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 언급 안한 중국 외교부장... 압박 숨고르기?

▲윤병세 외교부 장관(오른쪽)과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21일 오전 서울 도렴동 외교부에서 열린 한·중 외교장관회담에서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중일 3국 외교장관회의 참석차 서울에 온 중국 왕이(王毅) 외교부장이 논란이 되고 있는 주한미군의 사드(THAAD·종말단계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체계 배치 문제와 관련해 언급하지 않았다.

21일 오후 3국 외교장관 회의에 앞서 이날 오전 서울 외교부 청사에서 윤병세 외교부 장관과 별도 회담한 왕 외교부장은 사드 문제를 꺼내지 않았다.

외교부 당국자는 "한중 외교장관 회담에서 사드 문제는 거론되지 않았다"며 "회담 의제도 아니었다"고 말했다. 이날 회담은 애초 1시간 예정이었으나 실제로는 2시간 가까이 진행됐다. 이 때문에 사드 관련 논의가 있었을 것으로 예상됐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았다는 것이다.

왕 부장은 회담에 앞서 청사로 들어가면서 "사드체계의 한반도 배치 체계가 중국의 어떤 국가이익을 침해한다고 생각하느냐", "일본과 역사관 문제에 대해 토론하나"라는 기자들의 질문에 "우리가 관심 있는 모든 문제를 토론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회담을 끝내고 나가면서도 사드 문제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왕이 외교부장, 사드 문제 언급 안해

지난해 7월 시진핑 국가주석이 박근혜 대통령과 한 서울 정상회담에서 사드 배치가 중국 국익에 배치된다는 뜻을 밝힌 데 이어 지난 2월에는 창완취안 국방부장이 한민구 국방장관과의 회담에서도 우려를 표명한 바 있다. 급기야 지난 16일에는 류젠차오 외교부 부장조리(차관보급)가 공개적으로 한국 기자들에게 공개적으로 "중국 측의 관심과 우려를 중시해달라"고 밝히기도 했다. 이처럼 중국이 사드 문제에 대한 압박을 가속화해 왔다는 점에서 이번에 서울에 온 왕 부장이 어떤 발언을 할지 주목받았지만, 관련 발언을 하지 않았다.

이는 ▲ 이번 자리가 한중일 3국 외교장관이라는 다자회담 무대라는 점 ▲ 이미 사드 배치 문제에 대한 중국측 입장이 한국 국민들에게 충분히 전달돼 있다는 점 ▲ 류젠차오 부장조리의 공개발언에 대해 '외교결례'아니냐는 한국 내 여론이 일고 있다는 점에서 중국이 일종의 '숨고르기'에 들어간 것으로 풀이된다.

▲ 제7차 한중일 외교장관 회담에 참석하는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이 지난 20일 오후 서울 강서구 김포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하며 취재진을 향해 손을 흔들어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미간 현안으로 떠오른 한국의 AIIB 가입 문제에 대해서는 왕이 부장은 다시 한번 한국의 참여를 희망했고, 윤병세 장관은 여러 측면을 감안해 검토중이라고 답했다. 중국 외교부는 한국이 AIIB 가입 문제와 관련해 중국당국에 '적극적 고려' 입장을 전달해왔다고 전날 밝힌 바 있다.

왕 부장은 이와 함께 중국 정부가 오는 9월 3일 개최하는 제2차 세계대전 및 항일전쟁 승리 70주년 기념식에 박근혜 대통령을 공식 초청했다. 중국은 이미 지난 1월 왕양 부총리 방한 때 같은 제안을 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한중 외교장관 회담에 이어 열린 윤병세 외교부 장관과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외무상 회담에서 양국은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양국 협의의 진전을 독려키로 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양 장관이 한일 국교정상화 50주년을 맞아 역사를 직시하는 가운데 양국 간 새로운 협력관계를 구축하기 위해 노력키로 하면서 이같이 의견을 모았다"고 전했다. 두 장관은 또 국교정상화 50주년을 기념하는 양국 정부 주도 행사로 ▲ 기념 리셉션 개최 ▲ 공동 학술회의 개최 ▲ 한일 축제한마당 확대 실시 등을 추진키로 했다.

기시다 외무상의 방한은 지난 2012년 12월 취임 이후 처음이고, 두 사람의 회담도 처음이다.

정부, 한중일 3국 정상회의 추진... 중국, '과거사' 전제조건 내걸어

정부는 지난 2012년 4월 중국 닝보 회의 이후 일본의 과거사 왜곡 등 우경화 문제로 중단됐다가 3년 만에 열린 이번 3국 외교장관 회담을 3국 정상회의로 연결 시킨다는 계획이다. 미국은 한일관계 개선을 요구하고 있지만, 일본에 대한 국내 여론이 극히 악화돼 있다는 점에서 박근혜 정부에게 한일 정상회담은 부담이 크다. 때문에 이를 우회한 한중일 3국 정상회담을 통해 한일관계 개선의 기회를 모색하면서 미국에도 '노력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보내려는 것이다.

하지만 중국은 올 8월로 예정돼 있는 아베 일본 총리의 '종전 70주년 담화' 내용을 본 뒤 판단하겠다는 입장으로 보인다. 20일 중국 외교부는 '한국과 중국, 일본이 21일 서울에서 열리는 3국 외교장관 회담에서 '한중일 정상회담' 문제를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훙레이(洪磊)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0일 정례브리핑에서 "서울 3국 외교장관 회의에서 '한중일 정상회담' 문제를 논의할 예정"이라면서 "그러나 정상회의 개최를 위해서는 필요한 정치적 분위기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역사 문제는 3국 관계에서 중요한 장애였고 그동안 고위급 회의가 개최되지 않은 중요한 요인이었다"고 말했다. '과거사' 문제를 3국 정상회담 개최의 전제조건으로 제시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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