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도전 100시간 캠프<수원 공공미술관 이름 바로잡기 시민네트워크> 회원들이 수원화성행궁 광장에 캠프를 차렸다.
양훈도
한 가지 분명히 해둬야 할 점이 있다. 수원시는 수미네를 이름 협상의 당사자로 오해하는 듯하다. 하지만 수미네는 수원시와 이름을 협상할 위치에 있지 않다. 다만 공공성을 거스르고 문화적으로 문제가 많은 이름을 바꾸자고 요청하는 시민과 시민단체의 느슨한 연합체일 따름이다.
수미네의 요청을 받아들일지 말지, 새 이름을 공모할지 아닐지 정해야 하는 것은 수원시의 임무다. 수미네를 향해 대안 이름을 내놓으라는 것은 주객이 전도된 발상이다. 수미네는 공공성 살린 이름 제정을 촉구할 권리가 있고, 줄기차게 그걸 주장해왔을 뿐이다.
어쨌든 어렵사리 성사된 3자 협의도 무산되고 말았다. 더 어이가 없는 일은 그 직후 벌어졌다. 대화의 문을 열어놓고 계속 협의하자던 수원시는 이틀 후(14일) 개최된 시의회 해당 상임위에서 '수원시립 아이파크 미술관' 조례를 통과시켰다. 3자 협의 자리에서, 자신은 이 이름에 반대한다던 시의원조차 찬성표를 던졌다. 찬성과 반대 표수는 5:4. 시장과 같은 당 의원들은 모두 찬성을, 상대당 의원들은 모두 반대한 것이다. 철저한 진영논리다.
더욱이 수원시의 담당국장이 상임위에서 밝힌 바에 따르면, 수원시와 현대산업개발이 체결한 미술관 양해각서에는 이름 관련 조항이 명문화돼 있지 않다고 한다. 이 말은 수원시가 현대산업개발에 한 '구두약속'을 이행하려고, 시민사회 일각의 반대와 공론화 요구를 무시한 채 원안을 밀어붙였다는 뜻이 된다.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 유쾌한 놀이판을!수미네가 '무한도전 100시간'에 들어가기로 결정한 데는 이런 배경과 맥락이 작용했다. 수미네는 장시간의 고민 끝에 이렇게 결정했다. 첫째, 이름 바로잡기 운동은 어디까지나 문화적 운동이다. 따라서 지금까지도 그러했듯이 철저히 문화적 방식으로 풀어나간다. 그동안 3차례 진행한 도시락 퍼포먼스('도시락 싸 가지고 다니면서 요상한 이름 말립시다'), 예술가들이 중심이 돼 1개월간 매일 진행한 1인시위 퍼포먼스처럼 문화적 방식을 고수한다.
둘째, 유쾌한 놀이판을 펼친다. 어차피 칼자루(권한)를 쥔 것은 수원시다. 그동안 경과가 보여주듯이 수원시는 때때로 대화의 제스처를 보여주는 듯하다가는 자신들의 원안을 강행하곤 했다. 앞으로도 마찬가지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좀 더 많은 시민이 함께하면서 아파트 브랜드 미술관이 얼마나 어처구니없는 발상인지 웃음 속에서 드러내는 수밖에 없다.
셋째, 시의원과 일부 공직자들의 양식에 마지막까지 호소한다. 이들이 무엇 때문에 '브랜드 이름이면 어떠냐'는 태도를 보이는지는 알다가도 모르겠으나, 상식이 있는 사람이라면 저 명칭의 문제를 짐작 못할 리 없다. 이들의 마음에 작은 변화라도 일으키려면 수미네가 끝까지 최선을 다해 행동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하지만 시일이 너무 촉박해 일단 텐트 치고 카페부터 차렸다. 구체적으로 어떤 일정을 어떻게 진행할지 아직은 확정된 바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첫 날 진행된 카페는 휴일을 맞아 행궁광장에 나들이 나온 시민들의 관심을 끌었다. 어린이들을 데리고 나온 부모들은 풍선 불고, 비눗방울 날리는 데 끌려 무한도전 캠프를 찾아왔다. 이들 시민들은 왜 이런 도전이 이뤄지는지 설명을 듣고, 흔쾌히 서명을 하곤 했다. 저녁 요가 시간엔 많은 시민들이 들러 구경을 하고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