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길을 걸으면서 꽃내음과 풀내음을 맡는다.
최종규
아이들하고 들길을 걷습니다. 때로는 자전거를 셋이 함께 타고, 때로는 두 다리로 셋이나 넷이 함께 걷습니다. 우리는 들길이나 논둑길을 걷습니다. 들길이나 논둑길이 끊어지면 찻길을 걷고, 찻길을 걷더라도 자동차가 거의 안 다니는 호젓한 길을 걷습니다.
시골길을 걸어가면 시골에서 사람하고 이웃이나 동무가 되는 모든 목숨붙이가 노래를 들려줍니다. 맨 먼저 바람이 노래합니다. 바람은 하늘을 가르면서 온갖 소리를 내다가는, 풀잎과 나뭇잎을 간질이면서 갖가지 소리를 내요. 이 다음으로 멧새와 들새가 노래합니다. 한 해 내내 시골에서 뿌리를 내리는 새가 노래를 하고, 철 따라 한국을 드나드는 새가 노래를 합니다. 여기에, 개구리가 노래를 합니다. 풀벌레는 제법 깨어났지만 그윽한 노래를 들려주는 풀벌레는 아직 조용합니다. 논갈이를 마친 자리마다 개구리가 우렁차게 노래하고, 왜가리와 고니가 개구리를 찾아 무논에 내려앉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