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그림
상수리
<음악 혁명가 한형석>을 읽으면서 '구국'이나 '독립'을 이루려고 애쓰는 몸짓과 넋을 새삼스레 되새깁니다. 곰곰이 따지면, 군관학교를 세우려고 벽돌을 나르던 사람들 손길도 모두 독립운동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먼발치에서 마음으로 힘을 북돋우려고 하는 사람들도 모두 독립운동을 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총칼을 든 제국주의는 서른여섯 해에 이르도록 군홧발로 이 땅을 짓눌렀지만, 이동안 적잖은 사람들이 제국주의 권력에 빌붙는 길로 접어들기도 했지만, 훨씬 많은 여느 사람들은 꿋꿋하게 섰습니다. 마치 풀처럼 서고, 마치 나무처럼 섭니다. 밟히고 밟혀도 다시 일어서는 풀처럼, 뽑히고 뽑혀도 다시 싹을 틔워서 자라는 풀처럼 섰어요. 베이고 베여도 다시 가지를 내놓고, 아예 뿌리를 뽑히면 어린 씨앗을 떨구어 천천히 아기나무를 키우는 어미나무처럼, 이 땅 수수한 사람들은 저마다 제자리에서 씩씩하게 섰습니다.
전쟁이 무서운 것은 사람들의 목숨도 빼앗지만, 미래에 대한 희망도 빼앗고, 마음도 병들게 하는 것이에요. 그래서 전쟁 중에도 사람들의 마음을 어루만지고 치유해 주는 예술은 무척 중요해요. (79쪽)(1940년 5월에) <아리랑>은 모두 우리말로 공연되었지만 중국 사람들의 반응도 대단했어요. <아리랑>은 실험극장에서 열흘 동안 공연을 마친 뒤 중국 곳곳을 옮겨 다니며 공연을 했어요. 그 덕분에 중국 사람들에게도 <아리랑> 노래가 유행할 정도였어요. 또한 공연으로 번 돈은 독립군의 겨울옷을 마련하는 데 쓰였어요. (88쪽)전쟁이란 무엇이고, 침략이나 식민지란 무엇이며, 다툼이나 싸움이란 무엇일까 하고 되새겨 봅니다. 서로 아끼지 못하기에 전쟁이 일어납니다. 서로 이웃이 되지 않으니 침략이나 식민지를 일삼습니다. 서로 어깨동무를 하지 않는 마음이기에 다툼이나 싸움을 벌입니다.
우리는 어른과 아이가 함께 '전쟁이라고 하는 바보짓'이 다시 이 땅에 들어서지 않도록 슬기를 모으고 힘을 모으려는 마음을 키울 노릇이라고 봅니다. 한겨레 사이에 너와 내가 '적군'이 되는 짓부터 내려놓고, 서로 어깨동무를 하면서 모든 전쟁무기를 쓸어 없앨 수 있는 길을 찾으려고 할 때에 비로소 평화를 이루리라 느낍니다.
평화가 이 땅에 깃들어야 비로소 통일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평화와 통일을 함께 이루는 길로 나아가려 할 적에, 독재라든지 막개발이라든지 차별이라든지 불평등 같은 씁쓸한 것들을 쓸어낼 수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