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래동철공소 밀집지역문래동철공소 밀집지역은 최근 예술가들이 비었던 공장을 임대해 예술창작소로 사용하면서 철공소와 예술촌의 조화를 시험하고 있는 중이다.
김민수
지난 3일, 새벽 기운이 가시기도 전에 햇살은 이미 뙤약볕이었다. 아침부터 소나기라도 한바탕 내려주었으면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 철공소 골목에 도착한 시간은 오전 9시 30분이었으나 이미 한낮의 더위를 방불케 하는 폭염에 아스팔트는 달아올라 있었다.
철공소 골목은 본격적인 휴가철을 맞아 조금 한산하긴 했지만, 문을 연 공장마다 쇠를 나름 다루고 있었다. 크레인으로 쇠를 옮기기도 하고, 프레스로 절단하기도 한다. 쇠톱으로 자르기도 하고, 용접하기도 한다. 철공소만 밀집해 있어서 그런지 쇠가 쇠처럼 보이지 않는다. 한 30분 거닐다 보니 그냥 부드러운 목재와 다를 바 없는 것 같다.
공장 대부분이 4일까지 여름 휴가일정을 잡아 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공장은 그다지 많은 편은 아니었다. 철공소는 대부분 개방형이었고 대형선풍기에 의존해서 작업하고 있었다. 쇠의 특성상 날카롭기도 하고 용접을 하거나 절단할 때에는 불꽃이 튀기도 하니 긴 소매 옷이 기본이다. 아예 땀을 흘리면서 일하는 것에는 이력이 난 듯했다.
철공소에서 일하는 분들에게 먼저 인사를 나누니 그들도 화답한다. 휴가철이므로 "휴가 다녀오셨어요?"라는 질문을 하면, 어떤 방향으로든 말문이 트이기 마련이다.
"저 선풍기 하나에 의존해서 일하시려면 아주 힘드시겠어요.""그래도, 우린 그늘에서 일하고 선풍기도 있잖아요. 뙤약볕에서 일하는 분들도 있는데요, 뭘..."그 말에 나는 장소를 잘못 잡았다고 생각했다. 폭염에 철공소야말로 이열치열의 극치를 보여줄 수 있는 현장이라고 생각했다. 결과론적인 이야기지만, 그것은 맞기도 하고 틀리기도 했다. 어떤 작업을 하는 철공소인가에 따라 다르기 때문이었다.
1987년 문래동 골목에 몰려든 철공소들