육장이 논쟁하자는 겁니까", "무슨 내가 교육장하고 논쟁하러 왔어요", "누가 부하라고 했어요", "뭘 교육감 자존심 입니까", "고함지르지 말라니, 어디 내가 지금 설명하고 있는데 중간에 말을 끊고 그래요, 예의를 지키세요", "내가 지금 교육장하고 논쟁하러 온 것 아닙니다, 예의없이 말이야", "뭘 이런 분을 초청해 가지고 아무런 논쟁의 거리가 안되는 걸 가지고", "우리가 지금 하는 것은 도정이니까 교육장님은 참석 안 하셔도 됩니다"라는 발언을 했다.


성기홍 교육장은 "지사님 그 말씀(무상급식 관련)을 하시려고 하면 저한테도 거기에 대한 지사님 만큼 시간을 주셔야 됩니다"거나 "제가 부하입니까", "아니 교육계 자존심을 자꾸", "고함은 왜 지릅니까, 내다 어디 지사님 부하입니까", "고함을 질러요", "고함 지르지 마세요", "지사님부터 예의 지키세요"라는 발언을 했다.

하태봉 공보관은 "다른 사람도 아니고 일선 교육현장에 있는 교육장들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녹취록을 공개하며 진실을 밝혀야 하는 상황이 매우 유감스럽다"며 "이제 진실이 밝혀진 만큼 그동안 거짓말로 도민을 속이고 여론을 호도한 일체의 행위에 대해서는 엄중히 그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하 공보관은 "교육장은 허위의 사실을 유포하여 도지사의 명예를 심각히 훼손한 데 대해 공개사과하고 교육청은 두 사람을 엄중 징계할 것"과 "최소한의 사실확인 절차도 없이 허위의 사실로 성명서를 발표한 시군교육장협의회는 허위사실 유포에 의한 명예훼손과 불법적인 집단행동에 대해 공개 사과할 것"을 요구했다.

또 하 공보관은 박종훈 교육감에 대해서도 공개사과를 요구했다. 그러면서 하 공보관은 "교육청은 자신들의 소관사무인 무상급식을 도청과 연계하는 억지 선전전을 중단하고 도의회가 심의 의결한 무상급식 예산을 준수하고 성실히 집행하라"고 요구했다.

교육장협의회 "경남도는 진실을 호도하지 말라"

a  홍준표 경남지사가 28일 김해를 방문한 자리에서 성기홍 김해교육장한테 '건방지다'는 말을 한 것과 관련해, 하상수 창원교육장을 비롯한 경남지역 교육장들은 29일 오후 창원교육지원청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사과하라고 촉구했다.

홍준표 경남지사가 28일 김해를 방문한 자리에서 성기홍 김해교육장한테 '건방지다'는 말을 한 것과 관련해, 하상수 창원교육장을 비롯한 경남지역 교육장들은 29일 오후 창원교육지원청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사과하라고 촉구했다. ⓒ 윤성효


경상남도시군교육장협의회는 이날 "경남도는 진실을 호도하지 말라"고 했다. 경남도의 김해 환담장 녹취록 공개에 대해, 교육장들은 "특정한 단어 표현이 없었다는 것으로 사태의 본질을 덮고, 진실을 호도하려는 경남도의 의도를 분명히 드러내고 있다"고 밝혔다.

남해 간담회와 관련해 교육장들은 "(홍 지사가) 남해 간담회에서 '교육자가 거짓말' 운운하는 표현이 9~10 차례 반복되어 언론의 지탄을 받고, 도민의 공분을 사고 있는 마당에 적반하장도 분수가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밝혔다.

김해 환담장 발언과 관련해, 교육장들은 "'건방지다'는 말은 없었지만 '내가 당신이랑 논쟁하러 안 왔소.', 두 차례에 걸쳐 '예의 없이'와 같은 표현을 스스럼없이 하였고, 심지어 '뭐 이런 분을 초청해 가지고'라는 말도 하였다"며 "연장자에 대해 '예의 없다'거나, '뭐 이런 분을 초청해 가지고', '당신'라는 표현은 '건방지다'에 버금가는 사안이라고 판단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교육장들은 "40여년간 교육에 헌신한 원로를 마치 취조하듯 고압적으로 대하고도 징계, 공개 사과 운운하는 장면에서는 교육자로서의 자괴감마저 느끼게 된다"고 덧붙였다. 홍 지사는 성 교육장과 같은 창녕 출신이고, 홍 지사가 한 살 적다.

교육장들은 "홍 지사는 교육이 도정의 중요한 한 부분임을 망각하고 있다"며 "더구나 김해시청 간담회 말미에서, 교육장이나 교육감하고는 논쟁할 이유도 없으니 앞으로 교육장들이 참석하지 않아도 된다는 발언도 하였다, 이후 홍 지사가 순방한 산청 함양 등 다섯 곳에서는 실제로 지역교육장의 참석을 배제하였다"고 밝혔다.

이어 "교육이 국정의 주요한 일부이듯이, 도정에서도 교육이 중요함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며 "도정과 교육행정이 따로 존재한다는 발상부터 이해하기 힘들지만, 시․군 방문 때마다 급식비 문제를 들어 교육행정에 관해 끊임없이 발언하면서도, 정작 교육이 자신의 소관이 아니라고 말하는 그 자가당착에 관해서는 안타까움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고 덧붙였다.

교육장들은 "녹음 파일에 담긴 것처럼, 홍 지사는 고압적으로 김해교육장을 윽박지르며 고성을 지르고 있다, 그런 언행은 인간 누구에게도 행하여서는 안 되는 최소한의 덕목"이라며 "그러나 이런 일련의 언행에 대하여 부끄러움은 느끼지 못할지언정, 적반하장 격으로 특정 단어 표현이 없었다는 것 하나로 위기 국면을 빠져나갈 궁리만 하고 있음을 보며 교육자이기 이전에 도민의 한 사람으로서 참담한 심정을 금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들은 "홍준표 지사의 김해와 남해교육청 등에서 행한 교육 가족 비하 발언에 대하여 개탄을 금치 못하며, 교육자들의 명예를 훼손하지 않겠다는 사과를 다시금 요청한다"고 밝혔다.

[관련기사] '건방지게' '거짓말' '탄핵'... '막말' 논란, 홍준표 시�군 순방
#홍준표 경남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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