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레스 델 파이네
김동우
W코스 완주는 80km(지도에 따라서 km가 조금씩 차이가 난다) 정도를 걸어야 하는 쉽지 않은 일정이다. 40km 행군을 2번 하는 셈이다. 내 경우 3개 꼭짓점을 하루에 하나씩 올라 3일 만에 완주했고, 나흘째 날은 푸에르토 나탈레스로 돌아가는 시간으로 보냈다. 사실 이렇게 빡빡하게 달린 이유는 남미 최고봉 아콩카구아 등정을 앞두고 체력을 끌어올리고 싶었기 때문이다.
이 일정은 산을 좀 빠르게 타는 사람 중 백패킹을 해야 맞출 수 있는 일정이다. 산행 경험이 별로 없거나 백패킹을 하지 않고 완주하려면 3박 4일로는 무리다. 산장 위치가 불행하게도 딱 떨어지지 않는다.
왜 많은 블로거가 이 코스를 3박 4일로 추천하는지 모르겠다. 이렇게 되면 마지막 미라도르를 포기할 공산이 큰데 말이다. 이 일정은 백패킹을 하지 않은 사람들이 비용을 아끼려고 조금 무리하게 코스를 잡으면서 나온 일정으로 보인다. 한 마디로 비추다.
푸콘과 토레스 델 파이네에서 만난 스페인 아주머니들은 4박 5일 일정으로 W 코스를 마쳤다. 그녀들은 첫날은 Hosteria las Torres, 두 번째 날은 los Cuernos, 세 번째 날은 Paine Grande, 네 번째 날은 Refugio y Camping Grey 등에서 숙박했다.
바로 이게 답이다. 이렇게 일정을 잡아야지만 제대로 W 코스를 무리 없이 완주할 수 있게 된다.
나처럼 2박 3일로 걷기 일정을 끝내고 싶다면 오른쪽에서 트레킹을 시작했을 때 둘째 날이 매우 중요해진다. 이날 이탈리아노 산장까지 가서 미라도르를 다녀와야 다음 날 빙하를 볼 수 있는 여유가 생긴다. 이탈리아노 캠프 도착 시각이 늦으면 게임은 끝이다.
한 가지 더 팁이 있다면 첫날 산행에서 지도에 표시된 예상시간과 내 속도가 얼마나 차이 나는지 꼭 비교하길 바란다. 난 첫날 트레킹에서 조금 속도가 빨랐기 때문에 2박 3일에 완주 할 수 있겠다고 판단했다.
특히 토레스 델 파이네 W코스에 도전하게 되면 필연적으로 오른쪽과 왼쪽 출발을 놓고 고민하게 된다. 일부에선 왼쪽에서 출발해야 좀 수월하게 산을 탈 수 있다고 하는 데 편하면 얼마나 편할지 모르겠다. 느낌상으론 능선의 오르내림이 그리 심하지 않기 때문에 코스 난이도에는 큰 편차가 없다. 3개 꼭짓점을 오르는 건 어느 방향이나 똑같다. 정작 중요한 건 조망 차이다. 어느 쪽에서 트레킹을 시작해야만 뷰의 감흥이 더 크냐는 한 번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