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서 돌아오라'던 다짐, 한국 속 유럽에서 되새기다

영화 <국제시장>의 감동 느낄 수 있는 보물섬 남해 독일 마을

등록 2015.02.16 15:26수정 2015.02.16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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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해 독일마을 내 도이처플라처(독일광장)
남해 독일마을 내 도이처플라처(독일광장)김종신

봄 향해 내달리는 2월. 우중충한 날이면 더욱 쪽빛 바다가 그립다. 보물섬, 남해로 봄 마중하러 가고 싶은 마음 간절할 때면 떠오르는 곳이 있다. 어디가 바다이고 하늘인지 경계 짓기 어려운 보물섬 남해에는 푸른 바닷물에 수정같이 빛나는 섬들이 알알이 박혀 있다. 보물섬에는 머나먼 유럽의 독일 마을이 그림동화 풍경처럼 반긴다. 이제 시들어버린 겨울을 기억하기 위해 길을 지난 15일 나섰다.

대전-통영 고속도로 사천 나들목에서 빠져나와 20분쯤 삼천포항으로 차를 몰면 '대한민국 아름다운 길'로 뽑힌 창선-삼천포 대교가 나온다. 다리를 건너면 남해다. 원시 어업의 형태인 죽방렴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이제는 창선을 지나 남해 본섬으로 들어가는 창선대교를 지나면 삼동면 삼거리가 나온다. 왼쪽으로 방향을 틀어 7km쯤 더 가면 남해 물건리 방조어부림(아래 물건방조어부림)과 독일 마을이다.


영화 <국제시장>의 덕수, "살아서 돌아오라"

 남해파독전시관
남해파독전시관김종신

독일 마을은 영화 <국제시장>의 주인공 덕수처럼 1960년대 가난한 조국을 떠나 낯설고 물선 독일로 돈 벌기 위해 광산노동자와 간호사로 떠난 이들이 돌아와 정착한 마을이다. 독일에서 외화벌이에 나선 이들은, 우리나라 경제개발의 숨은 주역들이다.

독일 마을 표지석 옆에는 검정, 빨강, 노랑으로 구성된 삼색깃발 독일 국기인 연방기가 태극기가 함께 휘날린다. 독일에서 직접 건축자재를 가져다 독일식으로 뾰족하고 붉은 지붕을 얹은 집들을 지었다. 여기가 대한민국 경상남도 남해군인지 유럽 속의 독일인지 구별이 어렵다.

 당시 탄광을 재현한 곳을 지나는 들머리에는 독일어로 "글릭 아우프(살아서 돌아오라)!"라는 글자가 쓰여 있다.
당시 탄광을 재현한 곳을 지나는 들머리에는 독일어로 "글릭 아우프(살아서 돌아오라)!"라는 글자가 쓰여 있다.김종신

독일 마을은 영화 <국제시장>은 흥행과 더불어 많은 여행객이 찾고 있다. 지난해 9월에 문을 연 마을 내 '남해파독전시관'에는 벌써 1만5000여 명이 다녀갔다고 한다. 당시 탄광을 재현한 곳을 지나는 들머리에는 독일어로 "글릭 아우프(Gluck Auf : 살아서 돌아오라)"라는 글자가 쓰여 있다. 내 눈을 사로잡고, 내 발을 꼼짝 못 하게 붙잡는다.

지하 1200m 탄광으로 들어가는 독일 파견 광부들의 아침은 "살아서 돌아오라"는 인사로 시작되었다고 한다. 그것은 그리운 고향과 가족 그리고 자신과의 약속이었으리라.


바닷바람 막기 위해 조성된 숲, 파도소리마저 잔잔하다

 독일마을에서 남쪽으로 내려바보면 바다가 나오고 그 경계에 물건리 방조어부림이 있다.
독일마을에서 남쪽으로 내려바보면 바다가 나오고 그 경계에 물건리 방조어부림이 있다.김종신

 물건리 방조어부림은 길이 1500m, 너비 약 30m로 바닷가를 따라 초승달 모양이다.
물건리 방조어부림은 길이 1500m, 너비 약 30m로 바닷가를 따라 초승달 모양이다. 김종신

독일마을에서 남쪽으로 고개를 돌리면 370여 년 전 바닷바람과 해일을 막기 위해 조성한 인공 숲, 물건방조어부림이 펼쳐진다. 천연기념물 제150호인 물건방조어부림이 하늘과 바다의 경계를 가른다. 물건방조어부림은 길이 1500m, 너비 약 30m로 바닷가를 따라 초승달 모양이다.


숲 앞 주차장에는 커다란 이팝나무가 먼저 눈에 들어온다. 마을 사람들이 당산나무로 정해 매년 제사를 지내는 나무다. 100여 종의 나무, 만여 그루가 빼곡한 숲으로 들어가자 숲 오른편의 파도소리도 멈춘 듯 조용하다. 숲의 바람이 얼굴을 스치고 지나갈 무렵 초록 숲에서 나와 푸른 바다를 맞았다.

지난 겨울을 기억하기 위해 떠난 여행길에서 봄을 만났다. 봄에는 좋은 일이 많이 생길 것 같다.

독일 마을 주변 가볼만 한 곳
▲ 삼동면 지족마을 죽방렴
- V자형 말뚝을 박고 대나로 엮은 그물로 물고기를 잡는 원시 어업의 형태인 죽방렴을 구경할 수 있다.

▲ 상동면 남해편백자연휴양림
- 원시림처럼 빽빽하게 들어찬 편백나무 숲에서 새소리, 바람소리 들으며 마음을 쉬어갈 수 있다.

▲ 상주면 금산 보리암
- 이성계가 이곳에서 백일 기도 끝에 조선 왕조를 개국했다는 전설이 깃든 금산. 이곳에서 바라보는 남해 일출은 그만이다.

▲ 남면 다랭이마을
- 680개의 작은 논밭이 108개 층으로 이루어진 마을이다. 앵강만의 푸른 바다와 마늘의 초록물결이 여유롭다.

▲ 남해읍 유배문학관
-서포 김만중을 비롯해 많은 문인들이 유배라는 절망에서 피워낸 문학 꽃을 체험할 수 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종신 기자의 개인블로그 <해찬솔 일기>(http://blog.daum.net/haechansol71/)에도 함께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독일마을 #국제시장 #파독전시관 #물건방조어부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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