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민주연합 서울 관악을 정태호 후보
권우성
- 정동영 전 의원의 관악을 출마를 어느 정도 예상했나.
"사실 처음부터 모든 게 (출마를 위한) 작전일 가능성이 높다고 봤지만, 본인이 상식적으로 판단한다면 나오지 않을 거라는 일종의 기대감도 있었다. 하지만 역시 예측대로 비상식적인 결정을 내렸다. 정 전 의원은 이전부터 그래왔다. 민주당에 있을 때 열린우리당을 만들어 나가더니 이번에도 또 탈당하고, 전주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했다가 지역구를 동작·강남으로 연이어 옮겼다. 개인의 정치적 목적이 늘 중심에 있는 분이므로 그런 결정을 충분히 내릴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 정 전 의원 출마를 둘러싼 지역 민심은 어떤가."지역 주민들에게 의견을 여쭤보면 다들 '왜 그러는지 모르겠다', '와도 줄 표는 없다'고 반응한다. 이게 일반적인 민심이다. 여론조사에서도 그런 반응이 나타나는 걸로 알고 있다."
- 정 전 의원의 출마가 본인에게 불리하다고 생각하진 않는가."우리 지지층 중에서 일부가 정 전 의원을 지지하는 쪽으로 갈 가능성이 높다. 선거 전략으로 보면 제게 마이너스인 건 분명하다. 그러나 그것이 선거 결과에 영향을 줄만큼이냐는 질문에는 '아니다'라고 답하고 싶다.
실제로 지역을 돌아다녀 보면 (정 전 의원이) 그다지 (많이) 득표하지 못할 거라는 분위기를 느낀다. 정치는 명분이 중요하다. 유권자들은 자기가 표를 던지는 이유, 즉 명분을 생각한다. 정 전 의원에게는 표를 던질 명분이 아무것도 없지 않나. 새정치연합 지지층은 결국 자기 당 후보에게 던질 수밖에 없다. 정 전 의원이 일부 가져가는 표가 있을지 몰라도, 선거에 영향을 미칠 정도는 아니라고 확신한다."
- 정 전 의원을 이길 자신이 있다는 건가."자신 있다. 지난 총선 때 이상규 당시 통합진보당 후보가 기호 3번으로 나왔다. 야권 단일화 상대였던 김희철 후보도 무소속으로 출마했다. 지역 기반이 탄탄한 김희철 후보에 비해, 이상규 후보는 인지도가 전혀 없었다. 그럼에도 이정희 당시 대표를 대신해 총선에 나선 이 후보는 출마를 공식화한 지 19일 만에 두 후보를 제치고 득표율 38.24%로 이겼다. 오신환 새누리당 후보는 33.38%, 김희철 무소속 후보는 28.47%를 얻었다.
정 전 의원은 김희철 당시 후보보다도 세지 않다고 본다. 그때 김 후보는 지역 인지도도 높았던 데다가 지지 기반도 갖추고 있었다. 정 전 의원은 기반이 없지 않나. 김희철이란 인물보다 명분이 떨어지는 사람을 당선시킬 정도로 우리 지역 유권자 정치수준이 낮지는 않다. 이번 재보선은 새정치연합 45%: 새누리당 35%로 끝이 날 수밖에 없다. 나머지 20%는 정 전 의원 등의 제3후보가 가져갈 것이다."
- 인지도는 정 전 의원보다 훨씬 부족하지 않나."이 지역에서 인지도는 그리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19대 총선 당시 지역 주민들은 이상규 후보 이름조차 모르는데도 야권 단일 후보라는 이유로 찍어주지 않았나. 게다가 이미 관악을이 재보선 최대 격전지로 떠올랐기 때문에, 제 인지도 역시 언론 보도 등을 통해 금방 올라갈 것이다."
"종북세력 척결, 써먹을 프레임 없어서 내놓은 '궁여지책'"- 정 전 의원뿐만 아니라 오신환 새누리당 후보도 이겨야 한다. 승리 전략은 무엇인가."우선 정 전 의원과 '이전투구'할 생각은 없다. 정태호가 서민을 지킬 수 있는 후보라는 점, 이 선거에서 이겨야만 내년 총선과 정권교체에 희망을 걸 수 있다는 점을 유권자들에게 끊임없이 설득할 것이다. 박근혜 정부의 경제정책 실패도 집중 부각해 대안을 제시하며 지역경제 발전을 이야기하겠다.
4.29 재보선은 임기 1년짜리 국회의원을 뽑는 선거다. 원내에 들어가자마자 일할 수 있는 경험이 필요하다. 오신환 새누리당 후보는 경험이 거의 없다. 반면 저는 청와대에 있으면서 국정 운영을 경험했고 서울시에서도 근무해봤다. 그리고 오리지널 '관악을' 출신이라 이 지역을 너무나도 잘 안다. 신림동을 중심으로 30년 이상 인연을 맺고 살아왔다. 오 후보와는 인물 역량에서 현격한 차이가 있다고 생각한다."
- 최근 리얼미터 여론조사 결과, 오 후보가 오차범위 내에서 정 후보를 제치고 1위를 기록한 것으로 나왔다."2010년 서울시장 선거 때 이런 일이 있었다. 여론조사를 돌려봤더니 당시 오세훈 한나라당 후보가 한명숙 민주당 후보보다 15~20%p 앞서는 것으로 파악됐다. 당 선거기획위원회는 우리가 크게 패할 것으로 예단하고 더 이상 캠프를 지원하지 않았다. 하지만 실제 결과는 0.6%p 차이의 패배였다. 각 시·도당에서 조금만 더 지원했어도 이길 수 있는 수준이었다. 지금 나오는 여론조사 결과는 대체로 부정확하기 때문에 이를 가지고 상황을 판단하면 선거 전략에서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
- 관악을은 27년간 야권 후보가 당선된 지역이라 일종의 '야당 피로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선거 때마다 새누리당이 내거는 구호다. 그런데 실제로 변화가 없었다면 지난 6.4 지방선거에서 우리 당 소속 시의원·구의원이 한 명도 안 떨어지고 당선될 수 있었을까? 박원순 서울시장이 이 지역에서 득표율 63.36%를 기록할 수 있었을까? 엄청난 변화가 있었는데도 굳이 그런 구도를 계속 잡고 가는 것이다. 새누리당은 선거 때마다 '야당이 한 게 없다'는 프레임을 써먹어 왔지만, 한 번도 성공한 적이 없다."
- 이번 재보선은 통합진보당 해산으로 치러지게 됐다. '종북세력 심판'이라는 새누리당 구호가 선거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하나."'종북세력 척결' 역시 써먹을 프레임이 없으니까 궁여지책으로 들고 나온 구호 아닌가 싶다. 새정치연합이 유능한 경제정당을 기조로 내걸면서, 그동안 자기들(새누리당)이 주장해온 '경제' 프레임이 선점당한 것 아닌가. 결국 선택할 수 있는 게 이념적 구도밖에 없으니 그렇게 끌고 나가는 것으로 보인다."
- 국민모임에서는 이번 선거의 의미를 '야권세력 재편'으로 두고 있다. "만약 국민모임에서 다른 후보가 나왔다면 일리 있는 말이 될 수도 있다고 본다. 그런데 정 전 의원이 야권 재편을 얘기한다? 누가 봐도 난센스다. 본인 말대로 야당이 엉망이라면, 그 책임은 대선후보에다가 당 상임고문까지 지낸 자기 자신에게도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반성하기는커녕 또 다시 탈당하고 지역구를 옮겨 출마했다. 정 전 의원은 야권재편을 말할 자격이 없다. 후배 정치인 입장에서 봤을 때는 이미 정치를 떠났어야 하는 사람이다. 정치를 그렇게 하면 안 된다."
"야권연대 생각 안 해... 제 힘으로 돌파할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