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전장에서1971년 초 베트남 전장의 미군 헬기장에서. 대부대작전에 참가하여 정글에 투입되기 전 마지막 사진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며 촬영에 임했다.
지요하
경제발전이라는 미명으로 민주주의가 파멸의 길을 걷는 암울한 터널 속 같은 시절을 살아오면서 가끔 술에 취하면 "노털들이 빨리빨리 사라져줘야 이 나라가 산다"라는 소리를 주절거리기도 했다.
그렇게 주절거리면서도 그 말을 온전히 신뢰하지는 않았다. 유신체제 찬성 93% 속에 함몰해 버린 내 또래들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 당시 젊은이들이었던 내 또래들이 과연 흐르는 세월 속에서 의식의 변화를 이룩할 수 있을까? 그 함몰에 대해 자각의 눈을 뜨고 반성도 하면서 새로운 가치관으로 이입할 수 있을까? 의문을 떠올릴 때마다 부정적이고 절망적인 생각에 도달하곤 했다.
고맙게도 어느새 세월이 바람같이 흘러, 시월유신 국민투표에 대다수 찬성표를 던졌던 내 또래들은 이제 60대 후반 '노털'들이 되어 있다. 그들 대다수는 오늘도 '박정희 향수'에 젖어 살고, 현 박근혜 정권의 지지층으로 남아 있다. 요지부동이다. 그들 덕에 박정희는 사후에도 전두환을 낳아 독재의 음영을 계속 드리울 수 있었고, 이명박으로 부활할 수 있었고, 오늘은 혈육인 박근혜로 말미암아 재생을 구가하고 있다. 그러니 북한에서의 김일성 못지않게 남한에서는 박정희 신격화가 추진되는 것은 당연한 일일 것도 같다.
요즘 소셜미디어 공간에서 이른바 노털들에 대한 젊은이들의 공박을 심심찮게 듣는다. 노털들이 젊은 층의 발목을 잡는다는 말도 있고, 나라를 망친다는 말도 있다. 자연수명 연장으로 노털들은 넘쳐나는데 '노인다운 노인'들은 없다는 말도 들린다. 내가 젊은 시절 술에 취하면 주절거리던 "노털들이 빨리빨리 사라져줘야 나라가 산다"는 소리를 노털이 된 내가 오늘 다시 듣는다. 그런데 내가 그 소리를 할 때는 별 희망의 기운이 없었는데, 오늘 젊은이들의 그 말 속에는 희망의 기운이 있다.
여론조사기관 한국갤럽이 지난 15일 발표한 흥미로운 조사 결과가 있다. 10년 전에는 국민이 가장 좋아하는 대통령으로 박정희가 단연 1위를 차지했는데, 올해에는 노무현이 1위로 올라섰다는 내용이다. 시사점이 크다. 10년 후에는 변동 폭이 더욱 클 것으로 예상된다.
오로지 TV 등 제한된 영역 안에서 일방적인 정보만을 주입받고 사는 노털들에 비해 오늘의 젊은 층은 다양한 방식으로 종합적인 정보들을 얻는다. 스마트폰 하나로도 세상 구석구석을 보고 읽는다. 종편방송들과 조중동 따위 수구족벌 언론들이 함부로 좌지우지할 수 없는 정보와 판단의 힘을 오늘의 젊은 세대들은 보유하고 있는 것이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댓글2
공유하기
'박정희 향수'에 젖은 내 또래 '노털'들에게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