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450원 인상? 장난햐냐?"알바노조 회원들이 지난 9일 오전 서울 마포구 경총회관앞에서 '최저임금 6,030원 규탄 및 최저임금 1만원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참석자들은 "국민들의 삶이 100원짜리 몇개의 흥정꺼리가 되었다" "올해도 공익으로 포장된 정부 입장이 그대로 결정되었다"며 최저임금위 구조 개혁을 촉구했다. 또한 "결정 이전부터 6천원대를 흘린 정부와 여당은 30원 턱걸이가 저임금에 허덕이는 국민들의 삶을 어떻게 바꿀지 설명해야한다"고 촉구했다.
권우성
결국 천정부지로 치솟은 '지대'를 해결하려는 시도가 동반되지 않는다면 최저임금의 인상은 도리어 다른 문제만 야기한다. 고정 비용의 부담을 견디다 못한 영세 자영업자들이 줄도산하고 시장으로 몰려나오면 가뜩이나 부족한 일자리는 더욱 줄어들고, 경쟁이 심화된다는 것은 명약관화이기 때문이다. 가계부채의 폭증은 덤이다. 먹고 살기 위한 '생계형' 창업, 즉 자영업이 전체 창업의 63%로 OECD 평균보다 2배 이상 높다는 OECD '2014 기업가정신 보고서'의 내용을 고려하면 문제는 결코 가벼이 넘길 만한 것이 아니다.
현행법상으로는 이처럼 사각지대에 놓인 자영업자들을 충분히 보호할 수 없다. 최근'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지만, 권리금 법제화까지는 아직 시간이 더 필요하고, 민사소송을 걸 수 있는 권리금의 조건도 최소 5천만 원 이상이라 그보다 영세한 자영업자는 여전히 안전을 보장받지 못한다. 건물주의 방해 등으로 분쟁이 발생했을 때, 세입자가 그 사실을 입증해야만 하는 문제 등도 있다. 법적 안정성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가 필요한 이유다.
일본은 세입자가 기간을 정하지 않고 장기 임차를 할 수 있도록 1991년 '차지차가법'을 제정해 안전망을 만들어뒀다. 권리금도 시세나 수익에 따라 세입자끼리 마음대로 치르는 것이 아니라, 점포 일대에서 발생할 이익을 고려해 건물주에게 선불 개념으로 지불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건물주는 권리금을 통해 득을 보고, 세입자는 장기간 매장을 유지할 수 있는 '윈-윈'이 이루어지는 셈이다. 이처럼 자영업자가 안정적으로 운영할 조건이 선결돼야만 최저임금의 인상은 그 순기능을 제대로 발휘할 수 있다.
한때 엄마의 가게가 있었던 거리를 다시 찾았다. 당시 주변 상가를 함께 지키고 있었던 소규모 카페와 화원, 의류 매장 등은 대부분이 바뀌어 있었다. 모두 엄마 또래의 자영업자들로, 늘 서로의 가게를 오가면서 인사를 나누던 사이였다. 이제는 상호부터 이름, 혹은 업종에 이르기까지 이전과 같은 것이 하나 없었다. 이미 커다랗게 '임대'를 써 붙여놓은 매장들도 몇몇 보인다. 지난해 국세청이 밝힌 개인사업자 폐업 현황에 따르면, 2002년부터 10년간 폐업 건수는 793만 건으로, 매년 80만 명이 간판을 내린 꼴이었다.
최저임금의 인상에 대한 임금 근로자의 목소리와 자영업자의 절박한 반발에는 모두 생존이 걸려 있다. 쉽사리 어느 한 쪽의 편만 들기 어렵다. 영세한 두 주체가 이처럼 극렬히 대립만 한다면, 서로 처절하게 경쟁만 하다가 공멸하는 비극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자영업자와 임금 근로자는 결코 적대 관계가 아니라, 오히려 공생해야만 하는 관계다. 유일한 개선의 여지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올라가는 지대에 있다. 무엇이 더 시급하고 근본적인 문제인지 다시금 돌이켜봐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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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 알바 노동자와 자영업자 싸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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